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무역투자진흥청의 ‘크리에이티브 프랑스’ 로고(위)와 문화체육관광부가 4일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로 발표한 ‘크리에이티브 코리아’ 로고.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지난 4일 정부가 발표한 새 국가브랜드 로고 ‘크리에이티브 코리아(Creative Korea)’가 프랑스 무역투자진흥청의 국가산업브랜드 ‘크리에이티브 프랑스(Creative France)’를 표절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디자인계에서는 ‘사전 검증이 미흡했다’ 는 지적이 나온다.
손혜원 더불어민주당 의원(홍보위원장)은 6일 당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비극적 제보를 받았다”면서 “‘크레이이티브 코리아’가 프랑스의 ‘크리에이티브 프랑스’를 베꼈다”고 폭로했다. 광고·홍보 전문가인 그는 프랑스 쪽 로고를 한국 것과 비교해 보여주며 “새 국가 브랜드 글자의 ‘크리에이티브’와 ‘코리아’ 의 빨강과 파란색은 프랑스 국기색이었다”고 주장했다.
손 의원은 “광복 70주년을 맞아 35억원을 들여 만들었고 1년 동안 각계 전문가가 작업했다고 한다. (이런 공모전을 심사하는) 전문가들은 유사한 것이 없는지 보통 일주일에서 열흘 동안 보게 한다. 그런데도 이런 어이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제가 디자이너인 게 부끄럽고 이를 최종 결정했을 대통령도 부끄럽다”며 “2016년 리우 올림픽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도 쓴다는데 당장 내리셔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우상호 원내대표도 “국가적 망신이다. 반드시 국회에서 따져 묻겠다”고 했다.
논란이 커지자 문체부는 6일 보도자료를 내어 “프랑스 쪽 로고와는 성격과 내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문체부는 두 로고 색상에 유사한 점이 있다면서도 “사업을 추진하면서 태극의 ‘빨강과 파랑’을 모티브로 한 디자인 시안을 지속적으로 사용해왔기 때문에 표절이 아니”라고 했다. 문체부는 “전문가들과 프랑스 쪽 로고와의 유사성을 검토했다”면서도 “프랑스 로고는 자국의 창의성을 부각한 글로벌 비즈니스 캠페인 슬로건이었지만, 이번에 나온 국가브랜드 로고는 국민들의 의견을 모은 핵심가치를 바탕으로 정한 내용이어서 유사하지 않은 것으로 정리했다”는 주장도 내놨다.
하지만, 디자인 전문가들은 정부가 다른 나라의 비슷한 브랜드 상징물들을 제대로 비교 검증하지 않아 표절 의혹을 자초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최범 평론가는 “두 로고가 유사한 부분이 많아 표절 의혹을 제기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유럽 등에서 정부의 새 국가브랜드와 비슷한 여러 국가 로고가 쓰여왔는데도 왜 걸러내지 않고 비슷한 로고를 썼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은경 <월간디자인> 편집장도 “크리에이티브는 현재 전세계적으로 상징로고 등에 널리 쓰이는 범용어가 됐다. 비슷한 슬로건들이 나올 여지를 예상할 수 있는데도 충분한 검토 없이 채택한 것 같다”고 했다.
노형석 엄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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