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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홍신애 “이번 설에도 신나는 노동요 틀었죠”

등록 2017-01-30 18:16수정 2017-01-30 20:31

설날 나의 플레이리스트는
요리연구가 홍신애 | ‘빨간 구두 아가씨’
#엉덩이를 들썩이며 부침개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
#찜용과 국용은 왜 따로 만들죠
#남미 음악에 맞춰 한국 제사음식 만들기
외갓집에서는 만두를 국용과 찜용을 따로 만든다. 홍신애 제공
외갓집에서는 만두를 국용과 찜용을 따로 만든다. 홍신애 제공
고기를 다지고 뭉친다. 도마에 칼 닿는 소리가 다그락다그락 리드미컬해진다. 은은하게 퍼지는 전 냄새가 고소하다. 한두 개씩 재미로 집어먹으며 깔깔거린다. 아, 하지만 이 전쟁은 왜 이리도 긴가.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이북 출신인 우리집은 어릴 때는 큰집과 외갓집을 오가며 몇날 며칠 음식을 만들었다. 큰아버지가 제사를 포기하면서 어머니는 조금 편해졌다. 이제는 외갓집 일만 남았다. 하지만 외갓집 일만도 만만치 않다. 2박3일 합숙을 하며 음식을 만든다. 명절 때면 나도 외갓집을 들러 일을 돕고, 음식을 싸들고 시댁을 간다.

동그랑땡은 입에 쏙 들어가게 백원짜리만 하게 빚고, 만두는 찜용과 국용을 따로 만든다. 따로 호박 만두도 만드는데, 들어가는 호박은 머리카락 굵기로 가늘게 썬다. 채를 소금에 담가서 절인 뒤에 만두소를 만든다. 젊은 애들이 왜 찜용과 국용 만두를 따로 만드느냐 하는 것을 보면, 증조할머니가 가신 뒤 김치맛이 변한 것처럼 이런 일도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다. 명색이 ‘요리 연구가’지만 외갓집에서는 “좀 조그맣게 못해” 하는 소리만 듣는다.

만둣국. 홍신애 제공
만둣국. 홍신애 제공
생선살·동그랑땡 고기들이 계란물에 첨벙첨벙 담가지는 소리가 폭력적으로 들릴 때 즈음 달달하고 톡 쏘는 식혜나 수정과로 입가심을 한다. 물김치나 일반 김치에다가 참기름을 몇 방울 넣고 찬밥, 더운밥 가릴 것 없이 몇 숟가락 넣어서 말아 먹으면 속이 시원해진다. 일은 몰려들고 내가 명태전을 1년 내내 먹나 봐라고 눈을 흘길 때 즈음 노래를 튼다.

요즘 누가 트나 싶은 시디(CD)플레이어에 일부러 만들어온 시디를 넣는다. 무조건 신나는 노래로 담았다. 남일해의 ‘빨간 구두 아가씨’는 김건모가 부른 노래만 기억하는 사람은 이게 뭔 노래냐고 하고, <친절한 금자씨>를 본 이들은 노래가 무섭다고 그런다. 92살 되신 할머니는 “이런 노래를 어찌 아누” 하신다. 일은 기계가 된 몸이 하는 거고 흥은 기계 속 사람 몫이다. 덩실덩실 춤을 추기도 한다. 그래도 일은 끝나지 않고 청주나 맥주, 와인도 등장한다. 남미나 스페인 춤 음악을 들으며 엉덩이와 무릎을 들썩이며 한국의 제사 음식을 만든다. 즐겁고 그걸로 충분하다.

홍신애/요리연구가·<수요미식회> 패널

추천 음악 리스트
소피아 로렌 ‘맘보 이탈리아노’(Mambo Italiano)
탱고 프로젝트(Tango project) ‘포루나카베차’(Porunacabeza)
남일해 ‘빨간 구두 아가씨’
스티비 원더 ‘올 인 러브 이즈 페어’(All in love is fair)
올리비아 뉴턴 존 ‘피지컬’(Physical)
로버타 플랙 ‘웨어 이즈 더 러브’(Where is the love)
로스 로보스 앤드 안토니오 반데라스 ‘칸치온 델 마리아치’(Cancion del Mariach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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