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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뉘신지…‘올해의 작가상’ 대역 수상의 전말

등록 2015-10-08 19:21수정 2015-10-08 21:27

올해의 작가상 시상식장에 함께 선 후보작가들. 왼쪽에서 세번째 사람이 수상자 오인환 작가의 대역으로 나와 상 받는 연기를 펼친 배우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올해의 작가상 시상식장에 함께 선 후보작가들. 왼쪽에서 세번째 사람이 수상자 오인환 작가의 대역으로 나와 상 받는 연기를 펼친 배우다. 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수상자 오인환 서울대 교수 대신
그의 지인인 연극배우 무대 올라
축하연에 ‘진짜’ 나타나 전말 밝혀
오 “미술상제도에 동의 안해 대역”
전시 일환이라지만 부정적 반응도
한국 미술계의 대표적인 상으로 꼽히는 ‘올해의 작가상’(국립현대미술관·에스비에스문화재단 공동 주최) 시상식에서 수상자처럼 꾸민 가짜 대역이 상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는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오인환 서울대 미대 교수
오인환 서울대 미대 교수
국립현대미술관은 6일 오후 서울 소격동 서울관에서 심사위원단 최종회의를 열어 2015 올해의 작가상 수상자로 오인환(50) 작가(서울대 미대 교수)를 선정하고 곧이어 경내 홀에서 시상식을 열었다. 그러나 이 자리에 작가는 나오지 않았고 그의 부탁을 받은 한 연극배우가 진짜 수상자처럼 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는 연기를 펼쳤다. 이 대역은 ‘오인환’ 명찰을 달고, 김기라(41)·나현(45)·하태범(41) 등 다른 수상후보 작가 3명, 윤석민 에스비에스희망내일위원장, 김정배 국립현대미술관 직무대리와 나란히 기념사진도 찍었다. 이 대역은 앞서 공개된 오 작가의 작품소개 동영상에도 작가로 등장한다.

이날 시상식엔 미술관, 재단 관계자들과 심사위원진인 박만우 전 백남준아트센터 관장, 주디 킴 구겐하임미술관 협력디렉터, 마이클 고반 엘에이카운티미술관장 등이 참석했으나, 수상자가 가짜임을 알아챈 이는 거의 없었다. 작가가 평소 공개석상에 나서기를 꺼려 얼굴이 잘 알려지지 않았고, “피드백 받을 기회가 드물었다” “의도와 달리 전달될 수 있는데 작품을 잘 읽어줘 감사하다”는 등 미술가 같은 ‘멘트’를 날리는 배우의 퍼포먼스에 감쪽같이 속아넘어간 것이다. 미술관 쪽은 “수상자까지 대역이 나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참 난감한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더욱 논란이 된 것은 오 작가의 이후 행보다. 그는 시상식 뒤 인근 화랑가 식당에서 벌어진 축하연에 대역과 함께 나타나 자신이 진짜 수상자라고 소개했다. 대역 배우를 수상자로 알았던 축하객들은 아연실색했다는 후문이다. 작가는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자신의 전시 ‘사각지대 찾기’의 주제를 반영해 퍼포먼스를 꾸렸다는 해명을 내놓았다고 한다. ‘사각지대 찾기’전은 폐회로카메라에 포착되지 않는 전시장 구석들을 온통 분홍테이프로 붙여놓고 군대 같은 공적 공간에서 타인의 시선을 피해 숨는 비결 등을 영상으로 틀면서 사각지대의 사회적 맥락을 뜯어보는 프로젝트다. 오 작가는 “미디어에 작가를 과장시켜 드러내는 기존 미술상 제도의 방식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런 관행을 성찰하고 내 생각을 일관되게 실천한다는 의미에서 시상식에 나가지 않고 대역을 썼다”고 말했다.

미술계 반응이 그닥 호의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작가만의 관점을 보여줘 신선하다는 호평도 있지만, 참석자들 사이에서는 ‘명분이 뭔지 모르겠다’ ‘고도의 작품 홍보 아니냐’ ‘수상자의 기본 도리를 벗어났다’는 등의 눈총이 적지 않았다. 윤범모 올해의작가상 운영위원장은 “제대로 퍼포먼스를 할 요량이었다면 만찬장에도 가지 말았어야 했다. 강렬한 정치 사회적 복선이 깔린 것도 아니고 작품이나 작가 캐릭터를 띄우려는 의도가 느껴져 불편했다”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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