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의 지원 중단과 산하 인천문화재단의 내홍으로 석달 이상 연기되어온 ‘2014백령도 평화미술프로젝트’가 결국 무산되는 상황을 맞았다. 백령도평화미술프로젝트 조직위원회(위원장 이종구 중앙대 교수)는 20일 성명을 내어 “변경된 조건에서라도 행사를 잘 마무리 지으려 했으나, 남은 물리적인 시간을 따져 봐도 올해 전시는 무리라고 최종 판단했다”며 프로젝트 중단을 선언했다. 조직위 쪽은 “참여작가들께 사죄 드리며, 재단 쪽에 책임감 있는 수습을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조직위 쪽은 앞서 8월27일 6차 회의에서 사업중단을 잠정 결정했으나, 재단 쪽이 사업계획을 일부 바꾸고 행사 주체인 재단 산하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새 예술감독을 위촉해 11월에 진행하자고 제안해 실행여부를 기다려 왔다고 한다. 조직위 쪽은 “재단 쪽의 제안 이후 약 2개월이 지나도록 현재까지 행사변경 승인에 대한 어떠한 회신도 받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11월 행사개최조차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모든 사업 중단을 최종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직위는 성명에서 “정상적으로 반드시 행사를 개최하겠다는 문화재단의 지난번 입장표명과 달리 한달 20여일이 지나도록 행사비용을 지원해준 한국문화예술위의 공문만을 기다리는 재단의 소극적 태도를 더 이상 믿고 기다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행사가 파국에 이른 책임은 전적으로 재단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6월 지방선거 때 관할 자치단체인 인천시 시장이 여당인 새누리당 유정복 시장으로 바뀐 뒤 불거졌다. 재단 쪽이 평화미술프로젝트의 원래 예술감독인 이승미 인천아트플랫폼 관장을 직위해제하고 참여작가 등에 대한 행사지원을 전면 보류하면서 마찰이 일기 시작했다. 재단 쪽은 그 뒤 8월로 예정했던 개막 일정을 무기연기시켰고, 감독선임 등의 계획과 앞으로 사업 전망에 대해서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프로젝트는 방향을 잃고 표류해왔다. 수억원대에 달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의 지원금도 집행되지 않고 반납해야할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이에 윤석남, 김정헌, 육근병, 김기라씨 등 참여작가 20여명은 지난달 30일과 이달 15일 행사 참여를 거부하고 재단 쪽의 해명과 김윤식 재단 대표이사의 사퇴를 요구하는 항의성명을 잇따라 내면서 갈등이 계속돼 왔다.
조직위는 성명에서“프로젝트의 지속을 위한 대안이나 준비도 없이, 또 조직위와 논의도 하지 않은 채 예술감독의 일방적인 직위해제 조치는 이후 (이승미 예술감독)사퇴로 이어졌고 평화미술프로젝트는 희생양이 됐다”고 비판했다. “관장직과는 별도로 예술감독 직의 역할을 인정해 사업을 마무리 해달라는 조직위의 의견도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이 과정에서 백령도 답사까지 마친 60여명의 참여작가들이 영문도 모른 채 진행하던 작업을 중단하고 수개월을 방치되듯 기다려 왔다”는 것이다. 조직위는 “문화재단은 행사를 진행하면서 애초 작가들과 약속했던 부분들이 있다면 이를 책임있게 마무리하는데 최선을 다해야하며 객원큐레이터 활동비 등도 신속하게 정산해야 할 것”이라며 재단 쪽이 문화예술계와 작가, 조직위 쪽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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