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미술관 직원들이 전시실 들머리에 있는 백남준의 대형 영상탑 <다다익선> 앞에 고인의 영정과 조화를 놓고 있는 모습. 김종수 기자 jongsoo@hani.co.kr
미국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의 전속 작가 확정
작고한 작가의 메이저 화랑 전속 계약은 드문 사례
작고한 작가의 메이저 화랑 전속 계약은 드문 사례
한국 출신의 비디오아트 거장이었던 고 백남준(1932~2006)이 최근 세계 굴지의 유명화랑인 미국 뉴욕 가고시안 갤러리의 전속작가로 확정돼 화제다. 이미 작고한 작가가 세계적인 메이저 화랑과 작품 전속계약을 맺는 것은 매우 드문 사례여서 그 배경을 놓고 국내외 미술계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백남준의 생전 최측근이자 그의 비디오아트 작업 실무를 맡았던 기술디렉터 출신의 이정성(71)씨는 15일 “백남준 선생의 장조카 켄 백 하쿠다(65)가 고인을 대리해 지난해 10월 가고시안 갤러리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고 최근 통보해왔다”고 밝혔다. 이씨는 “고인의 작품이 미술사적 업적에 비해 세계미술시장에서 사후 지나치게 저평가돼 제대로 된 위상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는 공감대 아래 가고시안 쪽과 전속계약이 성사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전했다.
가고시안 갤러리는 아트딜러 래리 가고시안이 80년대 설립한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화랑이다.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와 뉴욕 맨해튼을 비롯해 영국 런던, 홍콩 등 전세계 10여곳에 지점을 두고 있으며 국제적인 스타작가들의 작품 초대전을 주로 열며 세계 미술시장을 움직여온 ‘큰손’으로 손꼽히고 있다. 가고시안 쪽은 우선 백남준 타계 10주년을 맞는 내년을 기점으로 서구에 산재한 백남준 컬렉션의 전시 이벤트 등을 통해 본격적인 시장마케팅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도 경기도 용인 백남준 아트센터와 국립현대미술관, 시중 화랑, 일반 소장가 등에 적지않은 백남준 비디오아트컬렉션이 소장되어 있다. 그러나 그의 진작을 집대성한 작품도록이 아직 없고 작품의 현상 보존에 상당한 비용과 사후관리가 필요한 비디오아트의 특성 탓에 시장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던 게 저간의 사정이었다. 가고시안 갤러리의 백남준 마케팅이 고인의 작품 가치를 재조명하는 새로운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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