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황남대총 발굴 현장에서 박정희 대통령에게 설명을 하는 김정기 박사. 박 대통령 옆에 당시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한 박근혜 대통령이 보인다. 사진 KTV 화면 촬영
경주 천마총, 황남대총 등 60~80년대 국가 주도의 기념비적 발굴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한국 고고학의 초석을 닦은 원로학자 김정기 박사가 26일 저녁 서울 은평구 신사동 자택에서 노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85.
김 박사는 경남 창녕 출신으로 일본 메이지대 건축학부를 나와 도쿄대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건축사를 전공한 그는 1959년 귀국해 국립박물관 학예연구관으로 경주 감은사탑 조사작업을 맡으면서 국내 유적 발굴 현장에 뛰어들었다. 그뒤 문화재관리국 문화재연구실장(1969년)과 초대 국립문화재연구소장(75년~87년)에 오랫동안 봉직하면서 나라를 대표하는 대규모 고대유적과 고건축물에 대한 발굴 복원 작업을 도맡아 이끌었다. 숭례문 해체복원(1960년대 초반), 불국사 복원(70년대 초반)에 이어 경주 천마총(74~75), 황남대총(73~75), 황룡사터(76~83), 익산 미륵사터(80년대 초중반) 등 기념비적인 고대 유적들을 발굴, 조사했다. 70년대 박정희 정권의 경주관광개발계획 아래 진행된 경주 고적발굴조사의 실질적인 총책임자로서, 당시 그가 발굴을 지휘했던 천마총, 황남대총, 안압지, 황룡사터 등의 대규모 신라유적들은 오늘날 한국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국민문화재의 반열에 올랐다. 국립문화재연구소장 퇴임 뒤에는 문화재위원과 한림대 사학과 교수, 한국문화재보호재단 조사단장 등을 지냈다.
유족으로는 부인 하상연(79)씨와 아들 김병곤(49) 동국대교수, 딸 김정숙(47)씨가 있다. 빈소는 동국대 일산병원이며 발인은 29일 오전 4시다. 유해는 화장한 뒤 고인의 고향인 창녕의 군립추모원에 봉안하기로 했다. (031)961-9400.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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