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후(현지 시각)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세계 신화 총서’ 발표회에 참석한 영국 작가 재닛 윈터슨(왼쪽)과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프랑크푸르트통신] ‘총서’ 시리즈 1차분 3권 전세계 동시출간 회견
세계적 수준의 작가들이 총출동하여 인류의 문화유산인 신화를 다시 쓰는 ‘세계 신화 총서’(총서)가 닻을 올렸다. 20일 오후 4시30분(현지시각) 국제 도서전이 열리고 있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호텔 프랑크푸르터 호프에서 세계 굴지의 작가 및 출판사들이 참여하는 총서 시리즈의 출범을 알리는 발표회가 있었다. 영국의 저술가 카렌 암스트롱, 캐나다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 영국 작가 재닛 윈터슨 등이 참여한 발표회 겸 기자회견에는 전 세계 언론사의 100명 남짓한 기자들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32개나라 34개 출판사 참여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신화들
현대적 시각으로 재해석
2038년가지 모두 100권으로 영국의 캐넌게이트 출판사가 1999년부터 기획한 총서는 세계 각지의 다양한 신화들을 현대적인 시각으로 ‘다시 쓰는’ 프로젝트. 전 세계 32개 나라의 34개 출판사(오디오북 전문 출판사 2곳 포함)가 참여해 2038년까지 모두 100권으로 완간될 예정이다. 캐넌게이트를 비롯해 스페인의 살라만드라, 독일의 베를린 페어락, 프랑스의 플라마리옹, 일본의 가도가와, 캐나다의 크노프 캐나다 등 유수의 출판사들이 함께하며, 한국에서는 문학동네 출판사가 참여한다. 참여 작가의 면면도 화려하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마거릿 애트우드와 치누아 아체베(나이지리아), A. S. 바이어트(영국) 등을 비롯해 데이비드 그로스만(이스라엘), 잉게 슐츠(독일), 빅토르 펠레빈(러시아), 도나 타트(미국), 이언 매큐언(영국), 수통(중국), 기리노 나츠오(일본) 등이 참여하기로 했고, 오르한 파묵, 이사벨 아옌데, 주제 사라마구, 토니 모리슨 등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와 유력 후보 등이 현재 계약 진행 중이다. 국내 작가들의 참여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총서 1차분으로 세 권이 한국의 문학동네를 비롯한 전 세계 34개 출판사에서 동시 출간되었다. 카렌 암스트롱의 <신화의 역사>(이다희 옮김·이윤기 감수), 마거릿 애트우드의 <페넬로피아드>(김진준 옮김), 재닛 윈터슨의 <무게>(송경아 옮김)가 그것들이다. 캐넌게이트의 발행인 제이미 빙은 “이번 총서는 6년의 준비기간을 거쳐 출범하는 것으로 세계의 통합을 위한 웅장한 프로젝트다. 이런 대규모의 출판 이벤트는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문학동네의 강태형 사장은 출판인 대표 연설을 통해 “단절과 벽이 없이 대화하고 소통하는 신화의 세계를 동경한다”며 “이번 세계 신화 총서가 그 소통의 세계를 복원하는 문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열다섯 살 때 처음 오디세이 이야기를 읽었을 때부터 부당하게 살해당한 열두 명의 시녀들이 마음에 걸렸다”며 “<페넬로피아드>를 통해 그들의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페넬로피아드>는 제목에서부터 주제를 선명히 드러낸다. 호머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조연으로 등장하는 오디세우스의 아내 페넬로페가 애트우드가 ‘다시 쓴’ 현대의 신화에서는 당당히 주인공의 자리에 오른다. 작가는 페넬로페뿐만 아니라 페넬로페에게 청혼한 남자들과 함께 오디세우스에게 살해당한 열두 명의 시녀들 역시 되살려내서는 그들 자신의 입으로 자신들의 얘기(herstory)를 다시 하게끔 한다. <신화의 역사>는 1만2천 년의 인류 역사를 여섯 시대로 구분하여 각각의 시대에 나타난 신화의 양상과 특징을 요약 설명한다. 구석기시대에 필멸의 존재인 인간이 생과 사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주는 입문식으로 기능했던 신화는 구체적 형식을 지닌 종교가 성립되면서 인간으로부터 소외되기 시작한다. 맨 마지막 장 ‘대변혁’ 시대는 서기 1500년께부터 현대까지를 가리키는데, 이 시기에 관한 설명 중 흥미로운 것은 문학과 예술을 현대의 신화로 자리매기는 대목이다. “소설은 신화처럼 세계를 다르게 보는 법을 가르쳐준다.”(158쪽) <무게>는 그리스 신화 중 거인 티탄족의 일원이었던 아틀라스와 영웅 헤라클레스를 등장시킨다. 올림포스 산의 신들에게 반항했다가 영원히 지구를 떠받들고 있으라는 벌을 받은 아틀라스에게 헤라클레스가 접근해 자신을 도와주는 대가로 잠시 자신이 세계의 무게를 떠받들고 있겠노라 제안한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소재로 숙명과 선택, 구속과 자유 등에 관한 철학적이며 시적인 사유를 전개시킨다. 총서의 제2차분은 내년 3월 출간될 예정이다. 프랑크푸르트/글·사진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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