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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영화가 아니라 당신들 ‘정신 승리’가 토 나와”

등록 2014-12-29 11:56수정 2014-12-29 14:26

TV조선 “좌파 평론가, ‘국제시장’ 토 나오는 영화”라며 보도
허씨, ‘선전영화로 이용하는 보수언론 두고 한 말’ 정면 반박
평론가 허지웅(35)씨가 영화 <국제시장>을 두고 자신이 “‘토 나오는 영화’라고 발언했다”는 TV조선 보도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했다. 허씨는 26일 새벽 트위터(@ozzyzzz)에서 “<국제시장>의 이데올로기적 함의를 이야기했고, 그 흥행 추이가 우리 사회 현주소를 말해줄 것”이라며 “이 영화를 선전영화로 활용하는 채널과 매체가 어디고 그 논조가 또 어떤지”라고 비판했다.

허씨는 앞서 25일치 <한겨레>의 ‘esc’가 마련한 대담 ‘진중권 허지웅 정유민의 2014 욕 나오는 사건·사고 총정리’에서 영화 <국제시장>에 대해 언급했다. TV조선과 채널A 등 종합편성채널에 대한 비판을 하던 도중이었다. "더 뚱뚱해진 김정은…건강 적신호?”와 같은 기사를 유통하는 종편에 대해 정유민 웅진지식하우스 3팀 편집장이 먼저 “전 그런 거 나오면 누구나 우리처럼 웃을 줄 알았거든요. 처음에 말도 안 되는 방송 할 때 시청률 낮으면 돈 없어서 곧 문 닫겠지, 그런데 식당에 가면 전부 다 채널에이와 티브이조선을 틀어 놓는 거예요. 거기 동조하는 사람도 있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종편 입장에서는 정치 얘기 안 하면 망해요. 아무리 못해도 할아버지들 할머니들 타깃을 해가지고 특화를 한 거야. 박근혜 지지층이 노년층이에요. 젊은 사람들의 미래 결정권이 그들한테 있다는 거죠”라고 지적했다. 종편이 장년층을 타깃으로 저널리즘의 원칙을 훼손하는 뉴스를 만들어 버젓이 시청률 장사를 하는 세태에 대한 지적이었다.

허씨는 이런 말들에 이어 “머리를 잘 썼어. 어른 세대가 공동의 반성이 없는 게 영화 <명량> 수준까지만 해도 괜찮아요. 근데 <국제시장>을 보면 아예 대놓고 “이 고생을 우리 후손이 아니고 우리가 해서 다행이다”라는 식이거든요. 정말 토가 나온다는 거예요. 정신 승리하는 사회라는 게”라는 의견을 남겼다. (▶ 기사 바로 가기 : 진중권 허지웅 정유민의 ‘2014 욕 나오는 사건사고 총정리’ )

<국제시장>에 관해 발언한 허지웅씨의 트위터. 화면갈무리
<국제시장>에 관해 발언한 허지웅씨의 트위터. 화면갈무리
하지만 TV조선은 27일 시사 프로그램 ‘이봉규의 정치 옥타곤’에서 ‘좌파 논객 말말말’이란 자막으로 허씨가 “<국제시장> 토 나오는 영화”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종편이 질낮은 뉴스를 유통하며 장년 세대의 ‘정신 승리를 유도하고 있는’ 세태에 대한 지적이 어느덧 영화에 대한 지적으로 프레임을 축소한 셈이다. 같은 날 허씨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남조선 인민공화국 국영 방송 aka TV조선이 오늘은 또 전파 낭비의 어느새 지평을 열었을까요. 아 오늘은 제가 하지도 않은 말에 제 사진을 붙였군요. 저게 TV조선에 해당하는 말이긴 하죠”라고 꼬집었다. 또 “허지웅식 민주주의”라는 누리꾼(@Dou****) 의견에 대해 “인터뷰의 저 구절이 어떻게 “토 나오는 영화”라는 말이 되죠? 읽을 줄 알면 앞뒤를 봐요. 당신 같은 사람들의 정신 승리가 토 나온다는 거죠”라며 반박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허씨는 27일 새벽 트위터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허씨는 “불행한 승냥이들 이론. 하루종일 넷을 떠돌며 타인이 자신보다 위선적이라 외친다. 좌절하고 무능한 자신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대개의 경우 타인은 그런 자신보다 더 나은 사람이기에 급기야 난독과 행패로 중무장한 광인이 된다. 기도합시다”라고 일부 누리꾼들에게 일침을 가했다.

