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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만 “아직도 쓰고 싶은 주제 너무 많아…6년 뒤 정년퇴임이 기다려진다”

등록 2014-12-12 20:45수정 2014-12-13 11:05

강준만 전북대 교수.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강준만 전북대 교수.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토요판] 커버스토리
정희진이 만난 ‘저술가 강준만’

강준만의 책 연대기
“태초에 강준만이 있었다.”

노정태(32)씨가 쓴 <논객시대> 목차의 첫번째 제목이다. 이 책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수놓은 진중권, 유시민, 박노자 등 우리 사회 논객 9명을 다루고 있는데, 이 중 강준만 교수가 가장 먼저 다뤄진다. 단순히 첫번째로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강 교수로 인해 우리 사회의 ‘논객시대’가 시작되고 형성됐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강 교수가 처음 필명을 떨친 계기는 1995년 2월에 펴낸 <김대중 죽이기>에서 비롯됐다. <김대중 죽이기>는 엄밀히 말해 ‘인간 김대중’에 대한 책이 아니라, 오히려 언론이 김대중을 어떻게 다루느냐를 다각도로 분석한 책에 가깝다. 사회과학 서적으로는 드물게 20만부 이상이 팔리며 한국 출판계에 족적을 남겼다. 강 교수 특유의 구어체와 실명 비판도 이 책의 두드러진 특성이다.

강 교수는 아예 실명 비판을 특화해 1997년 1월 <인물과 사상>을 창간했다. 이 시도는 요즘 어떤 벤처기업들이 벌이는 사업보다도 대담하고 모험적이다. 획일적인 방향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언론의 횡포에 대항하고자, ‘출판의 언론화’를 대안으로 제시했고, 그 자신이 최전선에서 실행에 옮겼다. 그는 ‘저널룩’(journalism + book)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하며 책 머리말에 “향후 시리즈 형식으로 <인물과 사상>을 평균 3개월에 한번씩 낼 것”이라고 호언했고, 실제로 2005년 1월 33번째 책으로 시리즈가 종결되기까지 3개월마다 책이 한권씩 나왔다. 이 중 25권까지는 강 교수 혼자서 집필했고, 26권부터 외부 기고가의 글이 함께 담겨 있다.

<인물과 사상> 1권의 머리말에는 창간 취지가 잘 담겨 있다.

“우리는 기록과 평가에 인색하다. 특히 인물의 경우에 그러하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공익을 추구한 사람도, 위선과 기만과 변절을 범한 사람의 과거도 우리는 너무 쉽게 잊는다. 그래선 안 된다. 보상과 문책에 철저해야 한다. 그래야 사람들이 공익을 생각하고 기회주의적 처신을 두렵게 여긴다.”

1995년 <김대중 죽이기>로 유명세
1997년 저널룩 <인물과 사상> 창간
1998년엔 같은 이름의 월간지 창간
안티조선 운동의 발화에 큰 영향
2005년 정치적 글쓰기 중단 선언

이후 강남좌파·담배·룸살롱 등
펴내는 책 소재 더욱 다양해져
최근 논쟁된 <싸가지 없는 진보>는
지역에서 평판이 극단적으로 갈린
통렬한 자기반성의 결과물

<인물과 사상>이 다루는 인물은 딱히 분야가 정해져 있지 않았다. 정치인, 언론인, 작가를 비롯해 재계, 문화계, 학계 등에서 논란이 되고, 조명할 만한 인물을 피하지 않고 다뤘다. 언론인 조갑제, 소설가 마광수와 이문열, 기업가 정주영과 이건희, 철학자 도올, 학자 최장집과 조한혜정 등이 창간 초반에 다룬 인물이다.

1998년엔 같은 이름의 월간지도 창간했고, 지금까지 이어져 올해 11월 200호 특집호를 발행했다. 월간 <인물과 사상>은 안티조선 운동으로도 유명하다. 강 교수가 1998년 11월 월간 <인물과 사상>에 쓴 ‘최장집 고려대 교수에 대한 <월간조선>의 사상검증’을 다룬 글로 안티조선 운동이 발화됐다.

활발하게 정치평론, 언론비평을 하던 강 교수가 “정치적 글쓰기를 그만두겠다”고 선언한 시점은 2005년이다. 민주당 분당과 열린우리당 창당을 호되게 비판했던 그가 당시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강 교수는 이때의 심정을 2005년 4월에 펴낸 766쪽 분량의 저서 <나의 정치학 사전> 머리말에 밝히고 있다.

“이제 나는 초당파적 입장에서 정치에 대한 지식을 공급하고 싶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지식소매상’ 노릇에 충실하고 싶은 것이다. 대의를 앞세우되 정열에 들떠 독선에 사로잡히고 윤리까지 무시하는 사람들, 탐욕, 무지, 무관심으로 인해 기존 질서를 자연의 법칙인 양 간주하면서 변화를 위한 시도를 불순한 음모로 몰아붙이며 떼를 쓰는 사람들, 냉소에 침잠해 모든 사회적 가능성에 닫혀 있는 사람들을 위해 상호소통의 공간을 만들고 싶다.”

강준만 교수의 연대기에서 한 전환점이었다. 그가 낸 책의 소재는 더욱 다양해졌다.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를 다룬 <강남좌파>와 <아이비리그의 빛과 그늘>, 사물을 통해 사회를 들여다본 <담배의 사회문화사>, <자동차와 민주주의>, <전화의 역사>, <고종 스타벅스에 가다>, 이밖에도 사회문제를 다룬 <지방은 식민지다>, <룸살롱 공화국>, <갑과 을의 나라> 등이 2005년 이후의 저작물이다. 18권짜리 <한국현대사산책>에 이어 10권짜리 <한국근대사산책>, 17권의 <미국사산책>을 집필한 시기도 대부분 2005년 이후다.

가장 최근에 펴낸 <싸가지 없는 진보>(2014)는 지식인 사이에 진보정치의 현실과 이상에 관한 논쟁을 불러왔다. 강 교수에겐 이 책이 “통렬한 자기반성의 결과물”이었다. 그는 지난 1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전라도에 대한 편견에 맞서 싸운 내가 이 지역에서 평판이 극단으로 나뉜대요. 처음엔 약간 충격을 받았어요. 내가 이 지역과 지방을 위해서 얼마나 싸웠는데 나에게 이럴 수 있나. 배신감을 느낀 거죠.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왜 그럴까. 내가 내린 결론은 이거예요. 내가 얘기하는 메시지보다 행태적 싸가지를 문제 삼은 거예요. ‘지가 뭔데 글로 비판하고 실명 언급하며 비판하냐’는 거죠. 그렇게 싸가지 없다고 낙인을 찍으니까 내가 쓴 글을 안 보고 그냥 비판해요. 이미지가 굳어진 거죠. 그런데 역지사지해보면 나도 싸가지 없는 인간을 싫어했던 적이 있거든요. 싸가지 문제는 이렇게 제가 피와 땀으로 얻은 깨달음이에요.”

아직도 쓰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은 강 교수는 6년 뒤 정년퇴임이 기다려진다고 했다.

전주/윤형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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