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여대 박물관 소장 <자손보전>에 수록된 해주 최씨의 조리기록 첫장
동일 시기 집필된 ‘최씨음식법’ 발굴
현존하는 최초 한글조리서 가능성도
현존하는 최초 한글조리서 가능성도
최초의 한글조리서로 알려진 <음식디미방>과 같은 시기에 집필된 한글조리서 <최씨음식법>이 발굴됐다.
세계김치연구소(소장 박완수)는 <음식디미방>을 쓴 안동 장씨(1598~1680)보다 생몰연도가 빠른 해주 최씨(1591~1660)가 집필한 <최씨음식법>을 발굴했다고 26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음식디미방>이 최초의 한글조리서로 인정받아왔지만, 최씨가 장씨보다 7년 일찍 태어나 20년 먼저 사망했기 때문에 이 책이 현존 최초의 한글조리서가 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두 책 모두 집필시기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아 어떤 것이 더 앞선 한글조리서라고 할 수 있을지 앞으로 학계의 연구가 추가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채린 박사(세계김치연구소 연구개발본부장)는 최근 숙명여대 박물관에 소장 중인 신창 맹씨 종가의 문헌 <자손보전>에 한글조리서 <최씨음식법>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용을 분석한 논문을 <한국식생활문화학회지> 4월호에 발표했다. (논문명: ‘신창 맹씨 종가 <자손보전>에 수록된 한글조리서 <최씨 음식법>의 내용과 가치’)
이를 보면, <최씨 음식법>에는 김치류 6종을 포함해 총 20종의 17세기 조선 양반가의 음식조리법이 소개돼있다. 특히 고추가 한반도에 널리 전파되기 이전 맨드라미와 할미꽃을 사용한 김치 제법이 눈에 띈다. 지금까지 김치의 붉은 색을 내던 맨드라미 사용 조리법을 확인한 첫 기록은 농서인 <증보산림경제>(1766)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씨음식법>은 이보다 100여년 앞선 1600년대의 것이다. 김치에 항균작용을 하는 할미꽃을 넣은 것도 15~16세기 <산가요록> <수운잡방>에서 확인된 바 있지만, 이번 발굴로 17세기까지 이런 조리 풍속이 이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해주 최씨는 인조 때 성균관학유·박사·전적을 거쳐 호조좌랑, 예조 정랑 겸 춘추관 기주관·금산 군수·장흥 부사 등을 거친 맹세형(1588~1656)의 부인으로 확인됐다. 연구소 쪽은 “이 책에는 충청 및 중부지역 음식조리법이 기록돼 있어 경상도 음식을 소개한 <음식디미방>과 상호 비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료적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이유진 기자 frog@hani.co.kr
‘최씨음식법’에 나타난 할미꽃과 맨드라미를 재료로 활용한 오이김치 조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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