TV조선 보도에 이어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도 허씨가 전라도 광주 출신이기에 편향된 의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허씨는 “광주 출신이라 <변호인>은 빨고 <국제시장>은 깐다는데 0. 사실상 서울 토박이고 1. 프로필 놔두는 건 니들 꼴 보기 싫어서고 2. 변호인 빨긴커녕 당시 깠다고 욕먹었고 3. 국제시장을 선전영화로 소비하는 니들을 까는 거고 4. 난 당신들 중 누구 편도 아니다”라며 “전라도 홍어 운운하는 놈들 모조리 혐오 범죄에 민주주의 체제 부정하는 범죄로 처벌해야 한다. 누군가가 반드시 이 사회에서 배제돼야 한다면 그건 바로 니들이다. 2000년대만 해도 저런 말 창피해서 누구도 쉽게 못했다. 이런 식의 퇴행을 참을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허씨는 이어 “진영 논리에 함몰되면 위험하다 오랫동안 이야기해왔고 나꼼수 논란, 26년 비판, 변호인 논란 때마다 정확하게 판단하고 쓰려 애썼다. 양 진영 극단에서 지들 입맛대로 그때는 종편 부역자라고 욕하다가 이제는 홍어 좌빨이라니 니들 안에는 내가 대체 몇 명이냐”라고 말했다. 또 “홍어 좌빨 전라도 차별 운운하는 놈들을 주변에 두면 안 된다. 이런 식의 배제와 혐오 욕망을 입 밖에 꺼내는 게 얼마나 창피하고 끔찍한 짓인지 공동체의 강제가 필요하다. 일베 테러나 서북청년단 결성에서 보여지듯 이들의 폭력은 더 이상 기우가 아니라 현실이다”라며 “‘전남 홍어라서’라는 지적엔 외가인 광주에서 태어나 2년밖에 살지 않았기에 니들 임의의 그 알량한 인과관계가 성립되지 않음을 밝힌다. 하지만 근현대사 내내 실제 인종 혐오로 기능한 지역 차별을 감안할 때 광주를 고향이라 부르는 게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도 영화 <국제시장>에 대한 소감을 남겼다. 27일 진 교수는 트위터(@unheim)에서 “국제시장 흥행 성공과 종북의 절망. 올바른 국가관과 가치관이 정립된 영화”라며 “한국 영화계에서 유일하게 ‘올바른 국가관과 가치관’을 갖춘 윤제균 감독. 이 나라의 구세주이십니다”는 글을 게시했다. 그는 이어 “도대체 영화를 어떻게 만들었길래. 극우랑 종편이랑 일베가 풀발기를 하는 건지. 하여튼 우익 성감대를 자극하는 뭔가가 있긴 있나 봅니다.”라고 남겼다.

반면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진영 논리에 따라 정치적으로 호응받고 있는 영화 <국제시장>과 <변호인>이 결국은 ‘다른 시선’으로 ‘같은 세계’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체비평지 미디어스 기고 (▶ 관련 링크 )를 통해 “반드시 이렇게 편을 갈라서 <변호인>은 ‘민주화 세대’, <국제시장>은 ‘산업화 세대’에게 각각 공감을 주는 영화라고 단정하는 것은 과한 느낌”이라며 “<국제시장>은 <변호인>과 대립한다기보다, 다른 시선으로 ‘같은 세계’를 보고 있는 영화”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이어 “<국제시장>을 보던 중에 관람석을 가득 메운 나이 든 관객들은 이산가족상봉 장면에서 연신 눈물을 훔쳤다. 이 눈물은 진보나 보수 어디에 속하는 것일까. 오히려 휴머니즘으로 포장된 비정치의 정치라는 정황이 이렇게 환하게 드러나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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