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잘 맞추기로 정평이 난 온라인 도박 사이트 래드브록스는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왼쪽)를 가장 유력한 후보로 꼽고 있다.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가운데)는 2위, 한국의 고은(오른쪽) 시인은 공동 15위다. 한겨레 자료사진
10월 9일 전후로 발표 예상
영국 도박사이트 배당률 기준
케냐 소설가 응구기 가장 유력
고은 시인은 공동 15위에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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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스웨덴 한림원은 생리의학상(6일), 물리학상(7일), 화학상(8일), 평화상(10일), 경제학상(13일) 등 주요 부문 상의 발표 일정을 공개했다. 관례에 따라 문학상 일정은 발표하지 않았는데, 역시 관례에 따르면 10월 둘째 주 목요일인 9일 저녁 8시(한국시각)에 발표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올해 노벨문학상의 주인은 누가 될까? 그리고 고은 시인은 한국인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될 수 있을까?
스웨덴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후보로 공식 추천된 작가가 210명이며 이 가운데 36명은 올해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이들 가운데 누가 수상의 영예를 안을까?
노벨문학상 발표를 앞두고 부쩍 방문자 수가 느는 곳이 있다. 영국의 온라인 도박 사이트 래드브룩스가 그곳. 래드브룩스는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배당률을 공개하는데, 2006년에 수상자 오르한 파무크를 정확히 맞힌 것을 비롯해 2011년과 2012년에는 수상자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스웨덴)와 모옌을 2위로 예측하는 등 높은 적중률을 보여 왔다. 지난해 수상자 앨리스 먼로 역시 수상 가능성 5위로 꼽은 바 있다.
3일 현재 래드브룩스는 케냐 소설가 응구기 와 시옹오를 배당률 4 대 1로 가장 유력한 수상 후보로 올려놓고 있다. 응구기는 <피의 꽃잎>과 <한 톨의 밀알> 등의 작품이 한국에도 소개돼 있는 작가로, 그가 수상한다면 월레 소잉카(1986년 수상)에 이어 아프리카 흑인 작가로는 두번째 수상자가 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소설가 네이딘 고디머(1991년)와 존 쿠체(2003년)도 수상한 바 있지만 이들은 백인 작가들이고, 1988년 수상자인 이집트 소설가 나기브 마푸즈는 아프리카 작가라기보다는 아랍권 작가로 분류된다.
응구기에 이어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5 대 1의 배당률로 뒤를 잇고 있다. 하루키는 2012년과 지난해에 2년 연속 배당률 1위에 올랐으나 2012년에는 중국 작가 모옌에게, 지난해에는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에게 수상의 영예를 빼앗겼다. 올해 하루키가 수상한다면 1968년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1994년 오에 겐자부로에 이어 일본 작가로는 세번째가 된다.
응구기와 하루키에 이어서는 알제리 출신 여성 작가 아시아 제바르와 우크라이나의 기자 출신 작가 스뱌틀라나 알렉시예비치 그리고 프랑스에서 활동 중인 알바니아 출신 작가 이스마일 카다레가 10 대 1의 배당률로 공동 3위에 올라 있다. 노벨문학상이 종종 특정 국가나 지역의 정치 상황을 고려한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점에서 올해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치른 우크라이나 작가의 ‘깜짝 수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알렉시예비치가 1997년에 낸 책 <체르노빌의 목소리>는 2006년 미국 비평가협회상을 받았으며 한국에서도 2011년 번역 출간됐다.
이들 뒤로는 단골 후보인 조이스 캐럴 오츠(12 대 1), 아도니스, 밀란 쿤데라, 필립 로스, 페터 한트케(이상 16 대 1) 등이 10위권 안쪽에 자리잡고 있으며, 중국 시인 베이다오가 20 대 1의 배당률로 공동 12위에 올라 있다. 고은 시인은 미국 소설가 토머스 핀천,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 루마니아 작가 미르체아 커르터레스쿠와 함께 배당률 25 대 1로 공동 15위를 기록하고 있다. 몇해 전부터 순위권에 올라 눈길을 끈 미국 가수 밥 딜런은 올해는 공동 30위에 올라 있는데, 인도 출신 작가 살만 루슈디, 미국 작가 코맥 매카시, 영국 작가 존 러카레이 등과 함께 50 대 1의 배당률을 기록한 그의 수상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뛰어난 작품”이라는 노벨문학상 수상 기준에 밥 딜런이 쓴 노랫말들이 충분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1993년 토니 모리슨 수상 이후 21년 동안 수상자를 내지 못한 미국 작가의 수상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지난해 수상자인 캐나다 작가 앨리스 먼로가 연이은 북아메리카 작가의 수상에 장애가 될 것이라는 추측도 만만치 않다. 2004년 오스트리아 작가 엘프리데 옐리네크에서부터 지난 10년 동안 수상자 10명 가운데 무려 6명이 유럽인일 만큼 유럽 편중이 심했던 노벨문학상이 올해는 유럽 바깥에서 수상자를 찾을지 주목된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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