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월성 발굴을 앞두고 11일 월성 안 발굴예정터에서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현장 설명회가 열렸다. 사진은 발굴 구역의 전경.
경주문화재연구소 “10년간 발굴”
학계선 “최소 30년 이상 필요”
학계선 “최소 30년 이상 필요”
11일 낮 오전 신라 천년의 궁성터인 경주 월성 들녘과 소나무숲에는 찬 바람이 쉴새 없이 휘몰아쳤다. 70년대초 박정희 정권 때부터 추진해오다 최근 학계와 정치권의 논란 끝에 결정된 월성의 발굴을 앞두고 이날 궁성터 안으로 취재진이 모여들었다. 최근 월성발굴조사단을 꾸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12일 열리는 개토제 전날 미리 언론설명회를 마련한 것이다.
“여기는 땅을 조금만 파도 신라 유물층이 좍 깔려서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트렌치(발굴구덩이)는 깊이 20~30㎝ 정도로 최대한 얕게 파고 조사할 겁니다. 내년 3월 시굴조사가 끝나면 대형건물터와 도로 양끝 윤곽 등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연구소의 박윤정 연구실장이 손을 가리킨 곳은 월성 한가운데인 석빙고 부근의 너른 풀밭이었다. 첫 시굴조사 대상으로 선정한 이른바 C지구다. 월성 궁터를 서쪽 기점으로 동쪽 끝까지 A, B, C, D 구역으로 구분하는데, 1만7000여평의 C지구는 궁성 핵심 건물들이 있는 곳으로 추정된다. 2004, 2007년 레이더 탐사 때 정전급 대형건물터와 연못터, 도로터 등이 탐색된 바 있다. 유홍식 연구사는 “땅밑 바로 아래 건물터 초석이 깔려 비온 뒤 초석 자리가 가장 먼저 말라 흔적이 드러나며 땅위에도 초석들 일부가 굴러다닌다”고 했다.
박 실장은 “이 구역에 길이 20m, 폭 4m의 발굴갱 50여곳을 격자모양으로 파고 유적 실체를 확인하는 초기단계 시굴조사를 다음주부터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3월까지 시굴해서 건물·도로터 등 유적들이 확인되면 지표면을 걷고 본격적인 발굴조사를 내년 12월까지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연구소는 장기적으로는 10년 동안 500억여원을 들여 모두 6만2700여평에 달하는 월성 터를 발굴한다는 일정을 잡아놓았지만, 순조롭게 추진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월성이 신라 유적의 핵심인데다, 전례없이 막대한 유물과 유적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여 학계에서는 최소 30년 이상 발굴해야한다는 의견들이 많다.
반면 시와 지역 일부 인사들은 발굴을 최대한 빨리 진척시켜 궁성을 복원하고 관광유산으로 활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올해 4월 문화재청과 경주시는 발굴을 지원하기 위해 신라왕경유적 복원·정비사업추진단을 발족시켰지만 내부적으로는 발굴기간을 놓고 이견을 풀지 못한 상황이다. 책임 조사원 1명에, 조사원은 10명인 빈약한 연구소 인력을 대폭 확대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맹식 연구소장은 “조사단 직제와 규모를 2배 이상 늘리고 보존과학 등 세부분야 전문가도 확충하는 안을 준비중”이라고 말했다.
경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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