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코모모 세계대회 19일부터
36개국 100여명 ‘충돌·확장’ 주제로
근대건축 지속가능성·진화 등 조명
36개국 100여명 ‘충돌·확장’ 주제로
근대건축 지속가능성·진화 등 조명
도코모모코리아? 다국적 기업의 한국 법인 이름인가? 아니다. 국내 문화재 동네에는 이런 독특한 이름의 근대건축유산 보존단체가 11년 전부터 활동중이다. 도코모모(DOCOMOMO)란 ‘근대운동에 관한 건물과 환경 형성의 기록 조사 및 보존을 위한 조직’으로 번역되는 단체의 긴 영어 이름 약자다. 20세기 전세계 도시 곳곳에 자리잡은 근대건축의 역사성을 재조명하고 복원, 보존책 등을 제시하는 ‘지킴이 조직’이라 할 수 있다.
1988년 네덜란드에서 처음 발족한 도코모모는 현재 세계 70여개국의 연구자, 건축가, 시민활동가 등이 참여하는 세계적인 문화유산단체로 성장했다. 국내에선 2003년 도코모모코리아가 출범해, 이듬해 회원국에 가입했고, 11년 동안 국내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 보존 단체로 활약해왔다. 명동성당 재개발, 부산 영도다리 철거 등에 대한 반대운동, 디자인 공모전과 정책 심포지엄 등으로 근대문화재 정책의 감시자·조언자 구실을 해왔다.
이달 중순 도코모모코리아는 창립 이래 가장 중요한 국제행사를 치른다. 세계 36개국 조직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하는 13회 도코모모 세계대회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이 행사는 19~29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하 서울관) 등에서 진행된다.
대회 주제는 ‘충돌과 확장’이다. 20세기 세계 건축을 지배한 모더니즘이 각 문화권에서 어떻게 생성, 확장되었는지, 상호 교류 과정에서 어떠한 충돌과 확장이 이뤄졌는지를 살펴보게 된다. 핵심은 120여편 논문이 발표되는 콘퍼런스(25~27일)다. 근대건축의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유럽, 미국, 아시아 각 도시 건축에서 나타난 모더니즘의 충돌과 확장, 자생적 진화의 양상을 국내외 전문가들이 소개할 예정이다. 건축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제자이자 대회 조직위원장인 건축가 김종성씨, ‘건축의 노벨상’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건축가 마키 후미히코, 도코모모 인터내셔널 명예회장인 네덜란드 건축가 후베르트 얀 헨켓 등이 기조연설을 맡는다. 아나 토스토에스(도코모모 국제 회장), 류커창(중국 도코모모 회장), 김성우(연세대)·김종헌(배재대) 교수 등 각 지역 전문가들은 발표자로 참여한다. ‘한국의 근대’ 세션에서는 김정수, 김중업, 김수근 등 50~70년대 한국의 주요 근대건축가들을 재조명할 예정이다.
딸림 행사로는 국립현대미술관과 공동 기획한 ‘한국 근대건축전’(24일~12월14일 서울관)을 주목할 만하다. 서울과 수도권의 근대 건축물들을 중심으로 한국 근대건축의 자생적 진화와 성장사를 보여주는 전시다. 국내외 대학생 100여명이 참여하는 국제학생워크숍(19~23일)에서는 ‘세운상가’를 주제로 한 도심 재생 아이디어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또 24, 28~29일엔 서울의 북촌, 정동 일대 근대건축과 인천의 근대건축을 둘러보는 국내외 전문가 투어도 이어진다. 김태우 도코모모코리아 회장은 “근대건축 담론에 대한 국제적 논의를 아시아에서 처음 펼친다는 의미가 크다. 한국을 중심으로 세계 근대건축사 연구의 현황을 깊이있게 살필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정보는 단체 누리집(www.docomomo-seoul2014.org)에 실려 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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