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관훈동 가나인사아트센터 제4전시실에서 배인석 작가 등 7명이 참여한 ‘7인의 사무(또)라이전’이 열려 참여 작가들이 세월호 참사의 진범을 잡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김명진 기자 littleprince@hani.co.kr
‘이 전시는 기획자들의 주관적인 견해가 반영된 전시로 가나인사아트센터와는 무관함을 말씀드립니다.’
16일 오후 ‘7인의 사무또라이전’이 열린 서울 종로구 가나인사아트센터 제4전시실 앞에는 이상한 안내문이 나붙었다. 전시장 입구에는 ‘본 전시는 19세 이상 관람 가능한 전시입니다’라는 펼침막도 내걸렸다. “대통령 얼굴이 있는 정치적인 전시는 안 된다”는 미술관 쪽과 “그림을 뗄 수 없다”는 예술가들 사이 타협의 산물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이 입을 맞추는 배인석 작가 작품에는 미술관 쪽 요구에 따라 가림용 흰 종이가 덧대어졌다. 배 작가는 종이 위에 ‘혐짤주의’라는 장난기 섞인 문구를 적었다. ‘혐짤’은 혐오스러운 이미지를 일컫는 은어다. ‘대통령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과 ‘표현의 자유’를 표방한 전시회는 이렇게 ‘19금·혐짤 전시’가 됐다. ‘사무(思無)또라이’는 ‘아무 생각 없는 또라이’라는 의미로,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을 비꼬는 취지로 지은 이름이라고 했다.
관객들은 박불똥 작가가 붙인 거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선거포스터를 뚫고 지나가야 전시장을 둘러볼 수 있다. 포스터 뒷면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선거포스터가 붙어 있다. 박 작가는 “유신 잔재에 얽매인 현 정부를 뚫고 나가야 한다는 의지를 가지고 전시에 들어오시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펼쳐지는 그림은 이인철 작가의 ‘우두머리 백골’이다. 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방독면 쓴 닭’이 극우선동죄 등 각종 죄명을 목에 걸고 서 있다. 이 작가는 “(현 정부가) 극우들을 선동하고 나머지 국민은 다 빨갱이로 만들어버려서”라고 말했다. 이 작가의 또다른 작품 ‘진박지계’(眞朴之界) 속에서 정치인들은 닭의 젖을 한입이라도 더 먹으려고 아우성치는 모습으로 묘사된다.
전시장 한가운데서 관객들은 스크린에 비치는 똥을 바라보며 명상에 젖는다. 김사빈 작가가 만든 ‘크고 아름다운 W.C’라는 작품이다. 스크린 앞에는 변기가 놓여 있고, ‘누구라도 앉아서 놀고 생각할 수 있도록’ 바닥에 비닐 천을 깔았다. 끊임없이 나오는 똥 영상 사이로 잠을 청하는 인물 영상이 스쳐 지나간다. 김 작가는 “꿈을 꿀 수 있어야 한다. 꿈을 꾸고 똥을 쌀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심오한’ 작품의 의미를 전했다. “예술가들에게 똥은 이런 예술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한 스님이 변기 앞에 잠시 앉아 한동안 김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지난 10일 대법원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풍자 포스터를 붙인 혐의로 선고유예 판결을 받은 이하 작가도 전시에 참여했다. 꽃으로 된 지구에 전쟁을 상징하는 전차와 환경 파괴를 의미하는 골프채가 꽂혀 있는 ‘귀여운 지구’와 대통령과 정치인을 풍자한 그림을 빛바랜 사진처럼 표현한 작품들을 걸었다. 이 작가는 “정치는 예술을 이길 수 없다. 정치가 제 역할을 못 하는 상황에서 그걸 풍자하고 놀리는 게 예술의 역할”이라고 했다.
사무또라이들의 전시는 22일까지 7일 동안 이어진다. 작가들을 모으고 전시를 기획한 배인석 작가는 “표현의 자유와 검열에 대해 움츠리지 말고 우리처럼 많은 사람들이 나섰으면 좋겠다”고 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