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남산 창림사지 삼층석탑.
문화재청, 1867호 보물로 지정
1200여년 전 경주 남산 서쪽 기슭에 세워진 신라의 옛절 창림사터의 석탑이 국가 지정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9일 창림사터 3층 석탑을 보물 1867호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창림사터 석탑은 절을 상징하는 건축물로, 신라 탑의 주요 명품 가운데 하나다. 2중 기단을 쌓은 뒤 탑신부 3개 층을 얹은 전형적인 신라탑이다. 특히 탑에 돋을새김한 팔부신중(불법을 수호하는 여덟 수호신) 조각이 유명하다. 안동 법흥사지 칠층전탑(국보 16호), 구례 화엄사 사사자 삼층석탑(국보 35호) 등과 더불어 가장 뛰어난 국내 석탑 팔부신중 조각으로 인정받는다. 오랫동안 파괴된 상태로 방치됐다가 1976년 사라진 부재를 일부 보강하여 복원됐다. 이때 2, 3층 탑신과 상층기단의 팔부신중상 4매, 기단 석재 일부가 신재로 교체됐다. 탑의 원형은 상당히 훼손됐지만, 남산에 있는 석탑들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고 화려한 것으로 평가된다.
창림사는 <삼국유사>에 절터가 신라의 첫 궁궐 자리로 전해지는 유서깊은 고찰이다. 지난해 발굴조사에서 금당과 회랑, 종각 등 주요 시설터와 다양한 장식무늬가 새겨진 기와막새 등이 출토된 바 있다. 1824년 도굴꾼에 의해 탑이 무너졌을 때 안에서 신라 문성왕 17년(855년) 건립했다는 내용을 담은 금동판 기록물인 ‘무구정탑원기(無垢淨塔願記)’가 나왔으며, 그 기록의 필체와 내용을 당대의 대학자 추사 김정희(1786~1856)가 옮겨 쓴 모사본이 전해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이 기록을 근거로 창림사를 통일신라 시대 지어진 사찰로 보고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
삼층탑 상층기단 면석에 새겨진 팔부신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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