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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미 통상압력 제동 근거 마련 “비미국의 국제정치적 승리”

등록 2005-10-21 19:36수정 2005-10-21 19:36

루이스 올리버 유네스코 담당 미국대사가 20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문화다양성 협약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
루이스 올리버 유네스코 담당 미국대사가 20일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본부에서 열린 문화다양성 협약 표결에서 반대표를 행사하고 있다. 파리/AP 연합
문화다양성협약 채택 의미와 전망

20일 유네스코 총회에서 회원국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채택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협약’(문화다양성협약)은 미국의 일방적인 주도로 진행되온 양국간, 다자간 통상협정의 흐름에 쐐기를 박을 수 있는 국제법적 근거를 마련한 획기적인 사건이다. 문화다양성협약은 문화상품과 서비스의 국가간 흐름이 단순한 상업적 가치로 취급될 수 없음을 명시한 것으로 문화상품 시장 개방을 위해 각종 통상압력을 행사해 오던 미국의 패권주의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미국은 총회 표결을 앞두고 정부간 회의에서 협약 초안의 28개 수정 조항을 제안했다가 기각됐으며, 이후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부 장관이 각국 통상 장관에게 협약 통과 저지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문화다양성협약 통과를 막으려고 총력전을 벌였으나 실패했다.

문화단체들 “문화정책 자주권 보장” 환영
스크린쿼터 축소·폐지 논란 크게 줄어들 것

이해영 한신대(국제정치학) 교수는 “문화다양성협약 채택은 미국 대 비미국의 외교전쟁에서 미국의 일방주의적 독식을 제어하는 비미국의 국제정치적 승리로 볼 수 있다”면서 “미국의 통상압력에 대항해 다수의 국가들이 합의를 도출해 낸 것은 국제규범상의 커다란 진전”이라고 협약채택의 의미를 평가했다. 국내 29개 문화·시민단체가 모인 ‘세계문화를위한연대회의’(세문연)는 이 협약이 “각국의 문화정책 수립의 자주권을 국제법으로 보장”하고, “문화상품과 서비스의 독특한 성격을 인정한 것”이며 “문화교류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분쟁의 해결절차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류 문화사의 신기원을 이룬 것이라고 환영성명을 발표했다.

문화다양성협약이 국회 비준절차를 거친 뒤 국제법적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자국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그 영토 안에서 문화적 표현의 다양성 보호 및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조치를 채택할 수 있다’는 협약 6조에 따라 스크린쿼터나 방송쿼터의 축소·폐지 논란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또 협약은 상품적 기반이 취약한 기초예술 분야에 대한 제도적 지원을 법제화하고 있다. 더불어 문화 교류 시장에서 약자에 속하는 개발도상국이나 빈민국의 경제적 지원을 위한 국제다양성기금 설립을 명시해 예술 장르간, 그리고 국가간의 ‘마이너리티(소수자)’ 보호에 중점을 두고 있다. 특히 미국과 비미국 구도로 오랫동안 논란이 벌어졌던 20조는 “당사국은 이 협약을 다른 어떤 조약에도 종속시키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다자간, 양국간 통상협정에서 자국 문화상품 보호 조처를 유지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가 될 전망이다.

문화다양성협약의 한국 국회 비준은 이변이 없는 이상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세문연이 실시한 국회의원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설문에 응한 187명 중 과반수인 97명이 협약 비준에 찬성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편 유네스코 한국 대표부는 투표에서는 찬성표를 던졌지만 투표 직후 투표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미국이 반대했던 20조가 “기타 국제협정의 권리와 의무에 영향을 주거나 변경, 손상하는 식으로 해석되어서는 안된다”는 성명서를 발표해 미국의 입장을 지지하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다.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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