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화장실 좌변기가 막히면 직접 뜯어 뒤집어 뚫은 뒤 다시 실리콘을 쏴서 원상 복구시켜놓는다”고 한다. 그러면서 덧붙인다. “가장들이 이 정도는 할 줄 알아야 한다.” 밖에서 모험만 즐기는 줄 알았더니, 집에서도 ‘만능’이다. 새롭게 떠오른 ‘남편들의 공공의 적’ 김병만이 9일 서울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남지은 <정글의 법칙>이 4년여 동안 동시간대 1위로 사랑받고 있고, <주먹 쥐고 소림사>도 8%를 기록했어요. 몸을 쓰는 프로그램이 왜 인기라고 생각해요. 김병만 익스트림 예능은 자연이 만들어주는 의외성이 많아요. 답사팀이 한달 전에 갔을 때와 촬영하러 갈 때는 또 달라요. ‘사모아’ 편에서 98%로 비가 안 온댔는데, 촬영 때 비가 쏟아져 자다가 물건을 옮겨야 했을 정도고. 자연 애드리브가 매력인 것 같아요. 처음에는 잘 몰라서 몸이 고생했죠. 참고할 자료가 없으니 유튜브로 특공대 자료를 보면서 집 짓는 법을 공부하기도 했어요. 지금은 어디 가면 뭐가 필요한지 대충 예상해요. 그래서 저보다 게스트들이 원하는 걸 하게 맡겨두는 편이에요. 남지은 다양한 도전을 하는 것도 프로그램 때문인가요? 김병만 <달인>에서 다양한 도전을 하면서 많은 걸 배워어요. <키스 앤 크라이>하면서 피겨스케이트를 5개월 정도 타다 보니까 더 잘하고 싶어서 프로그램이 끝나고 초급을 땄고, <정글의 법칙>하면서 어딜 가도 물이 있으니까 스킨스쿠버를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았고, 뭐 다 그런 식이에요. 익스트림 예능 꾸준히 하고 싶어서, 언젠간 도움될 것 같아서 패러 글라이딩도 배워서 코치 자격증을 땄고. 지금은 승마를 배워요. 찰리 채플린도 못하는 게 없잖아요. 이 모든 것이 코미디 속에 녹아들어 찰리 채플린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넷심 익스트림 예능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김병만 가장 잘할 수 있는 영역이라고 생각해요. 정글 가서 나무 깎으며 집중하는 것도 좋고. 뭔가 이루면 스트레스가 풀려요. 20살 때 공사장에서 일하다가 4층에서 떨어져서 고소공포증이 생겼는데 그게 없어졌어요. 폐소공포증은 조금 있지만, 스킨스쿠버 배우면서 어느 정도 극복했어요. 지금은 공기 없이 들어가는 프리다이빙도 해요. 28m까지 들어가서 레벨1을 땄어요.
‘정글의 법칙’ 같은 익스트림 예능
자연 애드리브가 매력적이에요
도전 프로그램 영향 자격증 20개
‘키스앤크라이’ 뒤 피겨 초급도 따 남지은 나이 들면 체력이 떨어져 한계가 올 수 있잖아요. 김병만 나이에 맞는 익스트림을 하면 돼요. 20대 때는 백덤블링을 했지만, 지금은 안 하고 다른 익스트림을 보이잖아요. 예전에는 체력은 있었지만 노하우가 없었어요. 지금은 체력은 떨어지지만 노하우는 생겼어요. 조금씩 변화를 줘서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를 많이 쳐야죠.
