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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월성 신라궁터, 파자마자 ‘유물밭’

등록 2015-03-18 14:04수정 2015-03-18 21:02

18일 경주 월성궁터에서 열린 발굴설명회 현장.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어창선 학예사가 건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18일 경주 월성궁터에서 열린 발굴설명회 현장.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의 어창선 학예사가 건물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노형석 기자
경주문화재연구소 발굴 석달
용무늬 고급 기와·토기 ‘우수수’
건물터 6동·담장터 등 드러나
‘길이 27m·12칸’ 대형건물터도
정밀발굴조사 전환 요청키로
땅을 파자마자 유적밭, 유물밭이다. 신라 왕족들이 살았던 천년 궁터는 역시 다르다. 발굴 석달여 만에 고신라~통일신라시대의 암수키와들이 땅속에서 한가득 올라와 탑처럼 쌓였다. 발굴 구덩이 바닥엔 궁터의 자취들이 흩어져 있다. 고려시대 후대인들이 지을법한 집터와 유물들은 보이지 않았다. 신라 멸망 뒤 경주사람들은 월성에 집을 짓지 않았다. 기억의 성소를 지키려는 욕망이었을까. 촉촉한 봄비가 내린 18일 낮 신라 궁성터인 경주 인왕동 월성유적에서 발굴 설명회가 열렸다. 지난 12월부터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처음 발굴조사에 들어가면서 월성 들판 곳곳에는 발굴구덩이가 파였다. 조사 지역은 석빙고 근처의 핵심 권역 1만여평. 앞서 벌인 지층 물리탐사에서 건물터 등이 밀집한 구역으로 탐측됐던 곳이다. 실제 발굴결과도 얼추 맞아떨어졌다. 건물터 6동과 길이 50m 넘는 연못으로 추정되는 펄 흔적, 담장터 등이 드러났다. 심영섭 소장은 표면 흙 20~30cm를 걷어내니 곧장 유적층이 드러났고, 길이 27m에 달하는 12칸짜리 대형건물터와 연못터를 비롯해 신라 토기, 기와들이 무더기로 나왔다고 전했다.

각 지방 국립연구소와 발굴현장에서 뽑은 20명 넘는 정예인력들이 대거투입됐다. 걸음마를 뗀 단계지만, 벌써 중요한 사실이 밝혀졌다. 우선, 드러난 건물터와 담장 등은 통일신라 말기의 것이다. 그보다 후대 유적은 찾지 못했다. “유적 최상층부로, 통일신라 월성의 마지막 자취일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10세기 신라 경순왕이 고려에 나라를 바친 뒤 궁성은 허물어졌고, 그 상태가 후대까지 유지된 셈이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드러난 통일신라말 건물터 대부분이 다듬지 않은 자연석을 초석과 기단으로 쓰는 등 엉성한 얼개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반면 출토기와들은 상당수가 안압지 등의 최상급 건물에 썼던 용(도깨비)무늬, 보상화문 등의 고급 기와들이어서 뭔가 아귀가 맞지않다. 박윤정 연구실장은 “왜 고려시대 궁터 위에 집을 짓지 않았는지, 통일신라 말 궁터의 건물들이 왜 이렇게 조악한지가 풀어야할 의문”이라고 했다. 연구소 쪽은 20일 문화재위원회에서 정밀발굴 조사 전환을 요청하는 안건을 올릴 예정이다.

발굴이 힘든 겨울을 끼고 작업했는데도 연구소 쪽은 3달 만에 1만여평의 시굴조사를 끝마쳤다. 상식을 뒤엎는 발굴은 속도전에 가깝다. 발굴을 빨리 끝내고 복원하라는 지역인사들과 정치권의 압박을 의식했다는 뒷말도 들린다. 지난주 현장을 찾은 문화재위원들은 “제발 서둘지 말고 신중히 조사하라”는 당부를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심 소장은 “앞으로 벌일 정밀발굴조사는 건물터 등의 연관성과 배치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므로 최대한 속도를 조절할 방침”이라고 했다.

경주/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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