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고은 (사진=연합)
고은 시인 ‘노벨문학상’ 유력?
로이터, 도박사 예측 보도…황석영씨도 경쟁 합류
2000년 10월 13일(현지시각)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발표되었을 때 고은 시인은 <한겨레>에 ‘진정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의 특별기고문을 냈다. 이 글에서 고은 시인은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1920년대 인도 시인 타고르가 문학상을 받음으로써 식민지 인도에 강한 용기를 안겨 준 것 이상으로 한국에서는 문학상보다 평화상이 먼저 찾아와야 한다는 사실”을 특별히 강조해서 눈길을 끌었다.
노벨평화상에 관해 쓰는 자리에서 굳이 문학상을 언급한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짓궂은 이들은 이 대목을 ‘평화상 다음에는 문학상’이라 새겨 들었고, 한 발 더 나아가 ‘그 문학상의 주인공은 나 고은’이라는 속내가 숨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도 그럴 만한 것이 그 무렵을 전후해서 고은 시인은 해외 언론에서도 노벨문학상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던 것. 그리고 그렇게 되기까지는 고은 시인 자신의 정력적인 ‘프로모션’이 한 몫 했다는 것이 문단의 중평이다. 민주화운동의 극성기라 할 80년대까지 민주쟁취 국민운동본부 상임공동대표와 같은 재야 활동, 또는 민족예술인총연합 의장과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장과 같은 문화예술계 활동에 주력했던 고은 시인은 1990년대 들어서부터 부쩍 자주 나라 밖 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1년의 반을 국외에서 보낸다는 말까지 돌았다. 미국 하버드대와 버클리대에서 동시에 초빙교수 활동을 하면서 미 대륙의 동쪽과 서쪽을 오갔으며, 유엔총회장에서 축시를 낭송하는가 하면 세계시아카데미 회원으로서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시낭송 축제에 단골 손님으로 참여했다.
고은 시인 열정적 대외활동 “1년 절반은 나라 밖에서…”
열정적 시 낭송 위해 낭송 앞서 “독주 한 잔”
고은 시인의 열정적인 시 낭송은 국내에서도 잘 알려진 편이고 2000년 6월 평양의 남북 정상회담 연회장에서도 그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고 시인은 시낭송이나 연설을 하기 위해 무대에 오르기 전에 독주나 포도주 한두 잔을 단숨에 들이키는 것으로 소문이 나 있는데, 드라마틱한 어조와 몸짓으로 청중을 사로잡는 특유의 힘은 아마도 그 술기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싶다. 외국의 동료 문인들과 청중들에게 고은 시인의 낭송과 연설은, 비록 해독이 되지는 않아도, 대단히 문학적으로 받아들여질 법하다.
국내에서는 ‘지나친’ 다작에다 대표작이 없다는 판단도 겹쳐서 오히려 인색한 평을 듣는 감도 있지만, 국제 무대에서 고은 시인의 시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다. 동양적 선(禪)을 바탕에 깐 시풍이 매력적인데다, 민주화운동 투쟁 경력이라는 문학 외적인 배경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고은 노벨문학상’ 순항에 ‘경쟁자’ 황석영 등장? 어쨌든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향해서 ‘순항’하는 듯싶었던 고은 시인의 행로에 뜻밖의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소설가 황석영씨다. 황석영씨는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북한을 다녀온 죄로 오랫동안 해외를 떠돌다가 1993년 귀국했으며, 귀국 즉시 투옥되었다가 1998년에 석방되었다. 89년 방북 이후 10년 가까이 작품을 쓰지 못했던 황석영씨는 석방 직후부터 <오래된 정원> <손님> <심청> 등을 숨가쁘게 쏟아내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실주의의 진보적 핵심을 견지하면서도 다양한 형식 실험을 병행하는 그의 소설들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잇따라 번역 소개되고 있다. 그에 따라 황석영씨의 해외 나들이 또한 고은 시인 못지않게 잦아졌는데, 지금은 아예 생활 터전을 런던으로 옮겨 세계 무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있는 참이다. 이번 가을에는 독일의 유력 출판사 데테파우(dtv)에서 그의 소설 두 편이 한꺼번에 번역 출간될 예정이기도 하다. 방북-유랑-투옥…황씨 작품 해외호평 황씨, 잦은 해외출장 이어 런던에 ‘터전’ 고은 시인과 황석영씨는 고씨가 10년 연상의 ‘선배’로서 70년대 이후의 민주화투쟁 과정에서부터 동지적인 관계를 쌓아 온 사이지만, 최근에는 노벨문학상을 둘러싸고 미묘한 경쟁의식과 신경전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사석에서 마주친 두 사람이 서로의 해외 행보를 두고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고은 시인의 노벨문학상 행보를 위협할 경쟁자로서 황석영씨의 입지를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이 올 5월 하순 제2회 서울국제문학포럼 기간 중에 있었다. 일본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오에 겐자부로가 한 대학에서 행한 강연에서 황석영씨를 차기 노벨문학상 수상이 유력한 네 사람 가운데 하나로 공식 언급한 것이다. 다른 세 사람은 프랑스 작가 르 클레지오, 중국 작가 모옌, 그리고 터키 소설가 오르한 파묵이었다. 오에 개인의 호오가 작용한 판단이라 가볍게 받아들일 수도 있는 발언이었지만, 노벨문학상을 향해 일종의 경주를 벌이고 있는 두 당사자에게는 천금같은 무게로써 다가왔을 법하다.
