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제작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프로젝트 동영상의 한 장면. ♣?H6s유튜브 갈무리.
“어서 와 평창은 처음이지?”
미국 코미디언 코난 오브 라이언으로 분장한 개그맨 정성호가 스포츠카를 타고 강원도 평창요금소를 지나는 가수 효린에게 외친다. 효린과 일행은 평창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아리랑 음악에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기 시작한다. 마을 주민 역할을 맡은 개그맨 김준현도 국수를 먹으려다 제멋대로 움직이는 손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화면을 누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 뮤직비디오 ‘아라리요 평창’이 뒤늦게 입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3분54초 분량의 이 영상은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평창에 오면 ‘댄스 바이러스’에 감염된다는 내용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를 위해 연말까지 개최되는 ‘평창 댄스 비디오 콘테스트’를 알리기 위해 제작했다. 재즈그룹 윈터플레이의 이주한이 아리랑을 재편곡하고, 효린이 보컬을 맡았다. 김준현·정성호 등 인기 개그맨들이 열연하고, 국가대표 컬링팀과 강릉시청 쇼트트랙팀이 직접 출연하는 등 스포츠인들도 적극 참여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만듦새가 ‘엉성하다’는 혹평을 쏟아내고 있다. 영상이 공개된 문화체육관광부 유튜브 계정을 살펴보면 영상의 추천수는 18일 오후4시 현재 226건인데 견줘, 비추천은 1만2000건을 넘는다.
한 유튜브 사용자는 “이 동영상을 굳이 칭찬하자면 싸이와 김치가 나오지 않는 점”이라고 꼬집었다. 최근 정부·지자체 홍보영상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케이팝’과 ‘강남스타일’ 패러디가 아닌 점이 그나마 다행이라는 것이다. “중고딩들 학교 숙제로 만든 UCC급”이라며 완성도 자체를 꼬집은 의견도 있었다.
문화체육관광부 공식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댓글 갈무리.
평창올림픽 홍보인만큼 평창이란 도시를 각인시키는 것도 중요한 과제인데 이에 실패했다는 지적도 있다. 영상에는 주요 배경으로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수퍼마켓 세트나 가건물로 세워진 샤워장 세트, 초록색 고무코팅이 된 옥탑방 등이 등장한다. 평창이 ‘평창 아라리’로 유명하다는 데서 ‘아라리요’를 테마곡으로 선택했지만, 화면만 봐서는 아리랑과 어우러지지 않아 “도대체 뭘 말하는지 모르겠다” “평창과 무슨 관계냐”등의 의견이 나온다. 실제 ‘평창 아라리’가사를 보면 “청옥산 무너져 평지 되기는 쉽지만 우리들 깊은 정은야 변할 수 있나”“청옥산 말장에 노루사슴이 놀구요, 우리집 울안에는 임자 당신이 노네요”처럼 산이 높고 험한 강원도 백두대간을 박진감 있는 가락에 실어 묘사하는 틈틈이 해학을 담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기획의도로“세계적으로 ‘아라리요 평창’댄스 붐을 조성해 평창동계올림픽을 홍보하고 문화올림픽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평창올림픽을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열리는 글로벌 댄스 프로젝트 이벤트의 광고 영상이라는 점에서 세계적으로 쉽게 접근하기 위한 ‘B급 코드’를 따랐다지만, 그렇다고 해도 지나치게 만듦새가 엉성해 보여 아쉽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누리꾼들은 도쿄올림픽 홍보영상과 비교하며 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본은 앞서 2016 리우올림픽에서 2020 도쿄올림픽 홍보영상을 공개했는데, 슈퍼마리오·도라에몽 등 친근한 캐릭터와 각종 애니메이션을 적극 활용하면서도 일본만의 아름다운 모습을 적극적으로 섞어 “일본이라는 나라를 새롭게 알리는 데 성공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이 영상은 구체적으로 어느 프로덕션이 만들었는지 영상만 봐서는 알 수 없고, 뮤직비디오 감독의 이름도 공개되지 않는다. 10월8일~9일 이틀에 걸쳐 평창과 강릉에서 촬영했는데, 제작비가 2억7000만원으로 알려져 더 큰 비판을 사고 있다. 행사 관계자는 “2억7000만원이 모두 이 동영상의 제작비는 아니고, 다양하게 진행중인 평창 홍보 프로젝트의 전체 비용”이라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8일 오후 해명자료를 내어 “‘아라리요, 평창’은 평창동계올림픽의 공식 홍보영상은 아니고, 온라인 댄스영상 콘테스트를 홍보하기 위한 것이다. 외국인들한테 아리랑을 소개할 목적으로 본조아리랑을 기본으로 댄스 버전으로 편곡했고, 주요 홍보대상인 외국인들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