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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모든 예술에 두루 쓰이는 ‘다르게 말하기’

등록 2017-02-21 18:21수정 2017-02-21 20:22

알레고리란 무엇인가

문학적 표현 기법으로서 알레고리란 인물, 장소, 사건 등의 매개체를 바탕으로 비유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문학뿐만 아니라 모든 형태의 예술에 두루 적용되어왔다. 브뤼헐의 작품 <네덜란드 속담>에선 속담에서 인용해왔지만, 은유적 이야기인 플라톤의 동굴 우화나 이솝우화도 대표적인 알레고리이며 그리스·로마 신화 같은 여러 신화나 민담에서도 따올 수 있다.

알레고리는 상징과 구분된다. 상징은 표현의 관습이다. 보여주는 대상과 그 대상이 의미하는 내용이 일치한다. 예컨대 태극기를 찍어 애국심을 보여주고 일본 대사관 앞에서 일장기를 불태우는 사진을 찍어 독도 문제와 군대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를 보여준다는 것은 상징의 수법이다. 그에 비해 알레고리는 다르다. 정통적인 알레고리에서는 형식과 의미 사이에 차이가 있고 그 거리는 불변이었으나 르네상스 문학에 이르러 그 심연(형식과 의미 사이의 거리)이 재정의되어 형식과 의미, 외형과 내용, 기표와 기의의 관계가 느슨해질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재정의는 발터 베냐민이 알레고리란 용어를 새로운 방식으로 인식한 것을 떠올리게 한다. 베냐민은 알레고리를 형식과 의미 사이의 느슨한 관계 정도가 아니라 심지어 의미가 훼손될 수 있다고까지 생각했다.

사진계에서 찾아보자면 여성 사진가 신디 셔먼의 ‘언타일드 필름 스틸스’ 시리즈나 ‘센터폴드’ 시리즈를 알레고리적 기법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신디 셔먼은 영화나 드라마, 잡지 속에서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의 모습처럼 스스로 분장하고 연출하여 자신을 찍었다. 영화의 한 장면을 패러디한 것이니 알레고리라고 볼 수도 있다. 또한 초현실주의 몽타주 기법으로 사진을 만드는 사진가들의 작업을 알레고리로 풀어내기도 한다. 원 이미지를 해체하여 일부 요소(형태소)만 따서 새로운 작품으로 합성할 때 각각의 일부는 원래 작품에서의 메시지와는 완전히 별개로 기능하여 원의미를 상실한다. “다르게 말한다”라는 알레고리의 원뜻에서 보자면 완전히 틀렸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알레고리적으로 안성용의 <포항 송도>를 분석할 때 보다 유용한 것은 브뤼헐 같은 화가의 그림이다. 시골의 생활상을 많이 그려 농부화가라고도 불리지만 브뤼헐의 가장 큰 특징은 그림 속에 수많은 알레고리를 심어 두었다는 데 있다.

대 피터르 브뤼헐 <교수대 위의 까치>
대 피터르 브뤼헐 <교수대 위의 까치>

브뤼헐 <교수대 위의 까치> 부분 ‘똥누기’(왼쪽), 불가능한 이미지 (오른쪽)
브뤼헐 <교수대 위의 까치> 부분 ‘똥누기’(왼쪽), 불가능한 이미지 (오른쪽)
브뤼헐 <네덜란드 속담> 그림 속 오른쪽 위를 보면 교수대앞에서 똥누기가 보인다.
브뤼헐 <네덜란드 속담> 그림 속 오른쪽 위를 보면 교수대앞에서 똥누기가 보인다.
브뤼헐 <네덜란드 속담> 부분
브뤼헐 <네덜란드 속담> 부분
브뤼헐의 <교수대 위의 까치>는 특이한 작품이다. 16세기의 관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주요 요소를 구석에 그리기도 했고 펜로즈 삼각형처럼 불가능한 이미지를 그려놓았다. 그림 속 교수대는 2차원의 평면 그림에선 가능하지만 3차원에선 성립하지 않는다. 브뤼헐이 살았던 이 시기에 네덜란드는 스페인 폭압 정치 아래에 있었기 때문에 이 그림을 정치적인 알레고리라고 해석할 수 있다. 그림 제목에 나오는 교수대 위의 까치는 경솔함을 뜻하는 우화적인 요소가 될 수도 있고 인간의 어리석음(그림을 보면 교수대 바로 앞에서 한 여인이 두 남자와 춤을 추고 있다)을 지켜보는 경고의 메시지도 될 수 있다. 왼쪽 아래에는 교수대 아래서 똥을 싸는 사람이 등장한다. 이는 “어떤 처벌에도 굴하지 않는다”는 뜻을 지닌 네덜란드 속담 ‘교수대 앞에서 똥 누기’를 그림으로 표현한 것이다. 브뤼헐의 또 다른 알레고리 그림 <네덜란드 속담>엔 아예 112개의 속담을 뜻하는 장면이 빼곡이 들어 있다. (참고 문헌: 알레고리적인 것에 저항하며- 피터르 브뤼헐의 <교수대 위의 까치>, 스테파니 포라스. 원제 Resisting the Allegorical: Pieter Bruegel’s Magpie on the Gallows, Stephanie Porras)

곽윤섭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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