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자키 현의 횡혈묘 무덤방 안에서 드러난 갑옷과 백제산 추정 원두대도(사진 오른쪽 길쭉한 칼), 화살 등의 무기들. 1500여년전 백제와 친교하며 남규슈 일대를 지배했던 거대 세력 수장의 것으로 추정된다.
미야자키현 교육위원회 제공
미야자키현 고분서 발굴된 무기류
백제서 온 것으로 추정…학계 관심
국립규슈박물관선 백제교류 특별전
백제서 온 것으로 추정…학계 관심
국립규슈박물관선 백제교류 특별전
한반도와 가까운 일본 규슈에 백제 유산 바람이 불고있다. 최근 규슈 남단 미야자키 현의 고분에서 백제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고급 무기류가 발굴돼 일본 학계의 관심이 쏠리는가하면, 규슈국립박물관에서는 한국 유물들이 다수 출품된 백제 특별전을 성황리에 열고 있다.
규슈 동남부 미야자키현은 7세기 백제 멸망 뒤 바다를 건너갔던 백제 왕족들이 내란을 피해 살았던 지역으로 전해진다. 이곳에서 최근 일본 고분시대(3~7세기)의 지역 지배자 대형무덤을 발굴하다 백제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정되는 큰 칼이 대형 갑옷, 무기, 마구류, 섬유류와 함께 쏟아져나왔다.
지난 19일 미야자키 현 에비노시 교육위원회는 현내 기리시마산 분지의 거대 토굴 무덤 군에서 은으로 도금된 둥근 손잡이 큰 칼(원두대도)등의 무기와 갑주, 마구, 거울 등 호화 부장품들이 발견됐으며 이들 가운데 은제 원두대도는 한반도에서 왔을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지하에 3m 이상 구멍을 판 폭 3.1m의 무덤방에서는 전혀 도굴되지 않은 부장품이 정연하게 놓인 채 드러났다. 섬유와 가죽 옻칠 등의 유기물도 양호한 상태로 나왔는데, 한 고대 무덤에서 이렇게 다량의 금속, 유기물들이 뒤섞여 출토된 사례가 일본에서는 드물어 화제가 되었다.
특히 원두대도의 경우 한일학계에서는 대체로 백제나 가야에서 일본에 전래된 것으로 보고있는 유물이다. 칼이 가진 권력의 상징성으로 미뤄 무덤 주인공은 생전 백제와 깊은 관계를 지녔으며, 백제와의 교류가 생전 권위의 중요한 근거가 되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 무덤의 양식은 백제·일본에서 공통으로 썼던 횡혈묘다. 산 허리, 언덕에 구멍을 뚫어 묘실을 만든 무덤인데, 2004년 충남 공주시 단지리 능선 일대에서 이번 무덤과 거의 같은 얼개 무덤이 무더기로 나온 바 있다. 무덤의 기원과 전파 경로를 놓고 애초엔 일본설이 우세했으나, 최근엔 한국에서 먼저 일본으로 전파했다는 주장도 제기돼 양국 학계에 논란이 지속되고 있기도 하다.
묘제나 부장품에서 백제와의 친연성이 뚜렷한만큼 이 지역 지배자들이 백제 및 야마토 지역(일본 중서부의 오사카·나라 일대로 고대 일본 조정의 중심)의 고대 중앙 정부와 서로 어떤 외교 관계를 형성했는지 풀어줄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현지 학계의 해석이다.
후쿠오카 다자이후에 있는 국립규슈박물관에선 1일부터 특별전 ‘고대일본과 백제의 교류’전(3월1일까지)이 열리고 있다. 한·일 국교 재개 50돌을 맞아 차린 이 전시에는 4~5세기 백제 왕실이 일본에 선물한 칼 ‘칠지도’가 특별출품됐다.
고대 일본의 수도권이었던 나라현 텐리의 이소노카미 신궁에 보관되어온 이 백제 칼이 규슈로 나들이한 것은 처음이다. 한국에서도 국내 최고의 사리기인 부여 왕흥사지 사리기 등 유물 50여점을 대여전시해 현지인들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애초 한국과 일본 국립박물관 사이의 교류순회전 성격이었으나, 한·일 관계 경색과 2013년 대마도 불상 도난 여파까지 겹치면서 일본 전시만 치러지게 됐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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