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문학과 박아무개 교수 대상
표절 확인 4건에 추가 의혹 십여건
“연구와 교육 풍토 위해 공개 결정”
표절 확인 4건에 추가 의혹 십여건
“연구와 교육 풍토 위해 공개 결정”
논문 표절 사실이 드러난 서울대 국문학과 박아무개(54) 교수에 대해 같은 학과 교수들이 ‘공개사직권고’ 결정을 내렸다.
서울대 국문학과 전체 교수 26명 가운데 18명은 14일 낮 회의를 열어 박 교수에게 사직을 권고하기로 결정하고 대학본부에 결정 내용을 전달하기로 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 국문학과의 한 교수는 15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도 박 교수의 표절이 네 건에 이르고 학회 쪽에서 ‘판단 유보’ 결정을 내린 또 다른 한 건은 대학 본부 연구진실성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라며 “사안이 심각하다고 보아 학과 교수회의 이름으로 본인에게 사직을 권고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대학 본부에 중징계를 요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표절 혐의와 관련해 특정 학과 교수들이 동료 교수에게 공개적으로 사직을 권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교수는 2008년 <한국현대문학연구>에 발표한 논문 ‘1930년대 후반 한국근대문학비평에 나타난 묘사론 연구-임화와 김남천의 묘사론을 중심으로’에서 조계숙의 2002년 고려대 박사학위 논문 ‘한국문학비평에 나타난 묘사론 연구’를 4군데 넘게 전재하다시피 했다. 또 2004년 <한국현대문학연구>에 수록된 ‘마음의 생태학을 위한 시론: 게리 스나이더와 정현종을 중심으로’는 적어도 3군데에서 김원중의 ‘교만의 공멸에서 겸손의 상생으로’ 등 논문 2건의 일부 문장과 거의 일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현대문학회는 이 논문들이 표절이라는 사실을 지난 1일 서울대 국문학과에 공식 통보했다.
박 교수가 2007년 한국비교학회 학회지 <비교문학>에 발표한 논문 ‘근대 이후 서구 수사학 수용에 관한 고찰’ 역시 1991년 한국문화연구원논총에 실린 김상태 이화여대 교수의 논문 ‘개화기의 문체’ 일부를 인용표시 없이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국문학과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박 교수 자신이 표절 사실을 시인했다”고 <한겨레>와 통화한 국문학과 소속 교수는 밝혔다. 박 교수는 이에 앞서 2005년 국제비교한국학회 학술지 <비교한국학>에 투고한 ‘한국 근대문학과 번역의 문제: 해외문학파의 번역론을 중심으로’가 2004년 <불어불문학연구> 60집에 발표된 조재룡 현 고려대 불문학과 교수의 논문 ‘한국 근대시와 프랑스 상징주의 시 사이의 상호 교류’ 일부를 표절했다는 혐의가 제기되자 지난해 초 학회에 자진 철회 절차를 밟았고 학회는 논문 취소 결정을 공고했다. 박 교수가 2015년 <비교한국학>에 쓴 ‘한·중 근대문학 비교의 쟁점: 이육사의 문학적 모색과 루쉰’ 역시 중국 학자 임현치(林賢治)의 <노신평전>(실천문학사) 문장을 표절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겨레>와 통화한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는 “이런 규모로 표절 사실이 드러난 것도 처음이고 교수들이 동료 교수에게 이렇게 극단적인 결정을 내린 것도 아마 처음일 것”이라며 “학과 안에 비상위원회를 만들어 이번 사안과 관련한 공식 문건을 작성 중이며, 이를 대학 본부에 보내고 학생들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국문학과의 또 다른 교수는 15일 <한겨레> 기자와 만나 “박 교수의 표절 사실을 제보한 대학원생은 이미 알려진 5건 말고 15건의 표절 혐의를 추가로 제기한 상태”라며 “학과 차원에서 더 이상 방치했다가는 학문 연구와 교육 풍토에 큰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동료 교수들이 무거운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 불문학과를 거쳐 프랑스 파리3대학에서 불문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계간 <세계의 문학> 편집위원을 거쳐 2003년부터 서울대 국문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겨레>는 당사자인 박 교수의 반론을 듣고자 연락을 취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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