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티비시(JTBC) <비정상회담>의 한 장면. ‘서울은 살기 좋은 도시인가’를 안건으로 캐나다에서 온 기욤이 발언하고 있다. 누리집 화면 갈무리.
[‘진지 빨고’ 쓴 예능 기사 2] JTBC의 ‘비정상회담’
20대 여성 ㄱ씨는 지난 6일 월요일 저녁 친오빠와 함께 거실에서 제이티비시(JTBC)의 예능프로그램 <비정상회담>을 시청하다 말다툼을 했다.
ㄱ씨는 프로그램이 끝나자 “그 동안 생각해보지 못한 신선한 프로그램인 것 같아. 여러 국가에서 온 외국인들이 한국말로 이야기 하다니, 진짜 다문화 사회가 온 것 같아”라고 말했다. 하지만 ㄱ씨 오빠의 생각은 달랐다. “저게 무슨 다문화야. 백인에 유럽 사람들만 잔뜩 모여있네. 서양애들한테 우리 사는 모습 평가받는 것 같다”라고 반대 의견을 보였다. 실제 ㄱ씨의 오빠는 제이티비시(JTBC) 누리집의 시청자 의견 게시판에 이를 올렸다. “‘비정상회담’의 출연진들은 왜 선진국 백인 남성이 많은가요?”
제이티비시(JTBC) 누리집을 보면, “국제 청년들의 평화와 행복한 미래를 위해 각국 세계 청년들이 뭉쳐… 재기발랄한 세계의 젊은 시선으로 한국 청춘들의 현실적 문제를 바라본다”라는 기획의도가 나와 있다. 기성세대의 고정관념을 흔드는 ‘비정상’적이고 재기발랄한 세계의 젊은 시선으로 한국의 젊은이들이 놓인 현실을 논해본다는 취지이다.
이 신개념 토크쇼에는 ‘G11’이란 이름으로 각 나라 청년 11명이 출연한다. 벨기에ㆍ이탈리아ㆍ프랑스ㆍ독일ㆍ터키 등 유럽 청년 5명에 미국ㆍ캐나다ㆍ호주에서 온 청년 3명을 더하면, 유럽 및 아메리카 대륙 출신 젊은이가 11명 중 8명을 차지한다. 나머지 3명은 아시아의 중국ㆍ일본, 아프리카의 가나로 채워지지만 백인 8명, 황인 2명, 흑인1명의 패널 구성은 인종 다양성을 충족 시키지 못한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TV 다운로드 코너를 보면 시청자들이 직접 이런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필명 ‘주발***’을 쓰는 누리꾼은 “한국에 살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젊은이라면 (…), (중국)조선족,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의 젊은이들이 한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의 주류 아닌가? 인종차별로 비춰질 수 있다고 본다”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비정상회담>의 김희정 PD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원하는 것은 딱 유럽여행을 가면 게스트 하우스에서 아침식사를 할 때 서로 다른 나라 사람들끼리 문화에 대해 배우게 되는 바로 그 순간”이라 말했다. 이를 포착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출발이라고 설명했다. 즉, 이 프로그램이 표방하는 ‘세계의 젊은 시선’이란 유럽 사회, 백인 남성중심적 시선이란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30대 여성 시청자 ㄴ씨는 “여성 외국인을 등장시켜 외모를 부각시킨 한국방송의 <미녀들의 수다>와 백인 남성을 등장시켜 지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제이티비시(JTBC)의 <비정상회담>은 우리 사회의 고정된 인종 및 성역할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일상의 자연스런 고민들마저 정상성을 만들어 놓은 채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토론을 한다는 점을 이 프로그램의 또다른 문제로 꼽을 수 있다. <비정상회담>의 누리집 안건상정 게시판에는 “혼자 무사태평하게 노는 나 비정상인가요?”(kim******), “한 사람만 7년을 짝사랑해왔는데 정상일까요?”(won*******), “개인적인 사정으로 결혼을 망설이는 저는 비정상인가요?”(thed******)와 같은 의견들이 올라와있다. 시청자들은 어느 새 생활 속 자연스러운 고민마저 ‘나는 비정상인가’를 따져묻고 있었다. 정상, 비정상을 구분하는 ‘정답사회’의 단편을 엿볼 수 있다.
대중문화평론가 황진미씨는 “‘정상’ㆍ‘비정상’ 구분짓기 놀이가 ‘후진’ 것은 사실이다. 다만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정상ㆍ비정상의 잣대가 단 하나였다면, 이 프로그램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여러 개의 잣대가 있을 수 있음을 소개하고 있다. 프로그램이 안정되면 인적 구성의 다양성도 더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평했다.
제이티비시(JTBC)의 <비정상회담>은 AGB닐슨 수도권 시청률 조사에서 제1회 1.8%로 시작해 제11회에 6.8% 최고치를 기록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제이티비시(JTBC)의 <비정상회담> 누리집 화면 갈무리.
제이티비시(JTBC)의 <비정상회담> 누리집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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