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트래펄가에 있는 국립포트레이트갤러리(초상화미술관). 1856년 건립된 이 명품 미술관을 모델 삼아 서울시가 사진박물관 건립을 추진중이다.
2800평 4개층에 전시실·강의실…
시민들 생활모습 담은 사진 전시
“지역 문화뿐 아니라 경제 구심점”
사진계 ‘오랜 꿈’ 현실화 기대 속
“특정인사 중심 밀실 추진” 우려도
시민들 생활모습 담은 사진 전시
“지역 문화뿐 아니라 경제 구심점”
사진계 ‘오랜 꿈’ 현실화 기대 속
“특정인사 중심 밀실 추진” 우려도
국가나 광역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국공립 사진미술관은 국내 사진계 사람들이 수십년 꿈꿔온 숙원이다. 최근 이 꿈이 현실화할 조짐이 보인다.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2800여평 규모의 ‘공공 사진미술관’을 세우기로 하고 세부 건립 계획을 추진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한겨레>는 최근 서울시 문화예술과 주관으로 추진중인 사진박물관(포트레이트갤러리) 건립 계획안을 단독 입수했다. 서울 도봉구 창동 1-8 청소차고지 일대에 내년부터 2018년까지 서구와 일본 등의 국공립 사진미술관을 모델로 한 사진박물관을 짓는 것을 목표로, 전문가 자문, 시설 용역 등 단계별로 준비작업을 진행하겠다는 내용이다. 건립안을 보면, 사진박물관은 연면적 2800여평(9500㎡)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초대형 시설이다. 390억원 예산을 들여 상설전시실과 기획전시실, 시민작품 대여 전시공간, 중앙홀과 아트숍, 강의실 등을 설치하고 역사적 인물과 시민들 생활상 등을 담은 사진들을 소장, 전시한다는 계획을 제시하고 있다. 시쪽은 애초 창동 건물터를 제공하고 정부가 국비를 분담해 국립 사진미술관을 건립한다는 구상을 세웠으나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난색을 표명해 시립 사진박물관 단독사업으로 목표를 수정했다. 시 관계자는 “박원순 시장이 영국 런던에 있는 국립초상화갤러리를 인상깊게 관람했던 기억을 이야기하면서 사진박물관 건립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시에 따르면, 사진박물관 구상이 시작된 것은 2012년 5월 상업사진가 조세현씨가 박 시장을 면담해 서울포트레이트갤러리 설립을 건의하면서부터다. 조씨는 영국 런던 동부 슬럼가에 화이트채플갤러리가 설립된 뒤 지역 경제 회복의 구심점 노릇을 했다는 선례를 들며 시민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모습을 전시하는 전시장 설립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시는 이후 조세현 사진가, 최시영 건축가 등과 건립추진위 구성방안, 시설면적 등을 논의하며 건립 계획을 입안했으며, 올해 2월 창동 청소차고지 2300여평을 터로 점찍고 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시 쪽은 건립안에서 “포트레이트갤러리 건립으로 창동 지역의 문화예술 위상을 높이고 신경제 중심지로 조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와 관련해 시는 3월 문체부에 전액 국비 지원안과 광역·지역발전 특별회계 지원안 2가지를 놓고 국립 사진박물관 건립 여부를 타진했으나 문체부는 국비 지원이 어렵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시 쪽은 국내에 제대로 된 사진박물관이 없다는 것을 건립계획의 기본 배경으로 꼽고 있다. “국내 15개 대학에 사진학과가 있고 사진 저변 인구도 급속히 늘고 있는데 사진전문미술관은 공립인 영월 동강사진박물관과 사립인 서울의 한미사진미술관과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에 불과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소실되어가는 역사로서의 사진, 문화재로서의 사진 및 현대미술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예술작품으로서의 사진들을 발굴, 수집, 보존할 수 있는 항구적 시설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사진계 쪽은 우려와 기대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전시 운영 계획과 수집품 구성 같은 콘텐츠 고민과 의견 수렴보다 소수 특정 인사 중심으로 밀실 건립을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평론가 최봉림, 이영준씨는 지난달 서울시와 문체부 쪽에 건립 계획이 사진계의 중지를 모으지 않고 졸속 추진되고 있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최봉림 평론가는 “시가 소장하겠다는 초상사진 컬렉션의 핵심은 구한말과 일제강점기, 해방 뒤 촬영된 역사적 위인·대중의 사진들로, 국립중앙박물관, 국립고궁박물관, 한미사진미술관 등에 이미 대부분 소장돼 있어 이관해야 한다는 난제가 생긴다. 이에 대한 준비와 대책이 없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 달리, 기획자 ㄱ씨는 “사진계가 철저히 인맥 파벌로 갈라져 의견 수렴을 해도 합치된 운영방향을 정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관에서 빨리 건립을 주도하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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