국제적 도박사들 “고은 노벨문학상 유력 3인중 1인” 예측
2005년도 노벨문학상 발표를 1주일 정도 앞둔 지난 주말에는 고은 시인을 기쁘게 할 만한 외신이 하나 타전되었다. 로이터통신이 도박사들의 예측을 받아 쓴 이 기사는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와 스웨덴 시인 토머스 트란스트로메르와 함께 고은 시인을 올 노벨문학상 수상이 유력한 세 명의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명했다. 영국의 도박전문 업체 ‘래드브룩스’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도박사들은 아도니스의 수상 가능성을 2대1로 보고 있으며, 고은 시인과 트란스트로메르와 함께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 체코 소설가 밀란 쿤데라 등 8명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고은 시인은 몇 년 전에도 외신에서 노벨문학상의 유력 후보 가운데 한 사람으로 거론된 바 있다.
과연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누가 될 것인가.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고은 시인과 황석영씨말고도 박경리, 이호철, 최인훈, 조정래, 이문열씨 등이 자천 타천으로 거명되고 있다.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오는 6일 저녁 8시(한국시각)에 발표된다.
<한겨레>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국내에서는 ‘지나친’ 다작에다 대표작이 없다는 판단도 겹쳐서 오히려 인색한 평을 듣는 감도 있지만, 국제 무대에서 고은 시인의 시에 대한 평가는 높은 편이다. 동양적 선(禪)을 바탕에 깐 시풍이 매력적인데다, 민주화운동 투쟁 경력이라는 문학 외적인 배경 역시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고은 노벨문학상’ 순항에 ‘경쟁자’ 황석영 등장? 어쨌든 한국 최초의 노벨문학상을 향해서 ‘순항’하는 듯싶었던 고은 시인의 행로에 뜻밖의 ‘복병’이 등장했다. 바로 소설가 황석영씨다. 황석영씨는 당국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북한을 다녀온 죄로 오랫동안 해외를 떠돌다가 1993년 귀국했으며, 귀국 즉시 투옥되었다가 1998년에 석방되었다. 89년 방북 이후 10년 가까이 작품을 쓰지 못했던 황석영씨는 석방 직후부터 <오래된 정원> <손님> <심청> 등을 숨가쁘게 쏟아내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사실주의의 진보적 핵심을 견지하면서도 다양한 형식 실험을 병행하는 그의 소설들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잇따라 번역 소개되고 있다. 그에 따라 황석영씨의 해외 나들이 또한 고은 시인 못지않게 잦아졌는데, 지금은 아예 생활 터전을 런던으로 옮겨 세계 무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있는 참이다. 이번 가을에는 독일의 유력 출판사 데테파우(dtv)에서 그의 소설 두 편이 한꺼번에 번역 출간될 예정이기도 하다. 방북-유랑-투옥…황씨 작품 해외호평 황씨, 잦은 해외출장 이어 런던에 ‘터전’ 고은 시인과 황석영씨는 고씨가 10년 연상의 ‘선배’로서 70년대 이후의 민주화투쟁 과정에서부터 동지적인 관계를 쌓아 온 사이지만, 최근에는 노벨문학상을 둘러싸고 미묘한 경쟁의식과 신경전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사석에서 마주친 두 사람이 서로의 해외 행보를 두고 ‘뼈 있는’ 농담을 주고받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소설가 황석영 (사진=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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