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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학예사 채용심사 주무르려다 틀통난 국립현대미술관장

등록 2014-10-11 00:52수정 2014-10-11 09:57

정형민 관장, 큐레이터 채용 과정에 지인들 부당합격시켜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지난해 미술관의 학예연구사(큐레이터) 채용 과정에 개입해 지인들을 부당합격시켰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2012년 정 관장 취임 이래 새로 들어온 이 미술관의 학예사들 상당수가 관장과의 친분으로 채용됐다는 의혹([단독]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서울대 인맥’ 학예사로 대거 채용)의 실체가 드러난 것이다.

감사원은 국립현대미술관의 학예연구사 특별채용실태를 감사한 결과 정 관장이 학예연구사 채용에 부당개입한 정황을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감사원은 정 관장의 직권남용·업무방해 혐의 등을 가리기 위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으며, 상부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는 관련 사항을 인사자료로 통보했다고 덧붙였다.

정형민(60) 국립현대미술관장
정형민(60) 국립현대미술관장
공개된 감사 보고서를 보면, 정 관장은 지난해 9월 학예연구사 공개채용에 친분이 있던 옛 수하직원 ㅂ씨와 제자 ㅇ씨가 동양화 이론과 근대미술이론 분야에 각각 응시하자 심사 과정에 끼어들었다. 심사위원과 담당 직원의 진술을 종합하면, 서류심사 당시 정 관장은 인사담당 직원 2명에게 ‘심사장 밖에 나가 있으라’고 지시한 뒤 심사장에 들어가 시험위원들과 20여분 간 이야기를 나눴다.

정 관장은 뒤이어 심사가 끝날 무렵 심사장에 다시 들어와 서류전형 종합결과표를 살펴봤으며, ㄱ씨가 불합격자로 표기된 것을 본 뒤 “어, 이게 아닌데”라며 ㄱ씨를 합격자로 바꿀 것을 인사 담당직원에게 지시했다고 한다. 이에 담당 직원은 ㄱ씨의 자기소개서와 연구 실적 등의 점수를 10점 만점으로 높여 서류전형 채점표와 종합결과표를 조작했고, 정 관장은 “이제 됐다”며 조작된 종합결과표에 시험위원들 서명을 받았다는 게 담당 직원 진술이라고 감사원 쪽은 보고서에서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 관장은 채점표 조작 사실을 덮기위해 시험위원들이 자필로 기재한 원래 채점표를 파기하라고 인사담당 직원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점수 조작으로 서류전형에 합격한 ㄱ씨 등의 면접심사 때도 면접위원이 아닌데도 다른 위원들과 함께 들어가 지인 2명에게 질문을 집중하며 심사에 유리하도록 개입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그 뒤 관장의 지인 2명은 면접에서 최상위 성적으로 합격해, 지난해 11월 학예연구사로 정식 채용돼 근무중이다.

정 관장은 이에 대해 “면접심사장에 들어가 응시자들에게 질문한 사실 외엔 다른 부당행위는 일체 한 사실이 없다”고 감사결과를 부인했다. 그는 “면접심사장에 관장이 들어가지 말라는 규정은 없으며, 직원을 시켜 상부 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문의한 결과 들어가도 괜찮다는 답변을 받고 들어갔다”며 “평가표 점수 조작 등은 직원만의 진술일 뿐 구체적인 증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감사원 쪽은 “당시 시험위원과 직원 등의 진술을 종합해볼 때 정 관장의 해명은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감사원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의 학예연구직 채용에 특혜가 잇따른다는 의혹이 제기된 뒤 올해 5월 국회에서 감사요구안이 통과되자, 6월부터 국립중앙박물관·국립중앙도서관·국립국악원·국립민속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의 학예연구사 채용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왔다. 감사원 쪽은 “현대미술관 외의 다른 기관들은 별다른 비리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관장은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 출신이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기념전 ‘시대정신’에 서울대 출신 작가들의 작품을 집중전시해 미술인들의 반발을 샀으며, 취임 이래 수집한 작품들도 역시 서울대 출신 작가들 위주로 편중이 심화되어 왔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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