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완의 노랫말 얄라셩
말달리자 이상혁 작사·작곡, 크라잉넛 노래
살다보면 그런 거지 우후 말은 되지
모두들의 잘못인가 난 모두를 알고 있지 닥쳐 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차 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
우리는 달려야 해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야 해
모든 것은 막혀 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닥쳐 사랑은 어려운 거야 복잡하고 예쁜 거지
잊으려면 잊혀질까 상처받기 쉬운 거야 닥쳐
모두들의 잘못인가 난 모두를 알고 있지 닥쳐 노래하면 잊혀지나 사랑하면 사랑받나
돈 많으면 성공하나 차 있으면 빨리 가지 닥쳐 닥쳐 닥쳐 닥쳐 닥치고 내 말 들어
우리는 달려야 해 바보 놈이 될 순 없어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말달리자 이러다가 늙는 거지 그땔 위해 일해야 해
모든 것은 막혀 있어 우리에겐 힘이 없지 닥쳐 사랑은 어려운 거야 복잡하고 예쁜 거지
잊으려면 잊혀질까 상처받기 쉬운 거야 닥쳐
모두들의 잘못인가 난 모두를 알고 있지” 이 어눌한 듯한, 말이 안 되는 듯한, 그래서 ‘말은 되지’라고 한,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뭘 알고 있는지 알쏭달쏭한, 어떤 면에서는 바보 같은 이 도입부는 이 아이들이 어떻게 스스로를 표현하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그들은 똑바로 말하지도 않고 슬쩍 비켜가지도 않는다. 아니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완전히 밖으로 나가지도 않지만 어느새 집에는 없다. 열심히 사는 것 같은데 아무 생각 없이 신나게 말달린다. 생각이 있어 보이는데 바보 같다. 그 ‘바보 같음’의 힘을 매우 효과적으로 드러낸 대목이 각 절 사이의 코러스 ‘말달리자’로 넘어갈 때의 갑작스러운 리듬의 붕괴다. 이 대목이 이 노래의 계속되는 클라이맥스다. 각 절에서는 두 눈 똑바로 뜨고 맨정신으로 놀다가 사설이 끝나면, 옜다 모르겠다, 그냥 냅다 달아나는 말처럼 광기의 리듬 속으로 빠져든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엇박자가 기묘하게 맞아들어가는 것이 신기하다. 그게 크라잉넛의 본질이다. 1990년대 중반의 드럭에서 놀아본 친구들은 알 것이다. 그것은 일종의 ‘신나는 지옥’이었다. 또 하나의 압권은 각 절 끝에서 마치 자해하듯 일갈하는 ‘닥쳐’라는 가사다. 이들은 ‘닥치고~’의 원조다. ‘닥쳐’로 말을 걸다니. 그런 땅콩들이 어디 있담. 이 ‘닥쳐’는 러시아의 문예이론가 미하일 바흐친 식으로 말하자면 일종의 ‘다성성’(polyphony; 여러 목소리의 공존)을 보여준다. 먼저 개입되는 것은 ‘어른의 목소리’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데 어른들이 ‘닥쳐’라며 찬물을 끼얹는다. 또한 이 ‘닥쳐’는 동료의 목소리이기도 하다. 자칫 메시지 중심으로 무거워지려는 걸 중간에 끊고 들어가서 놀이의 방향으로 되돌리는 역할이다. 그러니까 스스로에 대한 역설적인 응원 내지는 독려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닥쳐’는 어른들을 향해 내던지는 명령어다. 단도직입적으로 이제 그만 좀 하시라는 것이다. 아이들은 자학의 형식을 가장해서 어른들에게 저항한다. 이것은 민중적 형식의 놀이에서 자주 보이는 뒤집기다. 이 복잡한 ‘닥쳐’에 의해 한국 청년문화에 길고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던 군사문화가 따귀를 맞고 결정적으로 쓰러진다. 이때부터 군사문화는 끝난 것이다. 이것 참 아이러니하지 아니한가. 나는 오래전 어느 글에선가 크라잉넛의 ‘말달리자’를 ‘90년대 젊은이들의 송가’라고 쓴 적이 있다. 그 후로는 마찬가지다. 복잡한 국면 속에서 문화적으로 저항하면서 동시에 끈질기게 살아가기라는 이중적 버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달리자’와 ‘밤이 깊었네’ 사이의 거리. 어두컴컴하고 습한 지하의 클럽에서 쉼없이 말달리던 크라잉넛의 밤은 늘 축제의 밤이었다. 말달리던 밤은 그렇게 깊어갔다. 군대를 다녀오고도 여전히 놀았다. 쉼없이 말달려온 그들이 직장인들의 애환을 달래주는 아이들로 변했다. 그들의 음악적인 진화는 사실 진지한 것이었다. 펑크에서 셀틱 음악으로, 가요의 깊은 맛을 낼 줄 아는 어른들로, 음악도 깊어갔다.
성기완 시인·밴드 3호선버터플라이 멤버·계원예술대학교 융합예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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