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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미술시장 ‘중국발 돈바람’

등록 2015-06-09 19:41수정 2015-06-10 11:29

최근 중국 컬렉터들이 한국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들의 ‘차이나머니’가 한국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30일 오후 홍콩섬 그랜드 하얏트 호텔 2층에 차려진 서울옥션의 현지 경매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단색조회화를 비롯한 출품작들을 둘러보고 있다.
최근 중국 컬렉터들이 한국 미술품 투자에 관심을 돌리고 있다. 이들의 ‘차이나머니’가 한국 미술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달 30일 오후 홍콩섬 그랜드 하얏트 호텔 2층에 차려진 서울옥션의 현지 경매 전시장에서 고객들이 단색조회화를 비롯한 출품작들을 둘러보고 있다.
서울옥션·케이옥션 홍콩경매
중국 컬렉터들 관심 덕 ‘대박’
단색조회화 ‘케이아트’로 인기
중국시장 폄하하던 국내 화랑업자
‘차이나머니’ 흐름에 촉각 세워
시절이 요상하게 바뀌었다. 요즘 한국 미술시장은 한때 하수로 깔봤던 중국 컬렉터들의 돈바람을 맞고있다. 이른바 차이나머니가 기업에 이어 한국미술품도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국내 양대 경매사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의 홍콩 경매가 신호탄이었다.

박서보, 윤형근, 정상화 작가 등이 벽지처럼 그린 70~80년대 단색조회화를 중심으로 200점 넘는 사상최대 규모의 한국 미술품을 국외 매장에 내놓은 홍콩 경매는 도드라진 성과를 냈다. 서울옥션은 낙찰률 95%에 낙찰총액(수수료 포함) 173억여원, 케이옥션도 89.4% 낙찰률에 116억원의 낙찰총액을 올려 거래액만 300억원에 육박했다. 출품작의 3분의1 이상인 단색조 계열 그림은 100% 낙찰됐다. 이런 약진은 상당부분 중국의 컬렉터들의 관심 덕분이었다. 그들이 국내 단색조회화와 근대그림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옥션 경매의 경우 6억여원에 낙찰된 정상화 작가 100호 대작은 상하이 롱 미술관장 왕웨이가 사들인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시작가의 10배인 19억원에 팔려 화제를 모은 김환기의 대작 ‘푸른 산’도 그가 낙찰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명로의 대작 ‘크랙’도 중국 고객이 작가 경매 최고가인 2억여원을 부르며 샀다. 케이옥션 경매의 단색조 작가들 작품 상당수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국내 컬렉터 상당수도 경매에 참가했지만, 국내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값을 부르는 중국, 서구 컬렉터들 앞에 힘을 쓰지 못했다. 서울옥션 관계자는 “왕웨이의 경우 중국 미술계 영향력이 큰 컬렉터여서 그가 경매 대표작들을 낙찰받은 건 이후 현지의 한국미술품 투자에 적지않은 여파를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음이 급해진 것은 국내 화랑업자들이다. 십년전만 해도 ‘이발소 작품’을 팔던 곳이며 상술을 좀더 배워야한다고 중국 시장을 폄하했던 이들은 경매 이후 현지 컬렉터들 취향과 유행을 챙기는데 신경쓰는 눈치다. 경매 직후 열린 부산의 국제미술품장터 ‘아트부산’에서는 일부 화랑이 대만고객들을 다수 데려와 단색조 작품들을 거뜬히 팔았다는 후문이 흘러나왔다.

미술계는 홍콩 경매를 기점으로 국내 시장의 작품 유통이 국외컬렉터, 특히 중국 고객의 취향과 트렌드에 따라 움직이는 ‘차이나머니 구동 현상’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원래 중국 컬렉터들은 자국의 고서화와 근현대 미술품에 집중해왔다. 이런 틀에 변화가 나타난 것은 지난해부터다. 서구 크리스티·소더비 경매에 중화권 갑부들 응찰소식이 들리더니 5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는 중국의 재벌 컬렉터들이 서구 근현대미술 회화 구입을 주도하면서 세계 일류 경매시장의 주역으로 등장했다. 이번 홍콩 경매를 중국 컬렉터들이 움직인 것도 이 거대한 흐름의 일부로 볼 수 있다. 국제적 경쟁력이 입증된 단색조회화의 경우 일종의 케이팝 같은 ‘케이아트’로 비춰지면서 수집욕구를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홍콩경매 뒤 서울옥션의 주가는 코스닥시장에서 1주당 2만원선을 돌파하며 우량주 반열에 들었다. 올초 5000원 남짓하던 주가가 서너달 사이 4배이상 폭등했다.

차이나머니가 국내 시장에 장기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좀더 지켜봐야 한다. 그러나 중국 컬렉터들의 관심이 국내 미술시장을 호황 기조로 이끄는 끌차가 될 것이란 기대감은 높아진 게 사실이다. 물론, 그렇다고 한국 미술시장의 고질적인 한계가 확 풀린 것은 아니다. 한국시장을 떠받쳐온 국내 컬렉터들의 내수 기반이 빈약한데, 이를 확충할만한 묘안을 찾지 못하고 국외 고객 위주로 미술시장이 재편된데 대한 우려도 없지않다. 중국 고객들이 탐내는 단색조회화의 경우 상품성을 확장할 미술사 담론이 아직 정리되지 않았다는 한계도 짚을 필요가 있다. 시장에 눌려 학계나 평단의 존재감이 사라진데다 원로작가, 학자들끼리의 이견과 대립이 큰 탓이다. 명칭만 해도 단색조, 모노크롬, 단색화 등이 혼재된 상태에서 유력화랑들이 정한 ‘단색화’가 맥락없이 통용되는 실정이다. 서울 북촌 화랑가의 한 관계자는 “명칭, 개념, 정체성 측면에서 실체가 모호한 장르란 점이 미술시장에서 불안정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히는데, 해결될 전망도 막연하다는 게 사실 걱정거리”라고 털어놨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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