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덧널무덤과 유물출토상태, 남서→북동. 문화재청 제공
국내 최대의 선사시대 유적이면서도 레고랜드 건립터로 지정돼 보존 논란을 빚어온 강원도 춘천 중도 유적에서 삼국시대의 무덤과 귀금속 부장품이 처음 확인됐다.
문화재청은 예맥문화재연구원 등 5개 조사기관이 지난해부터 조사해온 중도 유적의 2차 조사지역에서 최근 삼국시대 소형 돌덧널무덤(석곽묘) 1기가 드러났으며, 이 무덤에서 고구려 계통의 금제굵은고리귀걸이(금제태환이식)이 출토됐다고 3일 발표했다. 국내 선사유적의 메카로 꼽히는 중도에서 훨씬 후대인 삼국시대의 전형적인 돌덧널 무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첫 사례다. 특히 고구려 계통의 귀금속 부장품이 출토된 것도 중도 발굴 이래 처음 있는 일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사단에 따르면, 발굴된 무덤은 레고랜드 건립터 동북쪽 고인돌 무덤떼 부근에서 확인됐으며, 북동-남서쪽을 주축으로 만들어졌다. 후대에 쌓은 위 지층에서 작물을 키우면서 덮개돌과 위쪽 벽석의 일부가 파괴된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무덤 구덩이 규모는 길이 320cm, 너비 260cm 정도다. 바닥에는 작은 강돌을 깔아 주검을 올리는 판인 ‘시상(屍床)’을 만들었으며, 남쪽 바닥에서는 무덤 주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뼈 일부가 거의 흙으로 변한 채 확인됐다.
금제 굵은고리 귀걸이, 청원 상봉리 귀걸이, 평양 안학동 귀걸이(왼쪽부터)
눈길을 끄는 것은 무덤 안 북쪽에서 출토된 고구려 계통의 금제 귀걸이다. 이 귀걸이는 중심고리(主環)와 노는고리(遊環), 연결고리, 구체(球體 :중심고리 아래에 달리는 꾸미개 장식으로 샛장식, 중간식(中間飾)이라고도 한다), 원판 모양 장식, 추 모양 장식 등의 정교한 세부들로 이뤄져 있다. 전체 길이는 4.5cm 정도로, 중심고리는 지름 약 1.8cm, 너비 약 1.4cm의 원형이고, 노는고리는 길이 약 1.4cm, 너비 약 2.1cm의 타원형을 띤다. 구체는 모두 14개의 소환(小環:작은고리)을 이어 붙였고, 위아래로 두꺼운 고리를 땜 접합해 연결고리와 원판 모양 장식을 잇고 있는 게 특징이다. 앞서 출토된 고구려계 금제 귀걸이의 양식과 견줘볼 때, 평양 대성구역 안학동 출토 귀걸이, 청원 상봉리 출토 귀걸이와 비슷하다. 구체와 원판 장식, 추 모양 장식이 좀 더 커지고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점 등으로 미루어 기존 출토 귀걸이들보다는 다소 늦은 6세기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정연우 예맥문화재연구원장은 “고구려 변방 지역인 중도에서 상위 귀족들이 지녔던 금제귀걸이가 나왔다는 것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그는 “돌덧널 무덤이 삼국시대인 것은 확실하지만, 고구려 계통인지는 확실치 않아 좀더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중도 유적은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는 목에 자리한 한국의 대표적인 선사유적지다. 1980년대 국립박물관이 조사한 이래 ‘중도식 토기’ 등의 각종 생활유물과 집터, 고인돌터, 인골 등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강원도와 춘천시가 유치한 세계적인 완구회사 레고랜드 공원의 건립을 앞두고 2011년 이후 문화재 조사기관들이 벌인 건립터 시굴 및 1차 발굴조사에서 국내 최대규모인 1400여기의 청동기시대 유구가 무더기 확인돼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이후 레고랜드 건립의 타당성과 고인돌터 등 유적 유구의 보존 방식을 놓고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화재청은 “3월부터 시작된 2차 발굴조사에서도 청동기·원삼국 시대 집터와 고인돌, 삼국시대 밭 등이 확인돼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화재청은 9일 오후 2시 중도 유적 현장에서 공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문화재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