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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문화일반

세월호를 위한 ‘난장’

등록 2017-05-02 18:31수정 2017-05-02 19:55

<세월오월> 그린 홍성담 작가 환상소설 출간
세월호 영령들이 진상 밝히려
땅밑 물길타고 청와대 가는 이야기
비나리처럼 펼쳐지는 해원의 ‘글굿판’
신작 소설 <난장>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선 홍성담 작가. “마당극 같은 글놀음으로 세월호 영령의 한을 풀어내리는 놀이를 펼친 것”이라고 말했다.
신작 소설 <난장>을 들고 카메라 앞에 선 홍성담 작가. “마당극 같은 글놀음으로 세월호 영령의 한을 풀어내리는 놀이를 펼친 것”이라고 말했다.
하얀 영령이 된 세월호 아이들이 서울에 들어왔다. 행선지는 청와대. 자기네 죽음에 얽힌 진실을 알고 싶어서 편을 갈라 내달린다. 땅 아닌 서울의 갈래갈래 물길들을 통해서다. 한강과 중랑천을 지나 청계천, 종로 하수로를 거쳐 이리저리 헤매던 끝에 용케도 청와대, 검찰청의 수챗구멍, 변기구멍을 찾아 들어갔다. 그들 앞에 나타난 진실은 무엇이었을까.

3년 전 세상을 뒤흔든 그림 <세월오월>의 작가 홍성담(62)씨가 최근 내놓은 소설 <난장>(에세이스트·2만원)의 이야기 축은 환각과 몽상이 뒤섞인 세계다. 3년여간 그의 머릿속을 헤집어놓은 세월호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려는 난장을 표방한다. 기존 소설 형식을 흐물흐물 벗어난, 마당극 말판이나 비나리 같은 글놀음이 256쪽에 걸쳐 펼쳐진다. 지난주 서울 인사동에서 만난 작가는 글 하나하나가 가락이라고 보면 된다며 <난장> 이야기를 풀었다.

“20대 화가 오현주는 부패한 권력의 수족들인 ‘검은손’ 무리에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쫓기지요. 검은손 매복조를 피해 더러운 중랑천으로 뛰어든 오현주가 투명하게 하얀 세월호 아이들을 만나요. 100여년 전 죽은 처녀귀신도 동행하면서 이들이 청와대와 검찰로 향하는 여정이 숱한 곁가지 이야기들을 품고 흘러가지요. 슬픈 비극이지만, 여정 자체는 우리 옛 마당놀이처럼 놀이판이라고 할 수 있지요. 지금 하늘로 간 세월호 아이들도 그렇게 놀고 있다고 보고요.” 검은손이 내세운 정조 시대 협객 박대수 혼령과의 칼싸움, 청와대 터에 자리 틀고 살았던 옛 백정귀신의 조력 등을 거치며 일행은 서울 지하의 물길을 헤쳐 간다. 서초동 검찰청 수챗구멍으로 들어가 조사실의 조작된 기록을 헤집고 마침내 청와대에도 도착하지만, 대통령은 사라졌고 주사기와 비아그라만 뒹굴 뿐이다.

“소설 속 아이들은 ‘내 몸은 바다’라고 하지요. 서울 땅 밑 수로에서 한바탕 서편제, 랩을 읊으며 역사 속 혼령들과 어울려 놀아요. 어릴 적 제가 눈병 났을 때 고향 할머니가 그랬어요. 아궁이에 정한수 떠놓고 수백년 전 눈병귀신이 다시 찾아오게 된 사연 등을 자기 살아온 갖가지 이야기 덧붙이며 사설로 풀어내렸지요. 그때 독백을 떠올리면서 썼어요.”

작가는 대선 직후 광주에서, 책에서 풀어낸 세월호 아이들의 난장을 재현하는 퍼포먼스 축제마당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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