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문화일반

광장을 넓고 흥겹게, 촛불가

등록 2016-12-11 20:46수정 2016-12-11 20:58

대중음악, 3만이 231만 될때까지
세대·성별 아우르며 공감 이끌어
광장 최전선서 집회 분위기 돋워
가수 이승환이 11월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서 무대에 올라 자신의 곡 `물어본다'를 열창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가수 이승환이 11월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모이자! 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 문화제에서 무대에 올라 자신의 곡 `물어본다'를 열창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격동의 시기였다. 10월29일 청계광장에 처음 3만개 촛불이 켜졌다. 35일 만에 232만개 촛불이 온 나라를 밝혔다. 41일 만에 피의자 대통령은 탄핵소추됐다. 역사적 이정표를 새로이 쓴 촛불항거 고비마다 대중문화는 시민들과 함께했다. 상실감을 달랬고, 마음을 한데 모았으며, 격려했다.

최전선에 선 것은 대중음악이었다. 각양각색의 ‘촛불가’가 광장을 울렸다. 집회와 시위를 거대한 축제의 마당으로 만들었다. 민중가요와 대중가요를 가르던 관념은 산산조각났다. 민중가요 진영에선 윤민석의 ‘하야가’, ‘펠리스 나비다드’를 개사한 연영석의 ‘그네는 아니다’가 대표주자로 나섰다. 신명나는 멜로디, 착착 붙는 가사로 촛불시민 누구나 즐겁게 따라 흥얼이는 히트곡이 됐다. 아이도, 어르신도 ‘데모가’에 대한 거부감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대중가요의 반전은 그야말로 극적이다. 대중 감성을 적셨던 노래들은 뜻밖의 의미와 공감을 창출하며 광장의 촛불을 하나로 묶었다. 촛불항거의 놀라운 여정은 대중가요의 빛나는 경계 확장과 줄곧 함께였다.

11월12일 3차 촛불집회 땐 이승환과 조피디, 크라잉넛이 광장을 달구었다. 이승환의 ‘덩크슛’은 100만 촛불의 단 하나 소원을 ‘하야하라 박근혜’라는 주문으로 폭발시켰다. 4차 촛불집회 땐 전인권과 가리온이 등장했다. 가리온은 “박근혜는 ‘퉤’진하라” 구호를 절묘하게 배합시킨 랩 공연을 통해 촛불민심을 대변했다. 전인권은 ‘애국가’를 불렀다. 이후 애국가는 촛불시민들이 행진 도중 자발적으로 떼창을 부르는 노래로 자리잡았다. 5차 촛불집회에선 안치환의 ‘하야가 꽃보다 아름다워’, 양희은의 ‘상록수’, ‘아침이슬’이 울려퍼졌다. 6차 촛불집회 땐 한영애가 광장 무대에 올랐다. “목이 타오르네/ 물이 그립다/ …아 꿈이 그립다”는 가사의 ‘갈증’과 김민기 작사, 송창식 작곡의 ‘내 나라 내 겨레’가 차례로 이어졌다. 내 나라 민주공화국 복원의 열망을 뜻하는 노래로 받아들여졌다. 마지막 곡은 ‘조율’. “지고지순했던 우리네 마음이/ 언제부터 진실을 외면해 왔었는지/ 잠자는 하늘님이여 이제 그만 일어나요/ 그 옛날 하늘빛처럼 조율 한 번 해주세요.” 그는 열창에 앞서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반드시 올 겁니다. 우리가 조율을 이뤄야죠”라고 시민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노래는 광장을 가로지르며 한층 폭넓은 의미를 만들어냈다.

촛불집회와 대중문화의 결연을 둘러싼 의미 분석까진 더 많은 시간과 더 깊은 논의며 성찰이 필요할 터이다. 지금은 놀라움을 안은 채 맑은 눈으로 이 눈부신 현상을 바라볼 뿐이다. 조직 동원을 넘어 다중적 정체성을 지닌 개인들이 에스엔에스로 연계되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절규와 분노 대신 풍자와 공감으로 즐거운 참여를 이뤄냈다. 이념의 언어 대신 감성과 정서의 연대를 통해 집단적 에너지를 표출했다. 고동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촛불집회는 서로 다른 배경의 네트워크화한 개인들의 참여로 이뤄진다. 특정한 이념적 가치의 주창보다는 보편적 정서의 표출이 공감 형성에 훨씬 중요하다”며 “다양한 세대와 성별을 지닌 참여자 간의 경계를 가로지를 수 있는 가요 등 대중문화의 역할이 두드러진 것도 그 때문”이라고 말했다.

손원제 기자 wonje@hani.co.kr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4차 범국민 행동이 열린 11월19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수 전인권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제4차 범국민 행동이 열린 11월19일 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가수 전인권이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가수 양희은이 11월2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초를 손에 든 채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가수 양희은이 11월26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서 초를 손에 든 채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12월3일 전국 232만명이 모인 6차 촛불집회에서 가수 한영애가 공연하고 있다. 동영상 갈무리
12월3일 전국 232만명이 모인 6차 촛불집회에서 가수 한영애가 공연하고 있다. 동영상 갈무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