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장
감사원 조사로 학예사 채용 비리 ‘들통’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 불가피
사법처리 진행되면 불합격자 소송 예상
휴직중인 서울대 교수직도 위태로울 듯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 징계 불가피
사법처리 진행되면 불합격자 소송 예상
휴직중인 서울대 교수직도 위태로울 듯
최근 감사원 감사에서 학예사 채용과정에 부당개입한 사실이 드러난 정형민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이 결국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6일 감사원이 통보한 감사 결과에 따라 정 관장에 대한 직위해제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10일 정형민 관장이 지인 2명을 점수 조작 등을 통해 학예사로 부당채용했다는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관장의 직권남용과 업무방해 혐의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하고, 감사 내용을 문체부에 통보한 바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관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사를 받을 수 없어 직위해제는 감사원의 수사의뢰에 따른 필수 조치”라며 “수사 결과에 따라 추가로 징계 절차가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날 구두로 정 관장의 직위해제 사실을 알리고, 공식 보도자료는 내지 않았다. “개인비리 사안이고 아직 수사가 진행중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석인 관장 업무는 윤남순 미술관 기획운영단장이 대행하게 된다.
감사원 보고서를 보면, 정 관장은 지난해 11월 미술관의 학예연구사 공채에 자신이 서울대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하던 시절의 옛 제자와 수하 직원이 응시하자 채용과정에 직접 개입했다. 지인들 중 애초 불합격된 1명의 서류전형 채점 결과를 조작하라고 담당 직원에게 지시해 합격자로 바꾸는 등 부당채용했다. 또 시험위원이 아닌데도 서류심사장, 면접시험장에 들어가 점수표를 살펴보고, 위원들과 대화하거나 응시한 지인들에게 질문을 집중하는 등 부적절하게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6년간 서울대미술관장을 지내다 2012년1월 취임한 정 관장은 서울 소격동 기무사터에서 지난해 11월 개관한 서울관 준비 작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직원들의 인사배치나 전시기획 등에서 서울대 출신 위주로 기관을 운영한다는 지적이 불거지면서 미술계 안팎에서 갈등을 빚어왔다. 특히 서울관 개관 기념전 ‘자이스트가이스트-시대정신’의 참여 작가 38명중 27명이 서울대 출신들로 쏠린 사실이 드러나자 일부 미술인들이 퇴진운동까지 벌였으나 지난해 12월 유임됐다. 연장된 그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내달 13일은 서울관 개관 1돌이다. 미술관 쪽은 개관 당시 서울 도심 분관 출범을 통해 국민과 더욱 가까와지도록 새 출발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개관 1년만에 관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물러나고 검찰조사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닥치면서 되려 미술관은 조직과 위상이 뿌리채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그 여파는 당장 미치고 있다. 미술관 쪽은 20일 오전 열기로 했던 개관 1돌 기념전 ‘정원’의 기자 간담회를 취소했다. 이 전시는 정 관장의 채용 비리 의혹에 거명된 그의 옛 제자 출신 학예사가 기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정 전 관장의 비리의혹이 최종확인돼 사법처리가 진행될 경우 후폭풍도 예상된다. 지난해 채용과정에서 불합격된 응시자들이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보이고, 정 전 관장이 장기휴직중인 서울대의 교수자리도 잃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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