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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분노 편성’‘풍자 편성’…최·박 게이트에 임하는 방송의 자세

등록 2016-11-18 16:11수정 2016-11-18 18:33

자고 일어나면 새 의혹이 추가되는 최순실·박근혜 게이트가 5년 전 종영한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소환했습니다. 박 대통령이 차움의원 브이아이피(VIP) 시설을 이용하면서 ‘길라임’이라는 가명을 사용했다는 의혹(<제이티비시> 11월15일)이 제기됐기 때문입니다. 이를 놓칠세라 케이블티브이 ‘FOX 채널’은 <시크릿 가든> 전편을 재방송하기로 했습니다.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미경 씨제이(CJ)그룹 부회장의 퇴진을 종용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뒤엔 씨제이이엔엠(CJ E&M)의 영화 케이블채널 ‘채널 씨지브이(CGV)’가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를 나열한 듯한 제목의 영화를 편성해 화제가 됐고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편성으로 응답’하는 방송을 살펴봤습니다.

1. 풍자의 편성 : 물 들어올 때 노 젓자

다시 ‘풍자의 시대’입니다. “내가 이러려고~” 열풍을 낳았던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이후, 이번엔 <시크릿 가든>입니다.

‘FOX 채널’은 지난 16일 공식 트위터를 통해 “화제의 드라마 시크릿 가든을 21일 월요일부터 오후 4시40분과 새벽 1시에 1회부터 전편 재방송할 예정”이라고 밝히며 “우주의 기운을 모아 FOX가 그 어려운 걸 해냈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누리꾼들은 “그 분은 대통령 관두고 24시간 내내 시크릿 가든 재방송 보면 안 될까” “분명 ‘대통령도 되고 싶었던 그녀’ 뭐 이런 작은 제목으로 소개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내놨습니다.

추천영화 코너도 만들어졌습니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왓챠 플레이’는 메인 화면에 ‘자괴감 들고 괴로울 때’라는 코너를 따로 마련해 28편의 영화를 서비스하고 있습니다. 추천영화 리스트에는 <베테랑> <부당거래> <군도: 민란의 시대> 등 검찰·재벌 등 기득권 권력층의 부패를 꼬집는 영화와 <박수 건달> <관상> <왕의 남자> 등 최씨와 박 대통령의 ‘무속신앙 연계설’을 연상시키는 영화들이 포함됐습니다. 세월호 다큐멘터리 <다이빙 벨>,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대기를 다룬 <유신의 추억-다카키 마사오의 전성시대>도 눈에 띕니다.

특히 이 코너의 영화 제목을 순서대로 앞글자만 따서 읽으면 ‘박그네하야’가 돼(사진) 누리꾼들 사이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왓챠 플레이’는 메인 화면. 영화 제목 앞글자를 따서 읽으면?
동영상 스트리밍 사이트 ‘왓챠 플레이’는 메인 화면. 영화 제목 앞글자를 따서 읽으면?

2. 분노의 편성 : 내가 이러려고 영화 만들었나

‘내가 이러려고 영화 만들었나.’

씨제이가 제작한 영화들 때문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압박을 받은 이미경 부회장이 했을 법한 한탄입니다. ‘미운털’이 박히기 시작한 건 영화 〈그때 그 사람들>로부터 비롯된다는 게 정부와 씨제이 쪽의 공통된 의견입니다.(▶관련기사 : [단독] “청와대 CJ 압박, 영화 <변호인>이 결정적 이유”) 2013년 말까지 ‘말로만’ 이뤄지던 청와대의 압박은 2014년 12월 〈변호인〉 개봉 뒤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에 ‘손을 보라’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리기에 이릅니다. 씨제이 한 관계자는 “씨제이와 박근혜 대통령의 인연은 〈그때 그 사람들〉로 시작해 〈광해, 왕이 된 남자〉를 거쳐 〈변호인〉으로 끝난, 영화에서 시작해 영화로 끝난 역사”라고 말했다고 합니다.

부당한 압력에 대한 속내를 드러낸 것일까요? ‘채널 씨지브이(CGV)’는 11월 초 최근 정국을 반영하는 듯한 영화를 연속 방영했습니다. 지난달 31일 최씨가 검찰에 출석할 때 ‘프라다’ 신발이 벗겨지는 해프닝이 벌어졌는데, 이날 채널 씨지브이에선 오전과 오후 두 번에 걸쳐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방영됐습니다. 지난 3일에는 <부당거래>, 4일에는 <박수무당> <백악관 최후의 날> <군도 : 민란의 시대>가 연달아 편성됐고요. 우연일까요?

3. 국민 추천 편성 : 이 영화 좀 보십사 하야

영화전문 사이트 ‘맥스무비’에 따르면 ‘국민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추천한 영화’ 1위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화를 그린 〈변호인〉입니다. 맥스무비는 지난 11~14일 134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26.3%가 〈변호인〉을 추천했다고 전했습니다. 대부분의 응답자는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이 영화의 대사를 추천 이유로 밝혔다고 합니다.

2위는 ‘정국 예언 영화’로 재조명 받은 〈내부자들〉, 3위는 지난달 개봉해 관객 수 11만명을 넘어선 〈무현, 두 도시 이야기〉가 차지했습니다. 기타 추천작으로는 〈터널〉〈자백〉〈아수라〉 등도 있었습니다만, ‘추천작이 없다’는 의견이 압권입니다. “영화 볼 시간 없어요. 빨리 퇴진하시길” “영화는 무슨, 하야 하라” “뭣이 중헌디!”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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