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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한국인이 찍은 가장 오래된 고종 초상사진 찾았다

등록 2015-10-05 14:26수정 2015-10-05 15:10

고종황제가 대한제국황실에서 찍은 가장 오래된 초상사진. 해강 김규진이 촬영했다.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고종황제가 대한제국황실에서 찍은 가장 오래된 초상사진. 해강 김규진이 촬영했다.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미 뉴어크박물관 조사 중
1905년 김규진이 덕수궁 중명전에서 찍은 사진 발견
촬영장소·시기·작가 함께 기록된 유일한 사례
한국 근대사·사진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

고종황제가 1905년 을사늑약이 일제의 강압으로 체결된 덕수궁 중명전에서 그해 찍은 초상사진이 처음 세상에 나왔다. 이 사진은 국내 사진계 선각자이며 근대서화가로도 유명한 해강 김규진(1868~1933)이 찍었다는 기록이 함께 붙어있어 한국인이 찍은 가장 오래된 고종황제의 초상사진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4월 미국 뉴어크박물관이 소장한 한국문화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1905년 김규진이 찍어 미국 외교사절에 준 고종의 흑백초상사진을 찾아냈다고 5일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이 사진은 원래 미국의 철도·선박 재벌이던 에드워드 해리먼(1884~1909)의 소장품이었다가 그의 사후인 1934년 부인이 기증한 것이라고 한다. 1905년 해리먼이 미국 외교사절로 대한제국 황실을 예방할 당시 황실에서 선물로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 쪽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고종은 병풍 앞에서 황제의 복식인 황룡포를 입고 익선관을 쓴 채 앉아 비스듬한 시선으로 앞을 보고있는 모습이다. 흑백사진이지만, 황룡포와 익선관을 각각 노란색과 보라색으로 채색한 것이 특징이다.사진을 붙인 배경지 오른쪽 상단에 붓글씨로 ‘대한황제진광무구년재경운궁(大韓皇帝眞光武九年在慶運宮)’이란 붓글씨 제목이 있고 하단에는 ‘김규진조상(金圭鎭照相)’이란 글씨가 장식무늬와 함께 인쇄돼 광무 9년인 1905년에 경운궁(덕수궁)에서 김규진이 찍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또 사진 아랫부분에 8각형 기하무늬가 연속된 서양식 타일 바닥이 보이는데, 이 타일 무늬가 현재 덕수궁 중명전 1층 복도의 타일과 똑같아서 촬영 장소가 을사늑약을 체결한 중명전이란 것도 드러났다.

고종초상사진이 보관상자에 담긴 모습.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고종초상사진이 보관상자에 담긴 모습.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재단 쪽은 “한국 사진가가 찍은 대한제국 황실 사진 가운데 가장 시기가 이른 것으로 판명됐다”며 “사진이 부착된 앨범과 앨범을 보관한 나무상자까지 남아있을 뿐 아니라 입수경위가 명확한 원본 사진이어서 한국 근대사 및 사진사 연구에 획기적인 자료”라고 평가했다. 조사에 참여한 장진성 서울대 고고미술사학과 교수도 “고종 초상 사진에 연대와 작가가 함께 기록된 유일한 사례”라며 “1905년 격동하던 구한말 근대사의 양상을 알려주는 역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고종을 찍은 초상사진은 현재 상당한 분량이 남아있지만, 대부분 일본인이나 서양인들이 찍은 것이다. 한국인으로는 1884년 지운영(1852~1935)이 처음 촬영했다는 기록이 전하며, 그를 비롯해 김용원, 김규진 등 구한말 사진장인들이 찍었다고 전하는 실물 사진들도 여러 점 남아있으나, 모두 추정이며, 촬영자를 입증하는 기록은 발견된 바 없었다. 특히 김규진은 이번 사진 발견으로 대한제국 황실 사진가로 일했다는 학계의 추정이 사실로 입증됐고, 1907년 그가 천연당 사진관을 열기 이전부터 사진가로 활동했다는 것도 밝혀지게 됐다.

재단 쪽의 조사결과 해리먼이 뉴어크박물관에 기증한 한국문화재는 고종의 초상사진 외에도 갑주 일괄품과 조선 말기 화원화가였던 석연 양기훈(1843-1919)의 기러기 그림인 ‘노안도(蘆雁圖)’ 두 폭이 더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갑주 일괄품은 한말 한국에 왔던 외국인들이 많이 모았던 것이다. 투구의 첨대와 술장식까지 거의 모든 구성품이 온전히 남아있고, 전용 칠기 보관함과 함에 깃든 옷의 향기까지 남아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 두 유물 역시 해리먼이 대한제국을 방문했을 당시 황실에서 선물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은 이 박물관에서 조사한 한국문화재 자료를 정리해 도록 형식의 보고서로 펴낼 예정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사진 국외소재문화재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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