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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콘텐츠 전략 없는 아시아문화전당

등록 2014-09-03 20:57수정 2014-09-04 11:58

지난 3월 공사가 진행중인 광주 동구 대의동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건립 현장 전경.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지난 3월 공사가 진행중인 광주 동구 대의동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 건립 현장 전경. 오는 10월 완공 예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제공
[울림과 스밈]
서울 예술의전당의 확대판인가. 동네 예술의전당인가. 지금 문화판 사람들이 빛고을 광주를 향해 수군거린다. 정부수립 이래 가장 큰 국가문화시설이라는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의전당(이하 아문당) 건립 사업의 ‘실상’을 겨냥한 말들이다.

아문당은 2004년 광주를 문화중심도시로 삼겠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추진되기 시작한다. 광주항쟁 메카였던 금남로 옛 전남도청 뒤쪽 땅을 파서 연면적 16만여㎡의 거대한 지하 4층 건축공간을 만들었다. 10월 완공될 이 공간에 아시아 문화의 담론과 가치를 전파할 수집·연구, 공연 시설 등의 복합문화센터를 세워 내년 9월 개관하는 게 목표다. 10년간 단일 문화사업으론 역대 최대인 약 1조원대 예산이 들어갔다. 서울 예술의전당(12만8000여㎡), 국립중앙박물관(13만7000여㎡) 등을 압도한다. 개관 뒤 연 운영비가 800억여원(예술의전당 538억원, 국립중앙박물관 384억원), 운영인력은 400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애초 아문당은 파리 퐁피두 센터를 모델로 해서, 아시아 문화 가치를 담은 콘텐츠를 다방면으로 연구 개발해 전파하는 문화발신기지를 내세웠다. 그런데,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달 27일 발표한 전당 콘텐츠 종합계획의 실제 내용은 공연·전시 수익사업을 해온 서울 예술의전당 시스템을 쏙 빼어닮았다. 컨텐츠를 위한 자료의 수집 연구와 개발에 대한 구체적 방향은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 본부장들 중심으로 꾸린 특수법인 형태의 직제와 공연 대관, 행정지원, 입장료, 회원제 등 운영안 중심이다. 정부는 전당 운영조직인 아시아문화원을 꾸려 전당운영본부와 민주평화교류원, 아시아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아시아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6개 세부 조직을 두고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통합ㆍ연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컨텐츠를 만드는 핵심인 아시아문화정보원과 문화창조원, 아시아 예술극장은 본부장과 계약직 예술감독의 이원화 체제로 운영한다. 예술의전당의 전례와 별 차이가 없는 시스템이다. 게다가 6개 조직의 전체 콘텐츠 생산을 총지휘하는 사령탑 직제도 없다.

가장 우려되는 건 개관 이후의 콘텐츠다. 2008년 전당 착공 때부터 항쟁 유적지인 도청 별관의 철거 범위를 놓고 지역 유족단체들과 정부 사이에 1년 이상 공방이 벌어지면서, 콘텐츠 전략을 짤 시기를 놓쳤다. 문화, 예술, 과학 분야 전문가들이 모인 콘텐츠위원회는 올해 2월에야 구성됐다. 아직도 공연, 전시, 학술 분야의 연구, 수집, 제작 등의 방향과 계획이 잡혀있지 않다. 컨텐츠 산실인 문화창조원과 문화정보원은 아카이브 수집 연구와 제작, 전시 등 기능이 중복돼 예술감독끼리 알력이 있다는 말도 나온다. 이영철 문화창조원 감독은 “감독들의 계약직 임기가 끝나는 내년 개관시점 프로그램에만 매달리고 있다. 이후 상황은 어떻게 될 지 전혀 모른다”고 털어놨다.

노형석 기자
노형석 기자
문체부 공무원들은 ‘공정’이 순조롭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2017년까지 순차 개관하려던 일정도 내년 9월에 모두 개관하는 것으로 앞당겼다. 문화계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조직의 예술감독까지 나서서 개관 이후의 콘텐츠 부실이 걱정된다고 하는데도, 긴장하는 빛이 아니다. 거대 산하기관이 생기고, 직제 규모가 커지니 콘텐츠는 큰 관심사가 아닐 지도 모른다. 제2의 예술의전당이 되는 건 아시아문화의전당이 장삿속을 따지는 비즈니스예술센터가 된다는 것을 뜻한다. 두고두고 광주정신을 내리누르는 문화적 굴레가 될 것이다. 최근 취임한 김종덕 문체부 장관의 가장 시급한 책무는 아문당의 미래를 투명하게 바꾸는 것이어야 한다. 컨텐츠 생산기관으로서 법적 위상과 체계, 준비 방식을 바로잡는 일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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