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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온통 ‘금빛 범자’로 뒤덮힌 고려 목관, 세상에 드러나

등록 2015-08-25 09:23수정 2015-08-25 16:32

순창 농소고분 출토 목관서 300여자 범자 확인
고려시대 것으로 판명된 농소고분의 관곽 노출상황.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고려시대 것으로 판명된 농소고분의 관곽 노출상황.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표면이 온통 금가루로 쓴 고대인도 범자로 뒤덮힌 농소고분의 목관 서쪽판재 부분.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표면이 온통 금가루로 쓴 고대인도 범자로 뒤덮힌 농소고분의 목관 서쪽판재 부분.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금빛의 고대 인도 문자들로 표면이 온통 뒤덮힌 700여년전 고려사람의 목관이 세상에 실체를 드러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상준)는 지난해 12월 전북 순창군 운림리 농소고분에서 나온 고려시대의 관곽(棺槨:주검을 넣는 속널과 겉널)을 최근 정밀조사한 결과, 속널인 목관의 겉표면에서 화려하게 금가루를 입혀 쓴 300여자의 범자(梵字)를 확인했다고 25일 발표했다. 범자란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말을 표기할 때 썼던 독특한 모양의 문자로, 삼국시대부터 이땅에 전래돼 지금도 고찰의 불교문서나 불교미술품 등에서 간간이 볼 수 있다.

연구소가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 목관의 겉부분을 가득 채운 금빛 범자들은 고려~조선시대 절에서 주로 썼던 범자의 글자체인 ‘실담체’와 ‘란차체’로 쓰여졌으며, 흰색의 원형 무늬가 각각의 글자 바깥을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부처의 가르침을 함축해 표현한 주문 성격의 문구인 ‘육자진언(六子眞言)’과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의 내용을 담고 있다.

금빛범자로 목관 표면이 뒤덮힌 농소고분의 관곽 가상 복원도.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금빛범자로 목관 표면이 뒤덮힌 농소고분의 관곽 가상 복원도.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농소고분에 묻혀있던 목관 단면을 그린 모식도.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농소고분에 묻혀있던 목관 단면을 그린 모식도.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목관에 적힌 두 진언은 중생을 구제해 극락왕생을 비는 유력한 주문으로 옛부터 이땅의 불자들 사이에서 널리 암송됐다. ‘육자진언’의 경우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六道)를 벗어나 부처의 세계에 태어나게 해달라는 ‘옴마니파드메훔’의 여섯 글자로 되어있다. ‘파지옥진언’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는 의미를 지닌 ‘옴까라데야스바하’의 일곱 글자로 되어있는 진언인데, 현재까지 출토된 고려시대의 목관에서 이 진언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라고 한다.

또, 목관의 재질은 소나무이며,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결과 13~14세기에 만들어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소 쪽은 설명했다.

농소고분은 그동안 삼국시대 무덤으로 전해지다가 지난해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의 발굴조사를 통해 그보다 후대인 고려시대 덧널무덤(토광목곽묘)으로 연대가 확인됐다. 망자의 머리카락을 뭉친 다발이 가지런히 담긴 청동반을 비롯해 청동합, 청동숟가락 등의 고려 생활유물들이 많이 출토돼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연구소 쪽은 수습된 목관에 대한 보존처리를 끝내는대로 고분의 성격, 출토 유물, 범자 등에 대한 분석 성과를 담은 조사보고서를 내년에 펴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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