그는 “익스트림 예능을 나만의 예능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익스트림 예능을 하면서 김병만은 ‘웃기는 개그맨’에서 ‘도전의 아이콘’이 된 걸 넘어 ‘은근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이들은 모험책 속 주인공을 보듯 좋아하고, 20~30대들은 뒤에서 묵묵히 응원해주는 모습에서 배려심을 본다. 40~50대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 60대 이상은 ‘맞아 나도 저랬었지’ 무릎을 친다. 그저 묵묵히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걸어왔더니, 부수적인 평가들이 따라온 것이다. 넷심 <주먹 쥐고 소림사>에서 재숙씨를 뒤에서 돕는 모습이 화제였어요. 김병만 꼴찌인 사람 벌칙 준다면 그냥 내가 꼴찌해서 벌칙을 받아요. 이참에 운동하지 그런 생각으로 해요. 앞장서 있는 것보다 뒤에 가야 마음이 편한 성격이기도 하고, 동료들이 힘들 때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게 좋아요. 잘 때 발 뻗고 편하게 자고 싶어요. 윤슬기 그런 모습이 최근 들어 ‘은근 리더십’으로 주목받고 있어요. 김병만은 늘 2인자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그게 2인자가 아니라 1인자였던 거예요. <정글의 법칙>이 책으로 나오면서 아이들한테는 ‘위인’이 됐어요.(일동 웃음) ‘달인’때 몸개그 경시 분위기 바꿔
정글에서도 슬랩스틱 접목한 개그
만원도 없던 개그준비생 시절 생각
네팔에 학교짓기 등 남몰래 기부
아이들에 교육적인 다큐테이너 꿈 김병만 정말 기분 좋아요. 그런 얘기 들으면. <정글의 법칙>하면서 신경 썼던 게 아이들한테 교육적일 수 있을까였어요. 아이들이 궁금한 걸 물어보니까, 대답해주려고 일부러 애벌레를 먹어보고, 개미도 관찰하고 그랬던 거예요. 과학책도 보면서 책에 나오는 실험도 정글에서 해보죠. 나도 더 동심의 세계로 가서 파리의 맛은 어떨까 이런 생각으로 혀끝에 대보기도 하고. 박현철 예능인이 아니라, 다큐인이 된 느낌이네요. 김병만 다큐테이너가 바라는 점이기도 해요. 예전에는 예능인 마인드였다면 지금은 코미디 프로그램보다는 다큐를 많이 보고. 아 이러다 개그맨으로 못 돌아가겠구나 싶기도 하고.(일동 웃음)
2002년 <한국방송>공채로 데뷔한 김병만은 오랜 무명 끝에 2007년 <달인>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작은 키와 기인에 가까운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당시 몸으로 하는 개그를 낮게 보던 분위기를 단숨에 바꿨다.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달인>은 일본을 넘어 중국에서도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익스트림 예능에 집중하면서 그의 개그는 잠정 휴업 상태다. 남지은 김병만이 활동할 당시 몸으로 하는 개그를 낮게 보던 경향이 있었어요. 그 선입견을 깼어요. 김병만 몸 개그가 단순하다는 인식이 많았죠. 말로 하는 진행을 높게 사기도 했고요. 그러나 신경 안 썼어요. 제가 즐거운 걸 해야지 보는 사람도 즐거운 거잖아요. 그리고 절대 몸으로 하는 게 아니에요. 슬랩스틱도 다 계산된 거예요. 머리로 계산하지 않으면 절대 웃길 수가 없어요. 박현철 같은 몸 개그라도 다른 거 같아요. 지금까지 했던 몸 개그들은 일반인보다 낮은 걸로 웃기는 개그라면 김병만은 일반인이 못하는 걸 보여주면서 웃긴 거니까. 윤슬기 다시 개그 무대에 설 계획은 없나요? 김병만 태어난 곳이 개그예요. 기회가 되면 하고 싶어요. <정글의 법칙>할 때도 항상 개그를 생각해요. ‘사모아’에 갔을 때 가파른 흙절벽이 있는데, ‘안전하겠구나’ 싶으면 굴러서 슬랩스틱 코미디를 선보이는 거죠. 늘 코미디에 대한 갈망은 있어요. 남지은 최근 ‘옹알스’가 해외에서 인정받고 있어요. 개그 한류 1세대로서 아쉬움도 있을 듯해요. 김병만 말레이시아나, 인도네시아에 가면 많이들 알아보세요. 기분 좋죠. 지금은 나만의 콘텐츠를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어요. 휴대폰으로 짧은 영상을 찍어서 차곡차곡 모아놓고 있어요. 웹코미디도 준비하고 있고요. 완벽하게 준비가 되면 뭔가 보여드려야죠. 윤슬기 코미디 제작에 대한 꿈이 있었던 건가요? 김병만 돈을 벌겠다 그런 상업적인 목표보다는 나만의 콘텐츠, 나만의 코미디가 통할까 이런 궁금증이 있어요.
시계 방향으로 한국방송2 개그콘서트-달인, 에스비에스 에코빌리지 즐거운가, 정글의 법칙, 주먹 쥐고 소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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