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윤후명. 사진 연합뉴스
4년만에 단편소설집 ‘강릉’ 펴내
모든 작품이 고향과 직간접 연관
전집 12권중 제1권…“내년 완간”
모든 작품이 고향과 직간접 연관
전집 12권중 제1권…“내년 완간”
올해로 만 일흔살이 된 작가 윤후명이 고향 강릉을 소재로 쓴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 <강릉>을 펴냈다. <꽃의 말을 듣다>(2012) 이후 4년 만인데, 이번 책은 출판사 은행나무가 기획한 12권짜리 ‘윤후명 소설전집’의 제1권으로 나온 것이어서 특히 뜻이 깊다. 전집은 올해 안에 5권이 나오고 내년까지 완간될 예정이다.
‘여행’과 ‘여인’으로 상징되는 탈주와 초월의 염원을 특유의 감성적 문체와 낭만주의적 구성에 담은 윤후명의 소설은 <둔황의 사랑> <협궤열차> 같은 인상적인 작품들을 통해 독자의 사랑을 받아 왔다. 2012년 이후 쓴 최근작들을 모은 이번 책에는 역시 강릉을 무대로 삼은 그의 1979년 신춘문예 소설 등단작 ‘산역’도 포함되어 현 단계 윤후명 소설의 처음과 끝을 아우르게 되었다.
“강릉은 제가 태어난 곳이라는 점에서 제 문학의 ‘처음’이라 할 수 있죠. 그런가 하면 강릉 단오제의 주인공인 호랑이 설화에 대한 관심을 다각도로 그린 최근작들은 제 문학의 ‘마지막 자리’를 가리킨다고 할 수 있습니다. 부잣집 딸이 호랑이에게 잡혀가 그 짝이 된다는, 제가 어릴 적부터 듣고 자란 옛날이야기가 강릉 단오제의 핵심인데, 그 설화로 대표되는 어떤 잊혀진 세계가 이번 소설집을 관통하는 키워드입니다.”
11일 낮 서울 인사동 한 음식점에서 기자들과 만난 윤후명은 소설집 제목을 ‘강릉’으로 삼은 까닭을 이렇게 설명했다. 책에는 ‘강릉’이라는 제목을 단 작품은 없지만, 모든 작품이 직간접적으로 강릉과 관련된다. 단오제 주인공 호랑이를 다룬 작품들(‘방파제를 향하여’ ‘대관령의 시’)과 백남준 10주기 전시에서 만난 호랑이 관련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호랑이는 살아 있다’)이 있는가 하면, 강릉을 찾아온 알타이족 음유시인의 이야기(‘알타이족장께 드리는 편지’) 또는 강릉 가는 길에 수로부인에게 꽃을 꺾어 바친 ‘헌화가’의 이야기를 변형한 소설(‘눈 속의 시인학교’)도 있다.
전쟁이 아직 끝나기 전인 1953년, 여덟 살 나이에 고향 강릉을 떠났던 그는 지난해 11월 강릉 홍제동 문화작은도서관 명예관장이 되어 ‘귀향’했다. 도서관에는 그의 육필 원고와 집필 도구, 책, 사진 자료 등도 전시됐다. 그 도서관에서 한 달에 한 번 고향의 평범한 독자들과 문학 토론 모임도 이어 간다. “워낙 어릴 때 떠났던 고향이라 기억이 가물거리긴 하지만, 내 소설을 통해 그렇게 끊긴 기억을 다시 연결하고 싶다”고 작가는 말했다.
“제 소설은 거의가 제가 직접 겪은 일이나 지켜본 일을 쓰되 나중에 해석을 달리한 것들입니다. 어찌 보면 매우 쓰기 쉬운 소설이죠. 제가 쓰는 모든 소설은 결국 하나의 소설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설만이 아니라 시까지 포함해서, 저는 평생 하나의 작품을 쓰고 있는 셈이죠.”
1967년 신춘문예에 시로 먼저 등단했던 윤후명은 <명궁> <홀로 등불을 상처 위에 켜다> <쇠물닭의 책> 등 시집 세 권과 산문집 등도 낸 바 있다. “소설 전집에 이어 시 전집도 낼 생각”이라는 그는 “지금도 약동하며 전세계를 관통하는 북방 민족의 야성적 힘을 강릉의 신화와 연결시키는 게 지금 나의 문학적 화두”라고 말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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