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문학상을 둘러싼 또 한 차례의 소동이 지나갔다. 1년에 한 번씩 주어지는 이 상이 올해는 특히 우리에게 각별한 관심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외신 보도 등을 통해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에 상당한 무게가 실렸기 때문이다.
노벨 문학상에는 해마다 수백 명씩이 후보로 오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가운데 누가 상을 받을지는 스웨덴 한림원의 공식 발표 시점까지는 철저히 비밀에 부쳐진다.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와 체코 출신 소설가 밀란 쿤데라, 미국 소설가 조이스 캐럴 오츠 등은 해마다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이다. 1999년에 이 상을 받은 독일 작가 귄터 그라스 역시 이미 70년대부터 노벨상 후보군의 단골손님이었다.
애초에 6일로 예상됐던 수상자 발표가 한 주 늦춰졌다든지, 역시 유력한 후보의 하나인 터키 작가 오르한 파묵을 놓고 심사위원들 사이에 심각한 논란이 벌어졌다는 등의 외신들이 고은 시인의 수상 가능성을 높이는 듯했다. 오는 19~23일 열리는 프랑크푸르트도서전의 주빈국이 한국이라는 사실은 특히 그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 예상은 빗나갔다. 그러나 상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노벨 문학상 수상 여부가 문학성을 판단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상의 지독한 유럽(어) 편향 역시 감안해야 한다. 그럼에도 이 상이 한 나라의 문화적 역량을 재는 하나의 지표라는 사실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방귀가 잦으면 똥이 나온다’고 했던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둘러싼 소동은 어떤 의미에서는 한국 작가의 노벨상 수상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평상심을 잃지 않고 정진하다 보면 머잖아 좋은 소식이 들려올 것이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