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시대 나전경함
국립중앙박물관, 14일부터 유물 12점 공개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새로 수집한 명품문화재들을 14일부터 상설전시관에서 내보인다. 고려 후기 나전무늬 명품인 나전경함, 보석이 두루 박힌 통일신라시대 불상, 임진왜란 때 일본을 정벌한 내용을 담은 그림 같은 눈길을 확 잡아끄는 일품 문화재들이 적지않다.
공개하는 유물들은 모두 12점으로 2010년부터 최근까지 모은 불상, 불화, 초상화, 도자기 등 다양한 장르를 망라하고 있다. 지난 7월 국립박물관회가 일본에서 입수, 기증하면서 화제가 된 고려시대 나전경함은 불화, 청자와 더불어 고려 문화를 대표하는 문화재다. 경함(經函)이란 불교 경전을 보관하는 함이다. 뚜껑 윗부분 각 모서리를 모죽임한 장방형의 형태로, 자개와 금속선을 함께 쓰는 고려 나전칠기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각 면에는 모란당초(牧丹唐草) 무늬가 가득 수놓아졌다. 모두 2만 5천여 개의 자개조각이 사용된 고려 나전칠기의 대표적 명품이라고 할만한 작품이다. 특히 고려시대 나전칠기는 전 세계에 10여 점밖에 남아있지 않고, 국내에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나전대모불자(螺鈿玳瑁拂子)만 전하고 있어 <나전경함>의 기증은 뜻깊다.
새로 입수한 통일신라시대 추정 불상은 광배와 대좌를 모두 갖췄으며, 보석이 박혀 있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고 한다. 8세기 후반~9세기 것으로, 높이 30cm에 불상, 광배, 대좌를 모두 갖추었고 광배 쪽에 보석을 박아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방형의 얼굴과 평면화된 이목구비, 얼굴이 큰 신체 비례, 선으로 새긴 옷주름, 속옷을 입고 법의(法衣)를 양 어깨 위에 걸친 옷차림새 등에서 전형적인 통일신라 후기 불상의 특징을 보여준다고 박물관 쪽은 설명했다.
일본에서 19세기 그린 것으로 추정하는 <정왜기공도병(征倭紀功圖屛)>(174×370cm)은 전쟁화다. 일본이 쫓겨간 정유재란의 마지막해인 1598년, 전라도 순천과 부근 바다에서 벌어진 조선-명 연합군과 왜군의 여러 전투 장면을 시간의 흐름과 지리적 배열에 따라 그린 작품이다. 화면에 금채를 사용하고, 구불구불한 윤곽선을 되풀이해 그리면서 산을 표현한 점, 길쭉한 비례로 인물을 표현한 점 등에서 일본회화의 특징을 엿보게 된다. 전쟁에 참여한 중국 종군화가의 그림을 일본 화가가 모사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
이밖에도 정조연간 최고의 초상화가 이명기가 그린 <김치인(金致仁) 초상>, 그리고 최고의 감식안을 지녔던 18세기말 조선 화단의 영수 강세황(1713~1791)의 그림 등이 함께 공개돼 조선 문화의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전시는 30일까지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광배에 보석 장식한 통일신라 금동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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