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장 채용 공모에서 최종 후보로 선정됐으나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부적격 통보를 받은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이 1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찻집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종덕 장관은 문화체육관광부를 망치는 ‘문사코’(문화적인 사이코패스)라고 봅니다. 당사자와 면담도 안 하고, 뚜렷한 사유도 대지 않고 ‘부적격’ 세 글자로 모든 과정을 뒤엎었어요. 도저히 납득이 안돼요.”
최효준 전 경기도미술관장(64)은 격앙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10일 낮 서울 명동의 한 찻집에서 간담회를 자청해 기자들과 만난 그는 자신이 최종 후보자로 오른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절차를 문화체육관광부가 전날 뒤엎고 재공모를 발표한 데 대해 격렬한 반박과 비난을 쏟아냈다. “모호한 미술계 여론만 내세워 ‘부적격’ 판정을 내린 김 장관은 문화수장 자격이 없으며 심정적으로 이번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최 전 관장은 서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호암미술관(현 삼성미술관) 연구원,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실장과 덕수궁미술관장 등을 지낸 미술계 중견 인사다. 인사혁신처가 1월말부터 4월초까지 진행한 관장 공모에서 애초 신청한 응모자 15명 가운데 미술평론가 윤진섭(60)씨와 함께 최종후보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문체부의 일방적인 재공모 결정으로 미술계 경력에 큰 상처를 입게 됐다. 그는 “인사혁신처가 공직 채용의 공정성을 위해 막대한 시간과 예산, 인력을 들여 진행한 공모 결과를 여론수렴 결과라며 ‘부적격’으로 뒤엎은 것은 개혁적 인사시스템을 무력화시킨 사례”라고 주장했다. 미술계 일각에서 떠돌고있는 홍익대 출신 김 장관의 인사배제 설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나오자 그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공모 당시 응모자들에 대한 집중적인 인사검증을 거쳐 제가 최종 후보자로 선정된 겁니다. 장관이 관장 직무에 미흡하다고 판단했다면 직접 끝장면접 하든지 해서 분명한 근거를 제시하고 소명을 들은 뒤 임명 여부를 결정하는 게 순리 아닙니까. 내 편이 아니면 불신하고 결코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아요. 요즘 문체부 인사에서 ‘괄목홍대’란 말이 나오지요. 영진위위원장이나 아리랑티브이 사장 인사 등에서 드러나지 않았습니까.”
최 전 관장은 또 문체부 관계자가 8일 자신을 찾아와 재공모 사실을 통보하면서 자진사퇴를 종용했다는 주장도 폈다. “대화를 녹취해놨다. 당시 장관 면담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문체부 결정이 절차상으로는 적법해 법적으로 대응할 생각은 없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편, 문체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어 ‘부적격’ 판단은 최 전 관장에 대한 문화예술계 의견, 국립현대미술관 재직 당시(2009년 8월~2011년 1월)의 업무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이며 자진사퇴 압박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적극적인 업무 추진력, 창의성과 혁신적 마인드 등 변화와 진취성이 요구되는 관장 업무를 수행하는 데 다소 미흡’하다고 판단해 재공모를 결정했다는 내용이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장관이 미술계 학맥과 연줄 일체를 배제하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내린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