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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중도 유적에서 삼국시대 무덤 첫 발굴

등록 2015-06-03 19:37수정 2015-06-03 21:11

중도 유적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돌무지덧널무덤 전경. 사진 문화재청 제공
중도 유적에서 발견된 삼국시대 돌무지덧널무덤 전경. 사진 문화재청 제공
레고랜드 건립터 동북쪽서 발견
고구려계 금제 귀걸이 ‘눈길’
소형 돌덧널무덤 더 분석해봐야
국내 최대의 선사시대 유적인데도 테마놀이공원인 레고랜드 건립터로 지정돼 보존 논란을 빚어온 강원도 춘천 중도 유적에서 삼국시대의 무덤과 귀금속 부장품이 처음 확인됐다.

무덤 안에서 확인된 고구려 계통의 금제굵은고리 귀걸이. 사진 문화재청 제공
무덤 안에서 확인된 고구려 계통의 금제굵은고리 귀걸이. 사진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은 5개 발굴기관이 맡은 중도유적의 2차 조사지역에서 최근 삼국시대의 작은 돌덧널무덤(석곽묘) 1기가 드러났으며, 이 무덤에서 고구려 계통의 금제굵은고리귀걸이(금제태환이식)가 나왔다고 3일 발표했다. 국내 선사유적의 본산으로 꼽히는 중도에서 훨씬 후대인 삼국시대의 전형적인 무덤 양식이 확인되고, 고구려풍의 귀금속 유물이 출토된 것은 중도 발굴이 시작된 이래 처음이어서 학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사단에 따르면, 발굴된 무덤은 레고랜드 건립터 동북쪽의 고인돌 무덤떼 부근에서 발견됐다. 북동-남서쪽을 주축으로 무덤방을 만들었으나, 후대 쌓인 위 지층이 밭으로 경작돼 덮개돌과 벽석 일부가 파괴된 상태였다. 무덤 구덩이 규모는 길이 320㎝, 너비 260㎝ 정도다. 바닥에 작은 강돌을 깔아 주검을 올리는 판인 ‘시상’(屍床)을 만들었으며, 남쪽 바닥에서는 무덤 주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다리뼈 일부가 거의 흙으로 변한 채 확인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무덤 안 북쪽에서 출토된 고구려계 금제 귀걸이다. 이 귀걸이는 중심고리인 주환(主環)과 노는고리인 유환(遊環), 연결고리, 구체(球體: 중심고리 아래에 달리는 꾸미개 장식), 원판 모양 장식, 추 모양 장식 등의 정교한 세부 부재들로 이뤄져있다. 전체 길이는 4.5㎝ 정도로, 중심고리는 지름 약 1.8㎝, 너비 약 1.4㎝의 원형이고, 노는고리는 길이 약 1.4㎝, 너비 약 2.1㎝의 타원형을 띤다. 구체는 14개의 소환(小環: 작은고리)을 이어 붙였고, 위아래로 두꺼운 고리를 땜 접합해 연결고리와 원판 모양 장식을 잇고 있는 게 특징이다. 과거 출토된 고구려계 금제 귀걸이의 양식과 견줘볼 때, 평양 대성구역 안학동에서 출토된 귀걸이, 청원 상봉리 출토 귀걸이와 비슷한 얼개다. 구체와 원판 모양 장식, 추 모양 장식이 좀 더 커지고 발전된 모습을 보이는 점 등에서 기존 귀고리들보다는 다소 늦은 6세기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적을 조사한 예맥문화재연구원의 정연우 원장은 “고구려 변방인 중도에서 귀족들이 지녔던 금제귀고리가 나왔다는 것은 이례적일 뿐 아니라 상당한 역사적 의미를 지닌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번에 발견된 돌덧널무덤이 삼국시대의 것임은 분명하지만, 귀고리처럼 고구려 계통인지는 확실치 않아 좀더 검토와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3월부터 시작된 이번 2차 발굴조사에서는 청동기·원삼국 시대 집터와 고인돌, 삼국시대 밭 등도 다수 확인돼 추가 조사가 진행되는 중이다.

이전에 충북 청원에서 출토된 고구려 귀걸이. 사진 문화재청 제공
이전에 충북 청원에서 출토된 고구려 귀걸이. 사진 문화재청 제공
중도 유적은 북한강과 소양강의 물길이 만나는 목에 자리한 곳으로, 선사시대부터 청동기, 철기시대까지 다양한 집터와 무덤떼 등이 밀집돼 있다. 1980년대 국립박물관이 조사한 이래 ‘중도식 토기’ 등의 각종 생활유물과 집터, 고인돌터, 인골 등이 쏟아지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선사유적지로 평가받았다. 2011년 강원도와 춘천시는 중도에 영국 완구회사 레고랜드의 테마파크를 유치했으나 공원 건립에 앞서 2013~14년 1차 발굴조사에서 국내 최대규모인 1400여기의 청동기시대 마을터 유적들이 무더기로 발견되면서 유적 보전 문제가 쟁점으로 불거졌다. 레고랜드 건립의 타당성과 고인돌터 등 유적 유구의 보존 활용 방식을 놓고 지금도 논란은 계속되는 중이다. 문화재청은 9일 오후 2시부터 중도 유적 현장에서 공개 설명회를 열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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