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남아 있는 가장 오래된 고려시대의 먹조각이 나라의 공식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98년 청주시 명암동에서 출토된 ‘단산오옥(丹山烏玉) 명 고려 먹’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문방사우 가운데 하나로 우리 전통 기록문화 발전에 큰 구실을 한 도구인 먹이 국가지정문화재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8월 보물로 지정 예고됐던 이 먹조각은 길이 11.2㎝, 너비 4㎝, 두께 0.9㎝다. 앞면에는 직사각형 안에 ‘단산오옥(丹山烏玉)’으로 판독되는 명칭을 쓰고 주위에 물결무늬를 새겼다. 뒷면에는 용이 날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비룡문(飛龍文)을 볼 수 있다. 1998년 청주 명암동 동부우회도로 건설공사 때 드러난 고려시대 목관묘 안에서 발견됐다. 출토 당시 무덤 주인의 머리맡 부근 철제가위 위에 조각난 채 놓여 있었다고 한다. 먹에 새긴 글자 가운데 ‘단산’은 11세기 중반부터 14세기 중반까지 쓰인 충북 단양의 옛 지명이다. <세종실록><동국여지승람>을 보면 “먹 중에서 가장 좋은 먹을 단산오옥이라고 한다”고 기록할 만큼 단양에서 생산된 먹은 유명했다.
문화재청은 “고려 먹의 변화 양상은 물론, 단절된 전통먹 제조법 연구에도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어 문화재적 가치가 높다”고 평가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