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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석탄광산 옆 절터 알고보니, 위세 드높던 신라의 큰 고찰

등록 2015-10-19 12:16수정 2015-10-19 13:36

흥전리절터 조사지역의 전경
흥전리절터 조사지역의 전경

국내 석탄산업 발상지로 꼽히는 강원도 삼척 도계광산 부근의 옛 절터에 문화재동네의 눈길이 쏠린다. 삼척시 도계읍 흥전리에 있는 통일신라시대 고찰터에서 최근 독특하고 고급스러운 옛 불교제례용 유물들이 나왔다. 옛적 절에서 야단법석 등의 큰 행사를 할 때 등장하는 깃발(번)을 달아맸던 것으로 보이는 금동장식판이 발견된 것이다. 조계종 산하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흥전리 고찰유적의 금당터를 정밀조사한 결과 화려한 문양의 금동장식판과 금동달개장식, 귀면와, 곱새기와, 연화·당초문 새긴 암수막새 등을 찾아냈다고 19일 밝혔다. 흥전리사터는 지난해 불교문화재연구소의 1차 조사에서 금당터, 탑터 등의 주요 건물터와 함께 나랏일을 자문하는 큰 스님에게 붙였던 옛 경칭인 ‘국통(國統)’이 새겨진 비석조각과 꽃무늬 새김 청동장식, 귀면와 등의 유물들이 쏟아져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흥전리 절터에서 출토된 금동장식판. 땅속에 오래 파묻혀 검게 변색돼있으나 정교한 무늬를 알아볼 수 있다. 옛적 절의 깃발에 매달아 절의 위엄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 용도로 썼으리라 추정된다.
흥전리 절터에서 출토된 금동장식판. 땅속에 오래 파묻혀 검게 변색돼있으나 정교한 무늬를 알아볼 수 있다. 옛적 절의 깃발에 매달아 절의 위엄을 돋보이게 하는 장식 용도로 썼으리라 추정된다.
이번에 나온 유물들 가운데 첫손에 꼽히는 금동장식판은 가운데를 불꽃 형상의 뚫음무늬로 장식했고, 둘레에는 꽃과 연속된 구슬무늬를 세밀하게 파새김해 조형적 아름다움이 돋보인다. 특히 장식판을 컴퓨터 단층촬영(CT)한 결과 직사각형 모양의 얇은 금동판이 두 번 접혀있고, 테두리 끝부분 2곳이 경첩의 연결고리 모양으로 튀어나온 것이 확인됐다고 한다. 조사단 쪽은 “이런 특징은 보기 드문 것으로, 불교의식에 쓰이는 장엄구의 장식판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며, 금동번(깃발)이거나 번의 장식판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는 고대 옛절에서 쓰였던 금동깃발 장식품의 완형은 전하지 않는다. 다만, 한반도와 연관이 깊은 일본 고찰인 나라 호류사의 전래품 가운데 ‘금동제관정번’이란 완형품이 남아있어(도쿄국립박물관 소장) 옛 형태를 짐작할 수 있다. 또, 지난해에 이어 절터에서 출토된 귀면와와 연화·당초문이 새겨진 암수막새들은 통일신라시대 높은 위계의 건물에서만 쓰였던 자재들이다. ‘국통’명 비석조각과 더불어 절터의 위세가 높았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흥전리 절터에서 나온 귀신무늬 기와인 귀면와. 통일신라시대 격이 높은 사찰이나 귀족집에서만 쓰였던 기와다.
흥전리 절터에서 나온 귀신무늬 기와인 귀면와. 통일신라시대 격이 높은 사찰이나 귀족집에서만 쓰였던 기와다.
금당터의 특이한 구도도 절의 높은 격조를 뒷받침한다. 터의 오른쪽 왼쪽에 날개처럼 잇대어 지은 딸림 건물인 ‘익사(翼舍)’가 붙어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건물을 받치는 기단은 내부를 모두 잔돌로 채운 뒤 잘 다듬은 석재를 써서 목가구를 짜듯 공을 들여 만들었다고 조사단은 설명했다. 이처럼 기단 내부를 모두 할석으로 채워 받치는 방식을 전통건축용어로 ‘온통지정’이라고 하는데, 온통지정은 경주 분황사터, 합천 영암사터, 순천 금둔사터 등과 같은 통일신라시대의 격조높은 사찰에서만 나타난다. 이런 고급스런 유물들과 달리, 흥전리 절터는 현재 전해지는 문헌기록은 전무해 이 절의 역사적 성격과 위상에 대한 학계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연구소 쪽은 20일 낮 2시부터 현장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글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도판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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