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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조선왕실 마지막 회화’ 창덕궁 대조전 벽화 일반에 첫 공개

등록 2015-04-27 13:28수정 2015-04-27 13:28

‘봉황도’(원본)의 본래 설치 모습(동쪽 벽)
‘봉황도’(원본)의 본래 설치 모습(동쪽 벽)
‘봉황도’ ‘백학도’ 특별전 형식으로 선보여
한국미술사에서 손꼽히는 대작 그림이자 근대 과도기의 명작으로 평가되는 창덕궁 대조전 벽화들이 일반 관객에게 처음 공개된다. 일제 강점기인 1920년 조선 왕실(이 왕가)이 당시 화단의 촉망받는 화가들에게 부탁해 벽화들을 그린 지 95년만이다.

문화재청은 1회 궁중문화축전(5월2~10일)을 맞아 서울 경복궁 고궁박물관에서 창덕궁 대조전 벽화인 ‘봉황도’와 ‘백학도’를 특별전 형식으로 선보인다고 27일 밝혔다.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된 두 작품은 가로 5m, 세로 2m를 넘는 큰 그림이다. 원래 왕비의 처소였다가 1917년 화재로 불탄 대조전을 다시 지으면서 내부를 장식하기 위해 비단에 그려 붙인 부벽화(付壁畵) 형식의 작품이다.

‘봉황도’는 전각 대청 동쪽 벽에 당대 주목받는 소장화가들이었던 오일영(1890~1960)과 이용우(1902~1953)가 함께 그린 합작품이다. 상상의 동물인 봉황을 주제로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과 나리꽃, 바위 등을 그렸다. 이 작품과 마주보며 서쪽벽을 장식했던 ‘백학도’는 후대 채색인물화로 일가를 이룬 이당 김은호(1892~1979)의 그림이다. 학 16마리가 달을 배경으로 소나무로 날아 앉는 모습을 기품있게 묘사하고 있다. 벽화 속의 봉황과 백학은 군왕의 덕스러운 정치를 상징하는 전통적인 영물들로, 황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이 담겼다. 실제로 조선의 마지막 임금 순종은 1926년 이 벽화들이 붙어있는 대조전에서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았다.

‘백학도’(원본)의 본래 설치 모습(서쪽 벽)
‘백학도’(원본)의 본래 설치 모습(서쪽 벽)
두 벽화는 전통 궁중 장식화풍에 당시 화단에 도입된 근대 서구식 화풍이 반영된 수작들로, 20세기 초중반 국내 전통화단을 움직였던 대가들의 청년기 필력을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당시 막 30살로 산수화가로서 한창 작업하던 오일영과 양화 기법을 가미한 전통화의 혁신을 고민하던 10대 시절 이용우의 패기가 엿보이고, 역시 20대 초반이었던 김은호의 학 그림은 이미 묘사와 구도, 배색 등에서 대가의 자질을 드러내고 있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3년 대조전 벽화를 떼어내어 보존 처리 작업을 벌였다. 대조전에는 대신 모사본을 제작해 부착했고, 지난해 보존 처리가 완료된 원본은 국립고궁박물관으로 이관한 바 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보존 처리된 벽화와 더불어 벽화 보존 처리·모사본 제작 관련 영상과 벽화의 아름다운 모습을 담은 대형 애니메이션을 보여줄 예정이다. 고궁박물관 쪽은 “우아하고 정교한 황실 회화의 진수를 느끼고 근대기 회화의 변화상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창건 610돌을 맞는 창덕궁에는 대조전 벽화 외에 임금의 내전· 거실인 희정당과 경훈각에도 각각 2점씩의 대형 채색벽화들이 전해진다. 희정당에는 1910~20년대 최고의 화가로 꼽혔던 해강 김규진(1868~1933)이 그린 대표작으로 꼽히는 ‘총석정절경도’와 ‘금강산만물초승경도’가, 생활공간인 경훈각에는 심산 노수현(1899~1978)이 그린 ‘조일선관도’와 청전 이상범(1897~1972)이 그린 ‘삼선관파도’가 각각 동·서 벽면에 있다. 이 궁중벽화들은 그린 이들이 당대 최고화가인 해강 김규진과 국내 최초의 근대미술교육기관인 서화미술원 출신의 소장화가들일 뿐만 아니라, 전통회화가 근대화법의 영향 아래 변모해가는 과정을 드러내는 과도기적 작품들이라는 점에서 미술사적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국립고궁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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