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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게이트 예언한 작품들…“악플 달았지?” “굿판 벌였다며?”

등록 2016-11-14 15:43수정 2016-11-14 21:42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예고편이 된 작품들
<치외법권> <밀회> 등 풍자작품들 현실로
“합리적 추론하다보니…비참한 말로 예감”
최순실 게이트를 미리 알려줬다고 해서 화제가 된 작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SNL 코리아> ‘여의도 텔레토비', 영화 <치외법권>, 드라마 <밀회>, 소설 <혜주>, 영화 <자가당착>. 누리집 화면 갈무리
최순실 게이트를 미리 알려줬다고 해서 화제가 된 작품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여의도 텔레토비', 영화 <치외법권>, 드라마 <밀회>, 소설 <혜주>, 영화 <자가당착>. 누리집 화면 갈무리

“너 애들 풀어서 악플달았지?” “거기에 몰래 굿판까지 벌였다며?”

2016년 진행될 검찰 조사의 한 대목이 아니다. 2012년 12월 채널 <티브이엔> 예능프로그램 <에스엔엘(SNL) 코리아>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에서 ‘구라돌이’가 반장 후보로 나온 ‘또’의 발목을 잡기 위해 터뜨린 이야기다. ‘구라돌이’는 2012년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를, ‘또’는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풍자한 캐릭터다. ‘구라돌이’는 ‘또’에게 “뿌리는 속일 수 없습니다. 항상 꼬리 자르기 하시잖아요”라며 종주먹을 들이대지만 ‘또’는 굴하지 않고 보수의 기운을 한데 모아 <드래곤볼> 무기인 원기옥을 쏘는 장면은 우주의 기운을 모으는 양 신비롭게 보인다. 구라돌이는 대체 어떻게 그뒤에 터질 국정원 댓글 사건과 굿판 정치 등을 알았을까?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 11화와 12화는 예언편으로 불린다.

신묘한 정권이 신통한 예언자들을 길렀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사실들이 드러나면서 재평가 받게 된 작품들은 또 있다. 임창정과 최다니엘이 주연을 맡아 지난해 8월 개봉했던 영화 <치외법권>에는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사이비 종교 지도자가 나온다. 신자들을 납치해 장기밀매에 이용하거나 강제노역을 시키는 사이비 종교인이 국정 통치 그림자 역할을 한다. 영화는 개봉 당시엔 이런 황당한 이야기가 어디있냐고 혹평을 받았지만, 최근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였다”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막장인 현실 덕분에 영화가 현실성을 얻었다.

왼쪽은 1987년 그려진 박불똥 화백의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끄럽습니다>, 오른쪽은 2015년 배인석 작가의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담스럽습니다>.  배인석 작가 제공
왼쪽은 1987년 그려진 박불똥 화백의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끄럽습니다>, 오른쪽은 2015년 배인석 작가의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담스럽습니다>. 배인석 작가 제공
영화를 만든 신동엽 감독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 영화 시나리오가 처음 쓰여진 2012년 대선 직후에도 최태민 이야기는 이미 알려져 있었다. 현실에 존재하는 악의 여러 가지 얼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최태민을 시작으로 나중에 유병언 등 여러 사이비 교주들을 참고해서 캐릭터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영화에서 정계와 검찰에서 그의 돈을 받은 ‘극락교 장학생’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이야기 같은 건 그냥 내 공상이었는데 이게 사실이라니 영화가 현실에 뒤처진 꼴이다.” 신 감독은 이번 사태로 최순실을 주연으로 한 시나리오를 급히 썼고 내년부터 <게이트>라는 제목으로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최순실 게이트 당사자들의 이름까지 그대로 예언한 것으로 알려진 드라마 <밀회>는 심지어 차움병원 장면까지 담고 있어 현실보다 앞선 드라마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됐다. 드라마를 쓴 정성주 작가는 “우연의 일치일 뿐”이라고 했지만 이미 소문은 여러해 동안 무성했다. 믿을 수 없는 소문의 한 대목을 작품에 활용했던 창작자들이 예언자들이 된 것이다.

올해 1월 발간된 소설 <혜주>는 승려를 정인으로 두고 점술사에게 휘둘리는 여왕을 주인공으로 삼아 ‘예언서’라 불리며 화제가 됐다. 작가인 정운현 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지난해 여름 ‘정빈’이라는 필명으로 이 소설을 썼다. 물난리가 나서 백성들이 죽어갈 때도 젊은 승려와 밀회를 즐기던 임금이 “물가에 사는 사람들이 헤엄도 하나 못 치나요”라고 도리어 호통을 치는 장면이 풍자였다면, 여왕 측근이 “백성들은 마굿간 누렁소나 뒷간의 똥돼지들과 같은 존재”라고 말하는 대목은 예언에 가깝다. “지난해 부터 박근혜 대통령을 여왕이라고 부르는 말이 많았다. 민주공화정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제군주 시대 여왕과도 같은 독선·아집 행태가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가상 역사소설을 쓰게 됐다”는 작가는 “책의 대부분은 예언이나 고도의 정치분석이 아니라 상상이고 합리적인 추론이다. 특히 세월호 참사를 수습하는 과정을 보면서 이러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지 않을까 하는 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여왕의 실정이 이어져 결국 하야하게 된다는 이야기를 담은 소설은 최근 급격히 판매량이 늘어 3쇄를 찍을 예정이다.

이하 작가 ‘오늘의 풍자일기 2016년 2월10일'. 이하 작가 제공
이하 작가 ‘오늘의 풍자일기 2016년 2월10일'. 이하 작가 제공
희망이 예언이 된 경우도 있다. 배인석 작가는 지난해 박불똥 화백이 87년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구속 장면을 그린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끄럽습니다>를 박근혜 대통령을 모델로 다시 그린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부담스럽습니다>를 내놨다. 배 작가는 “당시엔 화가가 잡혀가지 않겠냐는 걱정을 들었는데 검찰수사가 제대로 된다면 예언화가 될 것 같다”고 했다. 2016년 7월부터 트럭에 풍자 그림을 붙이고 전국 20여 도시를 돌아다녔고 매일 그림으로 ‘오늘의 풍자일기’를 발표해온 이하 작가도 “수많은 풍자가 쌓이다보니 상당수가 예언이 됐다”고 말했다. 합리적 풍자는 현실의 예고편과도 같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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