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설가 하퍼 리
미 소설가 하퍼 리 별세
<앵무새 죽이기>로 유명한 미국 소설가 하퍼 리가 별세했다. 향년 89.
<뉴욕타임스> 등 외신은 19일(현지시각) 소설가가 머물던 미국 앨러배마주 먼로빌의 시청 직원이 그의 죽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하퍼 리는 1926년 앨러배마주 먼로빌에서 태어났다. 앨러배마대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졸업 뒤 항공회사에 근무하며 창작활동을 했다.
지난해 <파수꾼>이 공개되기 전까지, 그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거릿 미첼과 마찬가지로 단 한권의 소설만 쓴 작가로 유명했다. 그가 1960년 발표한 <앵무새 죽이기>는 인종차별이 심각한 미국 남부를 배경으로 한 소녀가 성장해 가는 이야기다. 미국에서만 2000만부가 팔렸고 40개 언어로 번역되어 미국 밖에서도 2000만부가 넘게 팔렸다. 이 작품은 출간 다음해 그에게 퓰리처상을 안겨줬고, 또 그 다음해인 1962년 그레고리 펙이 주인공 소녀의 아버지이자 진보적인 백인 변호사인 애티커스 역을 맡은 영화로도 제작됐다. 인종차별적인 마을에서 백인 소녀 성폭행 혐의를 쓴 흑인 로빈슨을 변호했던 애티커스는 오랜 세월 미국인의 사랑을 받은 캐릭터였다.
하지만 지난해 7월, 하퍼 리가 <앵무새 죽이기>에 앞서 1957년 처음 쓴 소설 원고 <파수꾼>이 공개되며 애티커스를 사랑해온 전세계 독자들은 충격에 빠졌다. <파수꾼>에서 애티커스는 악명 높은 쿠클럭스클랜(KKK)에 가입한 인종주의자로 등장한다.
작가는 1957년 ‘파수꾼’을 출판사에 보냈지만 편집자 조언에 따라 출간을 미루고 대신 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다룬 <앵무새 죽이기>를 써서 출간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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