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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고려 목관에 금빛 ‘고대 인도 문자’가…

등록 2015-08-25 19:43

고려시대의 관곽(棺槨:주검을 넣는 속널과 겉널)
고려시대의 관곽(棺槨:주검을 넣는 속널과 겉널)
작년 순창서 나온 관곽서 드러나
금가루 입힌 ‘범자 300여자’ 확인
극락왕생 비는 주문 형식의 문구
금빛의 고대 인도문자들을 표면에 가득 적어넣은 고려 사람의 목관이 700여년 만에 세상에 제 모습을 드러냈다.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소장 이상준)는 지난해 12월 전북 순창군 운림리 농소고분에서 나온 13~14세기 고려시대의 관곽(棺槨:주검을 넣는 속널과 겉널)을 최근 정밀조사한 결과, 속널인 목관 표면 사방에 금가루를 입혀 쓴 300여자의 범자(梵字)들을 처음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범자란 고대 인도의 산스크리트말을 표기할 때 썼던 독특한 모양의 문자로, 삼국시대부터 전래돼 고찰의 문서나 불교미술품 등에서 간간이 볼 수 있다.

공개한 분석자료를 보면, 목관의 겉부분을 덮은 금빛 범자들은 목곽과 한덩어리로 붙어있던 목관을 떼어내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고려-조선시대 절에서 썼던 범자 글자체인 ‘실담체’와 ‘란차체’로 쓰여졌으며, 흰색 원형 무늬가 각각의 글자 둘레를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범자들은 판독결과 부처의 가르침을 함축한 주문 형식의 문구인 ‘육자진언(六子眞言)’과 ‘파지옥진언(破地獄眞言)’을 담은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소 쪽은 목관에 금가루 입힌 범자를 화려하게 장식한 점으로 미뤄 목관의 주인이 지역의 최상층 유력자였던 것으로 보고있다.

목관 표면에 적힌 두가지 진언은 극락왕생을 비는 내용으로 옛부터 불자들 사이에 널리 암송됐던 주문이다.

‘육자진언’의 경우 지옥, 아귀, 축생, 아수라, 인간, 천상의 육도(六道)를 벗어나 부처의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해달라는 ‘옴마니파드메훔(Om ma ni pa dme hum)’이란 여섯 글자로 되어있다. ‘파지옥진언’은 지옥에서 고통받는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뜻을 지닌 ‘옴까라데야스바하(Om ka ra de ya sva ha)’의 일곱 글자로 이뤄진 진언인데, 고려 목관에서 확인되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유물을 조사한 이지영 연구사는 “묘지명 등에 범자를 새긴 사례는 더러 있으나, 목관 자체에 범자를 적은 사례는 이번 출토품이 유일하다”며 “불교의 내세신앙 영향을 받은 고려시대의 진귀한 매장풍습을 알려주는 자료”라고 설명했다. 연구소 쪽은 목관 재질은 소나무로 판명됐으며, 방사성탄소연대 측정결과 13~14세기 유물로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농소고분은 삼국시대 무덤으로 알려졌다가 지난해 연구소의 발굴조사를 통해 고려시대 덧널무덤(토광목곽묘)으로 실체가 드러났다. 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다발이 담긴 청동반을 비롯해 청동합, 청동숟가락 등의 생활유물들이 많이 나와 관심을 모았다. 연구소 쪽은 목관의 보존처리를 끝내는대로 고분의 성격, 출토 유물, 범자 등에 대한 연구성과를 담은 보고서를 펴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립나주문화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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