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민정수석실 발견 문건들엔 문화예술 관련 내용도 상당수
‘문화예술계 건전화’ 문건엔 건전보수권 국정우군 활용 등 담겨
문체부 주요 간부 성향 검증, 4대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도
‘문화예술계 건전화’ 문건엔 건전보수권 국정우군 활용 등 담겨
문체부 주요 간부 성향 검증, 4대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도
청와대가 민정비서관실에서 발견했다고 14일 발표한 문건들에는 블랙리스트 관련 문건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공작을 하려고 문화체육관광부 간부들의 성향까지 샅샅이 파악하며 치밀하게 사전 준비 작업을 했음을 짐작하게 하는 물증들이다. 특히 유진룡 전 장관을 비롯한 일부 문체부 전·현직 관료들의 제보와 증언 등으로 존재설이 나돌았던 문체부 국·실장급 간부들의 이념 성향 검증 리스트가 실재했다는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청와대가 정보기관과 함께 정부기구 관료들을 샅샅이 사찰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상세한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청와대가 밝힌 문화예술 관련 문건은 5개다.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건전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등이다. 이 문건들은 모두 청와대의 지시와 협의 아래 문체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2014~2016년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인들의 지원 배제를 목적으로 실행한 블랙리스트 공작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는 내용으로 분석된다.
문화예술계 건전화와 건전보수권 국정 우군 활용 등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적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지시사항 등에서도 확인되는 내용이다. 실제로 문체부는 청와대 지침 하달 뒤 문화예술계 건전화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블랙리스트 명단을 선별하고 실행하는 작업에 들어갔다는 사실이 특검 수사를 통해 확인된 바 있다. 세부 내용의 실체가 가장 주목되는 건 문체부 주요 간부 검증과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 분석 문건들이다. 문체부와 문화예술계 관계자들은 이 항목의 문건이 블랙리스트 공작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문체부의 지원 시스템을 대폭 바꾸는 정지 작업에 활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청와대가 2014년 8월 김종덕 장관 취임 직후 문체부 1급 관료 6명의 ‘찍어내기’ 인사를 주도한 것도 바로 이 문건을 토대로 이뤄졌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체부 안에서는 박근혜 정부 시절 청와대가 부처 실·국장급 간부는 물론 일선 과장과 평직원의 성향까지 파악해 분류한 리스트를 두고 인사 징계 등에 활용한다는 설이 파다하게 나돈 바 있다. 유진룡 전 장관을 비롯한 문체부 전·현직 관계자들도 2015~16년 <한겨레>에 “청와대가 문체부 간부들과 직원들의 이념성향은 물론 해임된 유 전 장관과의 친소관계까지 분류한 세부 리스트를 만들어 인사 전횡의 근거로 활용하며 직원들을 압박하고 있다”는 내용을 여러 차례 증언한 바 있다. 문체부 산하기관에서 일했던 한 전직 간부는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로 청와대 리스트에 좌파로 분류돼 인사에서 물을 먹었다는 말을 상부에서 듣고 낙심했던 기억이 난다”며 “명백한 사찰이자 극도의 인권침해란 점에서 반드시 진상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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