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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단독] 문체부, 정상회의 만찬장으로 쓴다며 미술관 전시 중단시켜

등록 2015-11-03 01:17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함께 손을 모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 리커창 중국 총리(오른쪽)가 1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에 앞서 함께 손을 모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국립현대미술관 1일 휴관
청와대 요구에 전격 결정
작가들 “시대 역행” 항의했지만
미술관쪽 “국익 위해” 해명
1일 저녁 한-중-일 3국 정상회의 만찬이 열린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이 만찬장이 된 경위를 놓고 구설에 휩싸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찬 준비를 이유로 서울관 공식 전시일정을 일방적으로 중단시키고 전시장도 폐관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2일 문체부와 미술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체부는 지난달 27일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에 ‘미술관 휴관 및 대체개관 안내’라는 제목으로 공지를 내어 서울관을 내부사정으로 1일 하루 임시휴관하고 16일 대체 개관을 한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 공지에서 11월1일까지 열릴 예정이던 ‘올해의 작가상 2015’전도 임시휴관에 따라 5일까지 연장전시(2일은 정식휴관)한다고 알렸다.

<한겨레> 확인 결과 문체부는 지난주 한-중-일 정상회의 만찬 장소로 미술관을 내달라는 청와대 쪽 요구를 받고 전격적으로 휴관을 결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체부는 이 과정에서 올해의 작가전도 청와대 일정을 내세워 하루 앞당겨 끝내려다 일부 작가들이 원칙에 맞지 않는다고 반발하자, 미봉책으로 대체개관과 전시 연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체부는 미술관을 만찬장으로 쓴다는 사실을 전시 작가들에게 일방적으로 통고했으며, 사전 조율하는 과정은 밟지 않았다. 올해의 작가전에 참여한 하태범 작가는 이와 관련해 “정상회의 만찬 때문에 일방적으로 전시일정이 변경됐다고 항의하는 내용을 지난주 내 페이스북에 올렸으나 국가기밀 누설이라며 미술관 쪽이 삭제를 요구해 내려야 했다”고 말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미술관을 외교 만찬장, 예식장 등으로 쓰는 것은 최근 서구 미술관에서도 보편화한 관행이다. 미술관의 높은 벽을 걷고 대중과 정부, 기업 등에 행사 장소로 적극 개방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다른 행사 용도로 전시장을 전용할 경우 전시 시간이 끝난 뒤나 전시가 없을 때 등으로 엄격히 제한하는 것이 불문율이다. 전시일정을 중단하고 전시장을 폐관까지 하는 사례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술계 인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하태범 작가는 “대외적으로 공표한 전시 일정을 상의 없이 변경하고 전시장까지 폐쇄시킨 것은 절차상 심각한 하자가 있는 것”이라며 공개사과 등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다른 미술계 중견인사도 “전시 자체가 시민들과의 공개적인 약속”이라며 “미술관 운영의 본질을 훼손시키면서까지 정부 행사를 강행하려는 것은 지금 시대와 역행하는 반문화적이고 권위주의적인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정배 국립현대미술관 기획운영단장(관장 직무대리)은 2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갑자기 청와대 일정이 잡히면서 마땅한 만찬장소가 없어 급하게 결정했으며 경호 준비 때문에 하루를 폐관했다”며 “일부 참여 작가들이 항의를 많이 했으나 국가 안보 차원 행사여서 자세히 설명하고 상의할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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