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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 고려 말 외교관용으로 썼던 마패 찾았다

등록 2014-10-08 15:32수정 2014-10-08 16:45

고려시대 마패 ‘부험’. 노형석 기자
고려시대 마패 ‘부험’. 노형석 기자
중국 명나라 황제가 고려 사신들의 교통 편의를 위해 발급한 것으로 보이는 비단본 마패가 처음 세상에 나왔다. 국립제주박물관은 6일 개막한 기획특별전 ‘한국의 마(馬)-시공을 달리다’를 준비하던 중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서 1390년 만들었다는 기록이 붙은 비단지본 마패인 ‘부험(符驗)’을 찾아냈다고 8일 밝혔다. 마패는 조선시대 공무중인 관리가 역참마다 말을 제공받는 증표로 널리 쓰였으나, 고려·조선 시기 중국으로 간 사신의 이동을 보장하기 위해 썼던 외교의전용 마패인 부험 실물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물관이 전시장에 공개한 부험은 말을 새겨넣은 조선시대의 금속제 마패와 형식이 완전히 다르다. 평평한 비단 직물에 말 그림과 공무로 가는 관리에게 말을 제공하라는 명령서 문구를 직조해 넣고 양쪽에 별도의 무늬 비단폭을 덧대 장황(표구)한 고급스런 형식이다.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의 연호인 ‘홍무 23년’(고려 공양왕 2년)이란 연대가 표시되어 있어 1390년 만든 것임을 알려준다. 황제의 명령을 뜻하는 ‘황제성지(皇帝聖旨)’로 시작되는 명령서 문구는 ‘공무로 가는 관리가 역(驛)을 통과할 때 이 부험을 갖고 가야 말의 제공을 허락하며, 부험이 없는데 마음대로 역말을 주거나, 각 역의 관리가 정실에 따라 제공하면, 모두 무거운 죄로 다스리겠다’라는 내용을 담고있다. 말 그림과 명령서 문구의 사방 둘레에는 용과 구름 무늬가 역시 직조기법으로 수놓아져 있다. 유일하게 확인되는 명초·고려말 시기의 온전한 직물 그림이란 점에서도 학계의 관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사><조선왕조실록> 등을 보면, 부험은 고려, 조선 왕조가 중국의 원, 명 왕조에 사신을 보냈을 때 황제가 발급해준 것으로 나온다. 학계에서는 우방국 외교 사신의 교통 편의를 보증하는 증표로 보고 있다. <고려사>에 1385년 고려 사신들이 명나라에 가서 주원장으로부터 부험을 받았다는 기록이 보이고, 조선초 <태종실록>에도 고려가 홍무연간에 부험을 받았다는 대목이 전한다. 고려사 전문가인 서성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관은 “왕의 즉위 등을 알리러 중국에 간 사신들에게 황제가 조서와 함께 이동의 편의를 제공해준 실무적 기능의 외교문서”라며 “중국 명나라 때 부험 실물이 학계에 알려진 것이 거의 없어 역사적 가치가 큰 유물로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이 유물은 1910년대 국립박물관의 전신인 덕수궁의 옛 이왕가박물관이 문화재수집을 본격화할 당시 시중에서 구입한 것으로 그동안 수장고에 방치됐던 것을 새로 발굴한 것이다. 박물관 쪽은 보존과학실에서 유물을 현미경으로 분석한 결과 이 부험의 직조법이 고려말 직조기법과 일치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한다. 기획자인 이애령 학예실장은 “관련 전시가 없어 역사적 가치를 규명하지 못한 채 보관만 했던 유물을 전시 준비 과정에서 재발견해 공개하게 됐다”며 “당대 고려, 중국의 역마제도와 직물 기법 등을 비교하는 후속 연구를 통해 더 많은 관련 정보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는 12월7일까지다.

제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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